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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24. 2021

[문화] 비슷한듯 하지만 꽤 다른 일본 이야기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우리가 잘 아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다. 아주 명쾌하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수 차례 민주화 운동과 국권 피탈 등의 근현대사로 주권과 권력에 대한 정의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 사실 이처럼 헌법 전문은 그 국가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모두가 비슷할 것 같은 민주국가들 사이에서도 전문의 내용은 각기 다르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앞서 말한대로, 주권과 권력의 주인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반면 서구 다른 나라의 경우는 '종교'와 '평등'이 그 우선 순위에 놓여 있다. 아마 공화정을 채택하던 역사적인 배경 때문일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헌법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교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잇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교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의 헌법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자유'를 존중한다. 영국의 헌법은 이렇다. "교회는 자유로우며 그 모든 권리는 온전히 유지되고, 자유 또한 침해될 수 없음을 국왕의 상속인에게 영구히 신의 이름으로 허용하며, 이 특허장으로써 확인한다." 영국은 국왕과 상원, 하원이 국민을 대표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프랑스의 헌법 저문은 이렇다. "프랑스는 불가분적,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다. 프랑스는 출신, 인종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모든 시민이 법앞에 평등함을 보장한다. 프랑스는 모든 신념을 존중한다. 프랑스는 지방분권화된 조직을 갖는다." 평등함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라는 정체성을 확인 할 수 있다. 독일의 헌법은 조금더 명쾌하다. '인권'이 핵심이다.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우리와 닮아 있다는 일본의 헌법 1조는 무엇일까. "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의 보유자인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 한국과 일본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굉장히 다르다. 대한민국 이전부터 한반도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민중에서의 혁명이 잦은 편이었다. 일본인들의 시선으로 한국인들은 항상 불만이 많고 성격이 불 같아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급진적이고 비약적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대체로 논리나 사고방식이 철저한 순서와 단계를 따라야 하고,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과 선회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일본인들인들은 회의를 좋아한다. 다만, 빠르게 결과를 내려 놓는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들은 다수가 합의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단어 중 "Kaizen"이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이는 일본의 '카이센'의 영문표기인데, 일본 회사의 경영 방식을 이야기한다. 우리말로 '개선'이라고 쓰는 이 단어는 일본의 많은 산업 분야에서 행해졌다. 반면 대한민국의 경영 방식을 대표하는 말로는 '초격차'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방식에서 유행한 말이다. 이는 리더와 경영자들이 더 빠른 투자 판단과 리드로 경쟁사가 경쟁 의욕이 사라질만큼 저만치 따돌려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쉽게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했던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를 보면 알 수 있다. 몇 차례 왕조가 뒤집어지고 혁명과 전쟁, 국가부도 등의 역사를 갖고 있어서 '개선'이 아니라, '전복'이 목표인 셈이다.

 해외를 나가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매우 가깝다. 서로 비슷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어 금새 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깊게 알면서는 일본인은 한국인을 불편해하고 한국인은 일본인을 답답해 하는 경우가 적잖다. 어쩐지, 국민 성향만 보기에, 한국인은 조금 무례하거나 자유분방하다는 미국인과 그 성향이 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이런 '카이센' 문화는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일본인들은 전통을 유지하고 개선해 가는 것을 매우 잘한다. 어린시절 TV를 보면 일본의 장인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곤 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인 '곤고구미'는 578년에 창업한 회사다. 자그마치 1440년 전에 백제 장인인 유중광이 성덕태자의 초청을 받아 사천왕사를 세우며 창업한 회사다. 일본은 이처럼 천 년이 넘은 회사가 무려 20개나 있다. 이들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방향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정치 마저 세습한다. 세습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의 무려 5배나 된다. 이들은 2대 뿐만 아니라 3대까지 세습하는 '직업 정치인'이다. 우리의 정치는기존 기성집권 세력에 대한 반발로 정권을 뒤집는 일이 다반사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무려 반 세기 이상 정권 교체가 없기도 했다.

 일본의 장기불황에 따라, 과거 일본의 영광을 만들었다는 덕목들은 이제와서는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는 원인들로 손꼽히고 있다. 부동산 버블에 따라 경 단위를 훌적 넘어버리는 일본의 빛에 대한 시각도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그 밖에 장기 불황으로 그 어떤 욕구도 없어서 득도했다는 사토리 세대와 창의교육을 하기 위해, 시도했던 실패한 교육제도인 유토리 세대를 비롯해 여러가지 세대문제와 경제 문제가 일본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다. 언제부턴가는 당연했던 종신고용이 사라져간다. 어째서 일본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많은지, 일본은 왜 해외 원조를 많이 하고 있는지, 왜 일본의 방사능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닌지, 책은 아주 자세하고 흥미롭게 다르고 있다. 책은 2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는 길지 않는 분량에 흥미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요즘 한일관계가 많이 좋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가깝고 함께 해야하는 이웃 국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해결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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