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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01. 2022

[역사] 단순함은 어떻게 승리하는가_몽골제국

 13세기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몽골초원은 그때도 지금만큼이나 비어있었다. 몽골제국의 13세기를 보면 비어있음이 얼마나 많은 걸 채울 수 있는지를 깨닫는다. 역사는 단순한 기록 외에 살아 있는 현실의 교훈을 주기 충분하다. 제대로 갖춰진 거주지도 없던 이들이 갑작스럽게 세계 무대로 튀어나온 이유는 역사의 아이러니이면서 재미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야만인들은 멸시 당하고 조롱당했다. 세상은 이런 야만인들에 의해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 한다. 가진 것 없던 이들은 가진 것 없음을 최고의 무기로 활용했다. 그들은 자신의 신을 찬양하기 위해, 무거운 불상이나 십자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의 어떤 것을 이용해서 그들의 신을 찬양할 수 있었다. 목초지만 있다면 본국에서 엄청난 양의 보급도 필요가 없었다. 보급병도 필요가 없었고 갑옷이나 화려한 무기도 필요하지 않았다. 갑옷과 화려한 무기가 필요없기에 '문명'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그들에게 짐이나 다름없었다. 문자도 불필요했고 전쟁 후에 갑옷과 무기를 점검하는 정비의 시간도 불필요했다. 그들은 누더기 가죽옷에 다리 짧은 말 한마리와 무뎌진 칼, 활만 들고 세계 무대를 휩쓸었다. 수나라의 300만 대군이 고구려를 침공할 때, 군사 중 70% 이상은 보급병이었다. 보급병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지만 피해를 당할 시에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수나라는 고구려를 침공했고 이 침공의 실패로 국가는 멸망했다. 농업국가는 대부분 이처럼 '보급'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리한 보급은 국운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몽고가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반 세기도 되지 않고 세계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가볍고 단순함은 이처럼 폭발력이 크다. 아무런 공장도 소유하지 않은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이 엄청난 파운드리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보다 규모가 클 수 있는 이유는 '몽골제국'과 역사를 같이 한다. 네이버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기아차' 시가총액의 2배가 되고, 카카오는 POSCO의 시가총액의 2배가 넘는다. 심플함은 이처럼 기동성을 만들어내고 효율성을 만들어낸다.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 유목민들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했다. 쉽게 말하는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산다. 막상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잡동사니들을 쌓아놓고 버리길 망설인다. 이런 망설임들은 새로운 어떤 일을 하는데 커다란 방해가 되곤 한다. 나 또한 최대한 기피하는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바로 '고정지출'이다. '할부'나 '리스'와 같은 고정지출은 언제나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곤 했다. 물론 피치 못한 상황에서는 이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고정지출은 '부동산'이다. '거주'를 위해 일생을 벌어야 할 목돈을 '대출'받고 나면, 이들의 '퇴사'는 불가능해진다. 쌀을 생산하는 본국에서 부터 기다란 보급로를 위해 수 백 만의 보급병을 거느려야하는 상황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모기지 상환 기간은 15년에서 20년에 가깝다. 서른인 아무개씨가 거주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서른부터 쉰까지의 청춘이다. 

 스물부터 서른까지 쥐고 있지 않은 젊음의 패기는 모기지로 인해 발목 잡히고 일종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몽골민족은 노예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진 것이 없었기에 수탈을 당하지도 않았고 미련이 없었기에 바로 떠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노예들은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대신에 노동을 하곤 했다. 잠을 자다가도 언제든 활과 칼만 쥐고 말로 올라타던 기동력은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었다. 그들은 옷을 세탁하지도 않았고, 식탁보나 냅킨은 사용하지도 않으며 접시를 씻지도 않았다. 그들은 우유나 음식을 쏘더나 버리는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처형했다.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불필요한 사치를 하지도 않았다. 실리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어떤 것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언가였다. 그들은 애초에 가진 것 없이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비옥한 땅에 대한 욕심으로 정벌하지 않았다. 비옥한 땅과 노예를 얻기 위해 전투를 버리는 일반적인 농업국가의 전쟁목적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점령한 점령지에 아무리 비옥하던 노예를 많이 잡아들이던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점령지에 불을 놓고 도시를 황폐하게 태워버린 후, 목초지로 활용했다. 인류 역사 지도에서 몽골제국이 지워버린 지역은 이렇게 생겨났다. 새로운 생산시설인 노예와 농토를 얻고나면 대부분의 농업국가들은 더 이상 점령지를 황폐하게 들거나 세력 확장을 하지 않는다. 대게 농업국들은 진행하던 전쟁을 마무리 한다. 유목민족 몽골은 달랐다. 그들의 목적이 '점령'이 아니라 '수탈'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확장은 멈추지 않고 끝없이 진행됐다. 제국의 확장 뿐만 아니라, 개인의 확장에서도 이는 매우 효과적인 성장 방식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우리를 먹여 살려 줄 수 있는 적당한 확장의 선에 목숨을 건다. 몽골제국의 13세기를 통해 오늘의 나를 살피고 다시 시작하는 2022을 나아갈 수 있다. 몽골은 적은 인구수로 엄청나게 많은 민족을 운영했다. 그들은 점령한 곳의 통치제도를 이용하고 세금제도를 창안했다. 수많은 종료 지도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예술을 후원하기도 했다. 파괴와 폭력 외에도 그들은 기술, 예술, 종교의 확산을 빠르게 만들었고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활용했다. 그들은 사막지역에 있던 중동의 천문학을 이용하여 항해술을 발달시키고 동서교류를 확장 시켰다. 효과적인 점령지 이용을 위해 사용했던 제도적 방식이 지금의 프랜차이즈 경영 방식과 굉장히 비슷하다. 사실상 우리 또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통해 더 큰 번영을 누리기 위해선 800년 전, 빈곤했던 유목민들의 삶에서 가능 성을 봐야 하지 않을까. 2022년 첫 해,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시작이 좋은 2022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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