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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04. 2022

[철학] 정리하고 질서를 잡으라_오십에 읽는 논어


최첨단 반도체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이 청동기 시대 아무개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떨까. 2500년 전, 공자는 달로 사람을 보내고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지금의 현대인들에게도 과거와 같은 교훈과 가르침을 준다.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 할 수는 없으나, 따져들고 보자면 '질서, 정리' 정도로 볼 수 있다. 공자는 기원전 551년 사람으로 춘추전국시대 사람이다. 사회는 봉건 질서가 무너지고, 하극상이 빈번했다. 합리적이지 않거나 상식적이지 않는 것들을 싫어 했다. '죽음'과 같은 추상적인 것 보다는 '삶'에 촛점을 맞추고 배움과 깨달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질서한 시대를 살던 공자는 이런 사회에 회의감을 느끼고, 질서있고 합리적이며 정돈된 사회를 꿈꿨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각자의 위치를 알고 그 때와 본질을 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그 사회적 지위와 관계 뿐만 아니라, 나이에도 걸맞는 사람이 되기를 가르쳤다. 15세(지학)가 되면 학문에 뜻을 두고, 20세(약관)이 되면 '갓을 쓴다'는 의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0세(이립)가 되면 마음을 확고하게 세울 수 있고, 40세(불혹)에는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 50세(지천명)에는 하늘의 뜻을 깨닫고, 60세(이순)에는 귀가 순해져 어떤 말에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으며 70세(고희)에는 아무렇게나 해도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서 50세는 절반 정도를 온 셈이다. 지학, 약관, 이립, 불혹을 건너왔으며, 하늘의 뜻을 깨닫는 시기다. 바쁘게 달려 온 삶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며 인생을 복기하기에는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나이다. 자신이 인생에서 뿌려던 50년의 원인이 서로 물고 물려 결과로 현실세계에 꽤 구현되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댓가와 업(카르마)를 받아들일 시기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에 '공자왈~, 맹자왈~'이라며 비꼬기도 하지만, 사실 공자는 '실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자는 자신이 살던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해, 질서와 정리를 주장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어려보이는 사람과 나이에 맞지 않게 들어보이는 사람, 선생답지 않는 선생, 학생답지 않은 학생, 의사답지 않은 의사와 같이 본질에서 벗어나 질서없는 것에 대해 공자는 지적했다. 현재 우리 사회를 따지고 보자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2500년 전, 청동기 시대의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읽으며 공감해고 배우는 이유는 현 시대에 대한 해답을 현 시대에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의 '노자'와 닮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노자'와 '공자'는 닮으면서도 굉장한 차이가 있다. 공자는 노자에 비해 조금 더 '현실적인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 '정치'에 대한 욕망도 충분했던 사람이다. 이에 노자가 보기에 공자는 '세속적 정치 욕망가'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둘다 '도와 덕'을 중요하게 여겼다. 도는 우주의 이치를 말하고 덕은 그것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어떤 현상과 사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일을 쉽게 한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숨겨진 이면이 있다고 착각하고 의심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규정한다. 하지만 '세상의 도'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현상과 상황이 일어났을 뿐이다. 쉽게 말하면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면 그것은 '운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 뿐이다. 갑작스러운 홍수가 났다면, '하늘이 노했다'가 아니라, 그저 비가 많이 왔을 뿐이다. 현상을 현상대로 보는 것은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로다.'라는 간결한 말로 정리 된다. 세상은 '빛'이라는 것도 따로 존재하지 않고, '어둠'이라는 것도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선' 도 '악'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어울려져 있으며 서로 섞이고 구분되며 둘이지만 하나다. 만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현상은 현상일 뿐이며 상대와 자신을 구분할 이유가 사라진 이런 우주의 규칙을 '도'라고 본다면, 이를 행하는 것을 '덕'이라고 한다. 공자와 노자는 모두 '도와 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음양이 하나지만 구분되고 만물이 하나지만 오행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덕도 크게 하나지만 다섯가지로 구분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이를 유교에서는 오상(五常)이라고 부른다. 이 오상은 세상 만물인 오행(목금화수토)와 연결된다. 인간은 '도'를 알아야하고, '덕'을 행해야 한다. 덕을 행하는 방법으로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가 있다. 이로써 사회는 정리되고 질서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공자의 철학이다. 피터팬 증후군처럼 나이가 먹어도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어린 마음으로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글퍼지고 서러워질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모든 것은 그 시기와 위치에 맞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질서가 사라져가는 요즘과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삶의 회의감이 드는 50세라는 중간의 나이에 자신을 다시 다잡고 정리하며, 질서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나의 나이는 아직 50세는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들이 모두 느끼고 지나갔던 50세의 나이에 느낄 감정을 조금 더 먼저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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