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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05. 2022

[소설] 얼마만인가. 참신한 세계관.강력추천

달러구트 꿈백화점 독후감


 아이와 자려고 누우면 책을 보기 어렵다. 불을 끄고 아이가 잠들길 기다리는 시간. 멀뚱멀뚱한 눈, 또렷해지는 정신을 모른 척하고 자는 흉내를 낸다. 아이가 잠에 들면 보고 싶었던 책을 펴기에 애매한 시간이 된다.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보다보니,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해졌다. 피곤도는 올라갔다. 예전에는 좋은 꿈을 꾸는 것이 하루를 살아가는 낙이었는데, 어느덧 '꿈'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낮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눈을 뜨고 난 뒤의 세상에 집중했다. '잠'과 '꿈'에 대해 소흘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잠을 줄여놓고 일상에서 잠을 찾곤 했다. 이 소설에서 언급된 것처럼,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곤 한다. 눈을 뜨고 해야할 것들이 많고, 눈을 떴을 때, 원하는 것들이 더 많다 보니, 우리는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되고 있다. 내면에서 얻을 것들이 없다보니, 잠자는 시간은 낭비이며 얼른 눈을 뜨고 움직여 얻어가겠다는 욕심만 가득하게 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설은 누워서 잠을 쫒던 시기 전자책으로 발견했다. 무심코 읽어내려간 첫 줄, 종이책이라면 신중하게 들여다 볼 '작가'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이 읽었다. 이 책의 소재가 뭔지, 누가 썼는지, 베스트셀러 인지, 사람들의 평은 어떤지, 전혀 확인하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본 책은 '외서'라 확신했다. 소설의 제목과 분위기가 그랬고 등장인물과 문체가 그랬다. 보통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는 것 처럼 독특한 소재였다. 과함이 없고 느슨함이 없었다.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판타지 소재지만, 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 중 하나다. 경제, 과학, 역사, 인문학 등의 책들만 읽다보니, 정작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할만 한 것들을 읽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페니는 '취업'에 성공한다. 그녀가 취업한 곳은 '꿈 제작사'들이 제작한 꿈을 판매하는 '꿈 백화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구매하고 다른 이들에게 선물한다. 이런 '꿈' 같이 순수한고 묘한 설정과 세계관의 책은 나이를 잊게 했다.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는 '어린아이스러운 것들'에 굉장히 멀어져 있었다.



 만화영화나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고 흔하게 듣는 아이돌 가수의 음악도 거의 듣지 않는다. 게임은 하지 않고, TV도 많이 보지 않으니, 점점 유행에 멀어지고 재미없는 삶이 '진짜 삶'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어릴적 나는 분명 이런 책을 읽고서, 몇 일 간이나 동공을 비우고 살았다. 비워진 동공으로 소설의 세계관에 망상을 했을 것이다. 이 소설이 한국 소설이라는 사실은 절반 쯤 읽었을 때, 등장하는 한국인들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같이 외국작가가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는지 의심을 하고 이어 읽었다. 요즘은 드라마, 영화, 음악에서도 한류가 확산되니, 문학에서도 그 영향력 뻗혔다고 확신했다. 나중에 '이미예' 작가 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굉장히 놀랐다. 이 세계관은 현실과 비현실을 반반 쯤 섞어 만들었다. 누가봐도 비현실인 부분에 어색함 없이 설명하기에 완전한 몰입이 가능 했다. 소설에서는 꿈을 구매할 때는 후불제로 결제한다.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은 꿈을 꾸고 난 뒤의 감정들로 값을 지불한다. 그러다보니 꿈에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영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소설 전반적으로 나온다. 영상화하는 일보다 글로써 더 흥미있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은 한 세계관의 장편 소설이지만, 구성은 단편소설과도 같다. 챕터마다 완전하게 분리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니, 집중력이 짧은 사람들도, 어린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에서는 꿈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짝사랑하는 이의 꿈을 꾸는 사람, 영감을 얻기 위해 고통을 받으며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 크리스마스가 되며 '산타'의 꿈을 꾸는 사람. 동화같은 설정 임에도 거부감 없이 읽힌다. 누군가는 유치하거나 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극적인 전개보다는 잔잔하고 묘한 분위기로 소설 마지막 까지 이어져 나간다. 소설의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소설의 거의 대부분이 설명된다. 말도 안되는 설정에, '대충 말이 되네'라는 이해를 하며 읽게 하는 설득력과 상상력은 '한국 소설'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어렵다는 편견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사실, 내가 선호하는 소설은 '외국소설'인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소설을 선호한다기 보다, 내가 찾아 읽고 재밌다고 느끼면 대부분이 외국 소설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번역체가 주는 단조로움과 직관적인 느낌에 익숙해졌다. 이 책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김훈 작가' 님의 단백한 문체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체를 사용하는 작가 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어쨌건, '딱'하고 떨어지는 문체에, 신선한 소재, '꿈'이라는 현재 내가 잊고 지내던 '명사', 소설의 전반에서 '꿈'과 '잠'에 대해 꾸준하게 언급되니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자고 따뜩해진다. 이야기는 특별한 기.승.전.결이 있지 않다보니 자는 시간에 가슴 따뜻하게 읽을 수 있다.



 '취업과 면접', '사랑'과 '꿈' 등 우리가 현실에서 고민하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이 해리포터와 같은 판타지 세계관에 들어가 있다. 소재와 세계관만 봤을 땐, 대한민국에서 판타지 소설로 끝나기 아쉽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처음 봤을 때, 그 정돈된 세계관에 놀랐던 적이 있다. 이 소설은 그 처럼 정돈된 세계관을 갖고 있다. 흥미롭다. 영화화하거나 드라마화(외국)하거나 외국어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대만과 같은 곳에서는 좋은 반응이 있다고 하지만, 영어권 국가로 나갔을 때,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는 아닐까 생각한다. 본 책은 2021년 상반기 교보문고와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2020년에는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2021년에는 부천, 창원, 포천, 남양주시, 용인시, 의정부, 대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글을 쓴 이공계 출신의 작가의 글은 참으로 문학적이었다. 이런 책이 우리나라 소설이라는 사실이 내심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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