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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09. 2022

[계발] 혼자만 알고 싶어 리뷰하지 않은 유일한 책

세이노의 가르침


 신나게 돈을 벌었던 기억이 있다. 그닥 뭘하지도 않았는데, 급성 맹장염으로 병원에 누워있는데도, 통장에는 하루에 적게는 수 백, 많게는 수 천 돈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를 반복했다. 통장에 얼마가 쌓여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커다란 목돈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얼마를 벌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정신이 없었다. 통장으로 돈 들어오고 나가는 알림을 '무음'으로 바꾸고,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굉장히 무서운 사실은 수 개월 후에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세금'이었다. 아주 짧은 기간 나를 스치고 지나갔던 돈에 대한 세금 문제를 정리하는데 나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금의 무서움을 알고 난 뒤, 무지함이 얼마나 바보같이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지 깨달았다. 그 뒤로 수 년이 흐르고 '세금' 무서워 사업하지 못하는 무지의 시간을 한참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하게 '세금'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때 회계에 관한 기초 서적을 하나 구매했는데, 그 책에는 '세이노의 말씀'이라며 짧은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세이노? 뭐하는 사람이지? 일본 사람인가?' 보통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나는 막연한 궁금증으로 그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했다. 그러자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이 한 권 나왔다. 가격은 저렴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예스24에 이름을 검색해 넣었다.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이상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겨우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판매하는 분을 만났다. 그 분에게 이 책을 비롯해 몇 권의 책을 함께 구매했다.



 도착한 책은 제본이었다. 학창시절 학교 선생님은 굉장히 좋은 문학책인데 절판된 책이 있다며 제본으로 된 책을 학생들에게 권한 적이 있었다. 그저 그런 표지에 저자소개도 없다.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생각하며 흔한 중고사기를 당했다고 여겼다. 책은 넓고 두껍고 글은 가득한데 500페이지나 됐다. 누군지 증명도 되지 않은 '세이노'라는 사람이 망상으로 써 놓은 글을 그토록 시간 내어 읽어야 할 이유가 나에게 없었다. 그 뒤로도 이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너무나 무료하여 이 책의 목차를 살폈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법', '사랑하는 법', '학력, 학벌, 자격증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음... 감히 다시 말하자면, 모든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엄청난 비서를 얻게 된 것 마냥, 아무에게도 이 책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책은 시원 시원했다. 욕도 있고 정치에 관한 신념부터 이슈화 된다면 분명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내용까지 서슴없이 적혀 있었다. 흔히 '출판'이라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선 걸러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써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여과없이 그대로 노출했다. 이런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가 떠오른다. 감히 말하자면 '세이노의 가르침'은 그 상위가 된다고 확신한다.



이 책은 비매품이다. 판매하지 않는다. 출판사의 홍보도 필요없고 작가는 '판매부수'와 명예를 위해 입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읽다보면 '헉'하는 순간이 적지 않게 나온다. 설령 '세이노'라는 인물이 내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적어도 살아가는 지혜와 돈 버는 지식의 모든 것이었다. 좋은 책을 읽다보면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기 마련이다. 또한 왠만해서는 '나 이런 책을 읽은 사람입니다.'라는 지적 허영심도 내뿜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수 번이나 돌려보고도 지금껏 언급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사실상 지극한 이기심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책이지만, 나의 주변에서는 이 책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허다했다. 사람은 '익명'이어야 가능한 것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익명성을 이용하여 거침없다. 우리의 주변에는 입 발린 좋은 이야기가 많다.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공부하여 학력을 높이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며 성실함과 공정성이라는 정의, 세금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 선거에서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자칫 이름을 걸고 말하기에 위험부담이 있을 만한 이야기가 상당하게 적혀 있다. 우연히 어떤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 혹은 유튜브에서 유명인이 했던 이야기들 등 이 책은 모두를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이 아닌, 거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방금 읽어 버린 문장에 대해 기억하지 못할까 싶은 두려움이 앞서는 책이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보고서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고 이미 읽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감히 말하건데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거의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 중 최고라고 확신한다. 책의 저자는 백 번 중 백번을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여러 실패의 경험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글은 순한 맛의 여러 계발서와 입바른 소리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뼈때리는 직설'을 한다. 만약 이 책을 한 번 읽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은 읽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을 두 번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 책을 곁에두고 꾸준하게 읽는다면 사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지금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이 책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하고 나를 위에서 밑으로 내려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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