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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13. 2022

[계발] 미니멀리스트_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 측두엽이 활성화된다. 측두엽은 말 그대로 머리 양쪽 옆에 위치해 있는데, 측두엽은 언어와 기억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슬로건을 통해 물리적으로 브랜드를 각인하면 우리의 뇌는 패턴을 탐색하는 기질을 갖고 있어 무의식적으로 누출된 정보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이처럼 뇌를 이용한 마케팅을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고 한다. 뇌과학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 '잠재구매력'을 심어 넣는 마케팅 방식은 현대에 와서는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 할 수 있다.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이처럼 언어 자극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넌지시 내용을 알리는 것을 '암시'라고 한다. 이런 암시는 반복에 의해 이뤄지고, 받아드리는 심리는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이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이는 일종에 '최면'상태와 비슷하다. 이런 정보들은 무의식에 떠돌아 다니며 심신을 혼돈시키고 이상을 방해한다. 예전부터 이를 불교에서는 '번뇌'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기에는 욕심과 어리석음이 있고, 성냄의 3가지 독이 괴로움의 근본이라고 여겼고, 이것은 눈, 코, 혀, 귀, 몸, 뜻 6가지의 입구로 흘러 들어와 마음을 산란 시킨다고 여겼다. 스님들은 따라서 수행의 목적을 '이고득락(離苦得樂)'으로 여기고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기 위해 속세를 떠난다.



 인간의 행복과 괴로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불교는 사실 '종교'보다 '철학'에 가깝다. 이를 연구하던 '스티브 잡스' 또한 선불교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젊은 시절 인도로 떠나 선불교에 대해 공부하고 여기서 깨달은 철학은 그가 '애플'의 '아이폰' 등의 제품을 만드는데 영감이 되기도 했다. 세상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쉽게 피로하다.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이 많이 돌아가고 있으면 컴퓨터가 느려지고 열이 발생하며 금방 고장이 나듯,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을 돌리느라 금방 지치고 번아웃(burnout)상태에 돌입한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머니멀리스트'의 삶을 꿈꾼다. 세상은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우리 무의식 속으로 침투한다. 우리가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들의 대다수가 '수익'구조를 '광고'로 갖는 이유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또한, 무료로 제공 받은 플랫폼을 통해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메신저, SNS, 동영상' 등 마치 자선사업이라도 하는냥 마음껏 퍼주는 무료들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익을 발생시키기에 지금과 같은 거대 기업이 되었을까. 그들의 주수입원은 '광고'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그것들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그들은 광고주들의 매출을 향상시키고, 매출향상은 다시 광고로 사용된다.



 이미 어떤 것이 광고이고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해 있는 여러 마케팅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무의식 어딘가에 '사고 싶다'는 욕망 덩어리를 껴앉고 살아가는 셈이다. 현대인들이 '명상'과 '멍때리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비슷한 이유에서다. 부유물과 침전물이 소용돌이치는 심리에 섞여 마음이 가져야 할 '투명함'을 잃게 만든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투명하게 만드는 이런 부유물들을 관찰하며 침천물이 가라앉히고 부유물은 뜰 수 있도록 잔잔한 기다림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이런 부유물과 침전물들이 심리 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스님이 머리를 깎고 번뇌를 피해 산으로 갔듯이, 우리 또한 우리를 자극하는 여러가지들로 부터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꿨던 기간은 꽤 길다. 스마트폰을 정리해 보기도 했고 메신저를 모두 탈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현실에서 이런 '미니멀리스트'는 제약이 많다.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나는 크게 불편하지 않을지라도 상대가 커다란 불편함을 갖는다.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동하는 어디서나 QR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물론 수기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기도 하지만 이외에 거의 대부분의 행정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갔다.



 정말 스님이 되지 않는다면 피하기 어려운 번뇌를 그나마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역시나 이 도서 구매로 이어졌다. 예전에 "'진짜'는 '심플'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령 사기꾼 일수록 말이 많고, 가짜일 수록 화려하며 본질이 없을수록 복잡하다. 스티브잡스의 철학은 '본질'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은 갖고 다니기 편리하고 쉬워야 한다는 본질을 충족한 것이다. 컴퓨터를 설치하려면 설치 기사가 내방하여 복잡한 선들을 연결해주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설명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직관적으로 사용가능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만의 한 노트북은 터치패드로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하여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일본의 노트북에는 아직도 CD룸이 있다. 도무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는 기술들이 제품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철학과 본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집에서 김치찌개와 초밥을 판다면 우리는 그 중국요리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는다. 백종원 대표가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것 또한 '메뉴를 단순화 해라'다. 삶에 복잡함들이 많으면, 자신의 삶에 본질을 놓치기 마련이다. 책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거나 다른 책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도 상당하다. 뉴로마케팅이 나에게 했던 것 처럼 역으로, 반복적인 노출을 한다면 조금더 측두엽으로 '심플해야한다'는 철학이 스며들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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