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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23. 2022

[일상] 하루에 1이라도 곱하지 않으면

아무리 여러 해 이어도 0이된다._인플루언서 글쓰기 정지중(D-13)

 나이 어린 천재에 열광하던 시기가 있다. 남들은 노인의 나이에 이룬 것을 이미 어린 나이에 모두 달성한 이들에 대한 동경이 있던 적이 있다. 가령, 기사에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하는 '천재들'이 그렇다. 누군가는 어린 나이에 완벽을 경험하곤 한다. 도달이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정쩡한 나이에 깨달았다. '영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에 출연하는 애띤 얼굴의 출연자들을 보며 '멋지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직 친구들과 '술집'에 있어야 할 것같은 세계적인 부호에 올랐다는 기사를 접할 때도 그들을 접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어린 나이에 도달하고 누군가는 늦은 나이에 도달하고 누군가는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절대적인 시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로 따지고 보자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이 이유는 '복리작용' 때문이다. 누군가는 달리는 속도에 조금씩 더 가속을 하고 누군가는 가다가 멈춘 0의 속도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넣는다. 결국 이미 달리는 속도에 조금 더 가속하던 이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값을 꾸준하게 곱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중간에 '0'을 곱하면 모든 값은 초기로 돌아간다. 자기계발이란 단순히 그런 원리로 작동할리가 없지만, 분명 이용할 때는 이런 사고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모든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1만이라는 어드벤티지를 준다. 이어 10%씩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딱 하루, 뭐 어때?'는 사실상 모든 값에 '0'을 곱하여 어드벤티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면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하루'가 아니라, '쌓여 있는 모든 디폴트값'이다. 결국은 노력한 절대적인 시간이나 날자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외모지상주의'를 연재하고 있는 웹툰작가 '박태준' 님은 2020년 8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각과 후각이 사라지고 열이 평균 38도인 상황에서 그는 기침과 근육통을 호소하며 연재하던 웹툰 작업을 쉬지 않고 연재했다. 그는 하루 한시간 오한을 겪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도 휴재를 하지 않고 건강하던 시기와 다르지 않은 작업을 했다. 

 'If a success in life, then A equals x plus y plus z. Work is x, y is play. and z is keeping your mouth shut.' 

'A=X+Y+Z'이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설정한 성공 방정식이다.

 A를 성공이라고 설정한다면 X는 하고 있는일, Y는 즐기는 것, z는 입 다물고 지속하는 것이다.

 다른 여자아이들이 숙소에서 수다를 떨거나 잠에 드는 시간, 그녀는 자는 척을 하더니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발레옷을 갈아입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달빛을 조명 삼아 발레 연습을 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이는 발레리나 강수진 님의 일화다. '단 하루'는 단순히 하루가 아니다. 지속하여 쌓아오던 공든탑의 가장 아랫부분이다. 단 하나의 블록 쯤이야 발로 걷어차도 대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 하나의 블록은 그 위로 수많은 블록을 지지하는 지지대였다. 변명을 하자면 한없이 많다. 크리스마스, 설, 추석, 제사, 모임, 질병, 전쟁 그 모든 것은 사실 변명이다. 가혹하지만 사실상 모두 변명이다. 무언가 하기로 했던 이들과 약속에서 지키지 못하던 이들이 항상 가지고 왔던 것은 '대안'이 아니라, '변명'인 경우가 많다. 약속시간을 늦은 사람은 헐레벌떡 오면서 비슷한 말들을 한다. '버스가..., 지하철이..., 시계가...,' 피치못한 사정이란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렇게 높은 확률로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믿진 않는다. 

 1890년 2웡 25일 마이러 헤스는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영국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프랑스, 미국을 순회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던 피아니스트다. 그녀는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고도 매일 연주회를 열었다. 그는 전쟁 중에 텅빈 내셔널 갤러리 건물에서 연주를 했다. 2차 세계 대전기간에는 저녁시간에 열리는 음악 공연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음악 공연은 조명이 밝아 폭격의 대상이 되고는 했다. 마이러 헤스는 전쟁기간 중에 저녁 시간을 피해 점심 시간대로 공연을 열고 6년간 꾸준히 연주회를 이어갔다. 

 그렇다. 피치못할 사정이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일들이 너무 빈번하고 쉽게 일어나며 그렇다고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문제다. 간혹 나의 이런 강박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가령 차량고장으로 장거리 약속에 늦어 불가피하게 택시를 이용하여 수 십 킬로를 이동한 적도 있다. 단순히 몇 분 늦지 않기 위해 급한 결정을 했으나, 되려 상대가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상대의 시간을 우습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시간 또한 우습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이 우스운 것은 결국 본인의 인생으로 값어치를 지불한다. 다만 그런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시간도 우습게 변한다. 결국 그런 이들을 서서히 멀리하며, 그들을 위해 내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 회의감이 느낀다.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군가의 시간을 소중하게 하고 있는가. 또한 그들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나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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