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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24. 2022

[역사] 악이란 무엇일까_악을 기념하라

 If you don't like a rule... Just follow it... Reach on the top... and change the rule. -Adolf Hitler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따르십시오. 정상에 올라서면 그 규칙을 바꾸세요. -아돌프 히틀러) 

 '보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김성환'작가 님의 '악을 기념하라'라는 책을 읽었다. 글은 말 그대로 '악을 기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일정이 바쁘다보니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굉장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이다. 대체로 '악'을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선'과 '악' 구별하는 것 또한 '죄악'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다수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 어떤 사건에 대해 이를 기념하고 잊지 않도록 보존하는 것에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악'이란 무엇일까.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는 것은 '악'에 속할까. 이순신 장군이 왜적 십 수 만 명을 죽였던 것은 '악'일까. 전쟁을 멈춘다는 명목으로 떨어뜨린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선'일까, '악'일까. '악'을 규정하는 것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가치관과 역사관의 문제가 발생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수의 합의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이또한 '절대적 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다수가 분명하게 '악'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인류가 기념하고 학습하자는 의미로 이 책은 너무 좋다.

 1942년 절명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는 4개의 가스실을 만들고 유대인을 대량학살하기 시작했다. 아우슈비츠에서만 대략 90에서 125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됐다. 수감자를 학살하는 방식은 유해가스인 자이클론B(청산가스)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친위대원들은 수감자들에게 가스실을 목욕탕이라고 속였다. 그들은 탈의실에서 옷을 벗도록 했다. 부유한 유대인들의 소지품을 재활용하기 편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유대인들은 큰 저항없이 가스실로 향했다. 수 백명이 목욕탕으로 들어가면 문은 밖에서 걸어잠긴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샤워 꼭지에서 앞서말한 유해가스가 흘러나온다. 자이클론B(청산가스)는 무거운 속성을 지니고 있어 밑으로 내리고 바닥에 가라앉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뒤, 이 목욕탕 문을 열었을 때, 수많은 시신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또한 무기력하게 바닥 곳곳에 유대인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다만, 실제는 조금 달랐다. 가스실 문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사람으로 만들어진 작은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유는 공기보다 무거운 청산가스 때문이었다. 청산가스가 바닥에 가라앉고 얼마뒤 점차 차오른다. 사람들은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청산가스를 피하기 위해, 서서히 인간 피라미드를 만들며 높은 곳으로 올라섰다. 가장 밑에는 노인과 아이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여성이, 가장 위에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가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731 부대의 모성애 실험 또한 비슷한 영감을 준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아이를 지키는 엄마의 힘을 일본제국은 확인하고 싶었다. 마루타 부대는 엄마와 아이를 좁은 방 안으로 가두었다. 바닥의 온도를 천천히 높히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관찰했다. 실험 초기 엄마들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아이를 껴안고 버텼다. 실험이 계속되자, 극한의 고통 속에서 엄마들은 자신의 아기를 바닥에 깔고 올라가 고통을 피하려 했다. 이 처참한 실험이 끝나고 부대원들은 기록지에 이처럼 기록했다. 

'한계에 다다르면 모성애보다 자신을 보호하는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 실험을 주도한 책임자 '이시이 시로'는 결과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959년 병사했다. 끔찍한 실험과 역사가 만든 결과물들이지만, 그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하다'라고 설정해야 맞는 것일까. 인간은 극단에 몰리면 결국 자신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선택하는 본능을 가진 것일까. 자신이 살기 위해 나약한 노인과 어린아이를 밟고 올라서려 했던 이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악'한 것일까.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여라가지 감정과 생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 해석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모두가 각자의 몫이다. 악을 기념하는 방식에는 '해석'의 여지가 충분하게 있어야 한다.

 김영삼 정부는 조선총독부의 건물을 철거했다. 당시 정치는 '반일'을 이용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친일청산'에 치우쳐 있으며 상징적인 이벤트가 분명하게 있어야 했다. 인물청산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인물청산보다 조금 더 확실한 이벤트는 '건물 철거'였다. 당시에는 일제가 한반도에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으로 쇠말뚝을 박아 놓았다는 이야기가 확산됐다. 이어 일제가 박아 놓은 쇠말뚝을 찾아내자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것은 '김영삼 정부'의 사업이 되어 전국에 걸처 쇠말뚝 제거 작업이 펼쳐졌다. 이때 수거된 쇠말뚝은 전두환이 세운 천안 독립기념관에 전시됐다. 다만, 이 쇠말뚝의 목적이 '한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가 아니라, 토지 측량이나 등산로 안전설비의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조선총독부는 어찌됐건 대한민국 현대사에의해 철거됐다. 당시 이 건물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지어진 서양식 건물중 그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었다. 그것을 반드시 철거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반드시 부숴 없어 버리는 것이 악에 대한 철저한 복수인 걸까.

 고대 중국에서는 종종 '분서갱유'가 일어났다. 실용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모아다가 불을 태워버리고 살아있는 유학자를 땅속에 묻어버렸다. 당시의 '악'에 대한 '응징'으로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역사적 사료를 잃었다. 인간은 역사를 반복하면서 꾸준하게 상대의 기록을 부수고 파괴하고 태워버렸다. 그들의 이런 행위는 당시 그들은 '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곡하고 부수고 파괴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잘못인지 모를 것을 다시 반복하는 지도 모른다. 독일과 한국을 넘나들면 현재의 시선에서 악으로 규정되는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독재시대의 고문현장을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건축가'의 사상을 담은 건축물을 올리고 책임자가 말하고자 하는 감정을 철저하게 불러 일으키기 위해 고문을 받는 마네킹을 세워두는 것이 옳을까. 알 수 없다. 인생의 커다른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당시의 내가 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나의 일부이며 모습이다. 그또한 역사로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객관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한다. 책은 허투로 읽기에는 그 내용이 심히 좋고 생각할 부분이 많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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