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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31. 2022

[정치] 모든 시대는 신(神) 앞에 홀로 선다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에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의 오른쪽에는 왕당파가 앉았고, 왼쪽에는 공화파가 앉았다. 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왕당파'와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공화파'가 오른쪽과 왼쪽에 나눠 앉은 것을 시작으로 우익(우파)와 좌익(좌파)가 나눠졌다. 이 양쪽 중, 프랑스를 망하게 하기 위해 필사적인 쪽은 어디일까. 당시 우파와 좌파는 모두 프랑스의 미래를 심히 걱정했다. 테러, 반란, 분열, 전쟁 등의 위협에 노출된 프랑스를 적극적으로 구하기 위한 '왕당파'와 독점, 독재, 신분, 계급 등의 문제에 노출된 프랑스를 적극적으로 구하기 위한 '공화파'는 양쪽 모두 자신들의 '선'을 위한 최선을 다했다.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상대의 존재는 언제나 위협 그 자체였다. 이승만 망명(추방), 박정희 피살, 전두환 구속, 노태우 구속, 노무현 자살, 이명박 구속, 박근혜 구속.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년은 모두가 알다시피 좋지 못하다. 좌와 우를 떠나 어째서 그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가. 이성계가 새로운 조선왕조를 세우고 고려왕조가 멸했다. 당시 이방원은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시조를 읊었다. 


-하여가

이러한들 어떠하리

저러한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와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이에 정몽주는 다음과 같은 시조로 답을 했다.


-단심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정몽주는 사실상 조선의 입장에서 '회유'가 됐다면 함께 하고 싶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정몽주는 고려 후기 1360년 문과에 장원급제한 인물로 빈민구제와 교육진흥에 힘쓴 인물이기도 했다. 정치의 아쉬움이 보여지는 대목이다. 1392년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철퇴를 맞고 사망한다. 태종 이방원은 정몽주의 아들인 정종성을 정식 복권해 줬다. 이후 그는 조선 조정에 출사하였으며 그의 딸은 정종의 5번째 아들인 선성군과 결혼하고 딸은 양녕대군의 장남의 첩이 됨으로써 조선 왕실과 인척지간이 된다. 이후로도 정몽주의 후손들은 대대로 조선 조정에서 벼슬을 하였으며 우의정을 지내는 이도 있었다. 정몽주의 묘 또한 경기도 용인시에 있다. 개성에서 사망한 정몽주의 묘가 용인에 있는 이유는 그의 후손들이 정몽주의 묘를 이장하기를 조선 조정에 요청했고 이를 어명으로 기꺼이 허락하여 지원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왕골의 터로 왕들이 묻힐 장소로 정해둔 곳인데, 이 곳에 정몽주의 묘가 들어왔다. 시대마다 안타깝게도 사라져야하는 존재들이 분명하게 있다.


 정치를 '절대악'과 '절대선'으로 보게 된다면 '역사'에서 끊임없는 모순에 부딪친다. 정조대왕는 정약용을 깊게 총애했다. 정약용은 정조의 승하 후에 유배를 떠난다. 그리고 자그마치 18년 간 유배생활을 한다. 세종은 자신이 총애하던 장영실이 수레를 잘못 만들었다는 이유로 태형 80대를 내리고 쫒아버렸다. 선조는 이순신 장군을 시기한 것으로 많이 알려졌으나 실제로 종 6품에서 정 3품으로 8계급 승진 시키는 초특급 인사를 했다. 이에 온 조정과 대간은 물론 류성룡까지 반대했다. 정읍 현감에 있던 이순신을 진도 군수로, 가리포첨절제사로, 그리고 다시 전라좌수사로 초고속으로 승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불러 고문했고 이순신은 자신의 존재를 알았는지 전쟁 중 사망했다. 수 백 년의 역사를 보자면 '정치'란 그렇다. 단지, '선'과 '악'으로 구별할 수 없으며, '시기'와 '질투'만으로도 작동되지 않는다. 영화 '광해'를 보면 정치의 본질을 뚫는 대사가 하나 나온다. 


'정치란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받는 것. 정치란 그런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정치일 뿐이다.' -광해, 왕이된 남자 中


'광해, 왕의된 남자'에서 광해는 중전의 폐위, 중전의 오빠에게 역모의 누명을 씌워 제거하려는 국문의 요구와 대동법의 폐지 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정치'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인가 '악'인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인가 '악'인가, 그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는 상대의 존재가 위협이 되는 시소 같은 것이다. 누군가가 올라서기 위해서 누군가는 내려가야 한다. 모두가 올라가고 모두가 내려가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올라가기 위해서 상대가 내려가는 메커니즘은 당연하다. 이것은 그냥 '정치'일 뿐이다. 그녀가 사면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것도 그냥 '정치'일 뿐이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정치라는 메커니즘은 역설과 모순을 피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상대가 커다란 위협이 될 때, 과연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11년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되어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는 등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다. 프랑스의 경우,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의 대만의 경우도 비슷하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 총통을 역임한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은 2008년 11월 11일 비밀자금 횡령 및 불법자금 세탁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징역 18년 6월과 벌금 55억을 선고했다. 물론 모든 대통령제 국가들의 대통령이 다 우리와 같진 않다. 


 우리사회가 이해관계가 상당부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유는 급변했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본다. 건국, 전쟁, 산업화, 민주화, 국가부도가 100년도 되지 않는 시기에 급하게 일어나다보니 해결되지 않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좌와 우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의 상대적 다수에 의해 선택받은 대통령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정몽주가 악이고, 이성계가 선인가. 이순신은 선이고, 선조는 악인가. 세종은 선이고 장영실은 악인가. 분명 이에 대한 해석은 역사와 신만이 알겠지만, 나는 그저 정치로 본다.



*제 글 밑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도서관련 '응원'도 '비난'도 원하지 않습니다. 책은 책으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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