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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02. 2022

[수필] 조금 더 편해지는 주문_그러라 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386세대들에게 하나의 상징적 노래가 된 '아침이슬'

이는 민주화운동의 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대표적인 민중가요다. 1970년 김민기 님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벌써 반세기(50년)이 넘은 노래다. 당시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상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민주화를 염원하는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노래가 됐다. 이처럼 의도치 않게 대중에게 선택받는 노래들이 있다. '이승철' 님의 '그런사람 또 없습니다'가 그렇다. 이 노래는 앨범 타이틀도 아니었다. 해당 음반의 12번째 트랙에 있던 이 노래는 여러 네티즌들에 의해 영상과 음악이 편집되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사용됐다. 대중에게 선택받는 노래는 작곡가와 작사가, 부른 이들의 특별한 철학을 기대하게 되다. 다만 양희은 님은 '아침이슬'이 민주화 투쟁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노래도 아니고 이것이 시위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솔직한 대답이 어딨을까. 그녀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대중의 몫이다.' 그녀는 자신의 노래의 사용에 대한 관점을 밝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수가 선택한 방향이 그 몫이라는 것이다. '이승철' 님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노래에 대한 생각은 알지 못하지만, 어쩐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여긴다. 

 반드시 정치와 엮기에 '양희은 작가' 님은 '역사'가 함께 했다. 그녀는 1952년 생으로 6.25전쟁이 마무리되기 전 출생했다.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전쟁, 유신, 국가부도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대부분을 지켜봤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감성적 공감대'를 유지시켜주고 현대에와서는 '아이유', '악뮤(악동뮤지션)' 등 후배 가수와 협업하면서 또한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대중의 목소리를 대신 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목소리를 '양희은' 님의 목소리로 대신 충족했다. 그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그에 맞는 영향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세상 모든 고수는 초야에 묻혀 조용히 계신다는 걸 알기에 두렵습니다'라고 하며 자신은 낮춘다. 자신의 음악에 관한 철학을 돌이켜보고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한다. 이런 자세가 거짓이 없다는 것이 책을 통해 여실하게 들어난다. 책의 앞부분에 '양희은 작가' 님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글이 적혀 있다. 직설적이고 독하게 말할 것 같지만 언제나 따르는 후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진실됨과 인간성이 느껴진다. 

 '그러라 그래'라는 책 제목을 듣는 순간, 책의 작가가 '양희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무조건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간혹 예능 프로에서 '희화'되는 말이지만, '그러라 그래'는 어느 순간에나 명쾌한 해답이다. 사실상 남들의 시선에 의해 평가 받는 대중가수라는 타이틀이라, '타인'의 이야기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원치 않던 의도로 악플이 달리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책의 제목처럼 읊조렸을 것이다. '그러라 그래', 사회적 이슈 뿐만 아니라 개인적 이슈에서도 우리는 해결하지 못할 수많은 난제를 맞이 한다. 제 멋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라고 여겨 질 때면, '그러라 그래'하고 초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을 넘기면서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에는 그만큼이나 많은 '해답'이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이들에게는 아무런 해답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삶의 우여곡절이 많은 이들은 그만큼 많은 경험과 해답이 있다. 그녀는 해당 책의 한 페이지에서 이처럼 이야기 했다.

'고백하건데,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결핍'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 이왕이면 깊게, 남들과는 다른 굴절을 만들며 세상을 보고 싶다.'

 매상황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쌓아둔다. 우리는 그것을 해결해가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답답해 한다. 다만 모든 일을 해결할 때, 감정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상황을 상황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변화해야 할 사회 문제는 '분노'에 차오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되, 상황을 차갑게 인지하고 움직여야 한다. 슬프거나 우울한 일에도 감정에 휩쌓여 있을 것이 아니라, 차갑게 상황을 인지하고 해답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쉽게 말하면 그렇다. 자신을 배반했던 누군가와 끝까지 인연을 함께 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되뇌였을 것이다. '그러라 그래. 나는 내 길대로 간다.' 남들이 보기에 미련하게 보여지는 모순에는 이처럼 상황을 상황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언' 따위 하나 없이 충분한 도움을 준다. 이에 송창식 님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그녀의 철학을 충분히 대변했다. '자꾸 사람을 가르치려고 들면 그때 그만둬' 요청하지 않은 도움은 '참견'일 뿐이다. 그녀는 누군가의 인생에 참견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참견없이 충분히 위로하고 조언한다.  만나뵙기 어려운 누군가들의 소중한 경험과 생각을 배울 수 있는 '책'. 그래서 '책'이 가장 완전한 스승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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