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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1. 2022

[생각] 왜 건조하면 안되는가_불멍가습기(내돈내산)

 겨울이 되면 항상 코가 간지럽고 코피가 많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는 도중에 코피가 나는 일이 적지 않다. 아이들은 코가 막히다며 약국에서 처방받은 스프레이를 머리맡에 항상 두고 지낸다. 이유를 잘 몰라서 병원을 가도 '비염'이 있다는 처방만 듣고 돌아온다. 이래저래 비염에 대해 확인해보니 콧물의 분비가 적어지고 콧속이 마르면 건조성비염이 생긴다고 한다.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기능이 약해지는 건조성 비염은 오래두면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우리의 몸은 얼핏 보기에 물기가 말라보이는 껍질로 이뤄져 있지만 유분이 적당히 흐르는 껍질 밑으로 흥건하고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다. 기하학에는 토러스(원환면)이라는 구조체가 있다. 쉽게 말하면 도너츠 모양이다. 도너츠의 겉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구멍 안쪽으로 선을 그으면 한번도 때지 않고 겉에서 속으로 연결되는 것과 같이 토러스는 겉과 속의 구분이 없다. 쉽게말하면 겉과 속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겉이 곧 속인 구조물이다. A4용지를 보면 앞면과 뒷면이 명확하게 있다. 도너츠를 보면 가운데 구멍 안쪽을 '속'이라고 하고 구멍의 바깥부분을 '겉'이라 한다. 근데 어디서부터 '속'이 시작되고 어디부터 '밖'이 되는지 그 경계를 구분하는게 매우 모호해진다. 사실 겉이 곧 속이고, 속이 곧 겉이라는 철학의 일원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겉과 속은 결국 하나나 다름없다. 

 인간의 겉은 끊어짐 없이, 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도너츠와 같이, 모호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럼 완전하게 둘러 싸고 있는 표피 중 '속'과 연결되는 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무수하게 많다'. 땅구멍부터 시작하여 입, 콧구멍까지 그렇다. 혀가 움직이는 입을 예로들어보자. 입의 구조를 보면 말랑 말랑하고 붉은 색을 띄고 있는 입술이 있다. 아주 얇은 막으로 이뤄져 있다. 조그만 막에 상처만나도 금새 피가 난다. 입술은 마치 도너츠 처럼 어디서 부터 '겉'이고, 어디서 부터 '속'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술의 안쪽에는 침으로 항상 촉촉하게 유지되어 있다. 입술은 입을 다물게 하여 건조하지 않도록 돕는다. 속으로 연결되는 굉장히 큰 입구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콧속은 그렇지 않다. 호흡을 위해 코는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콧속은 환경에 따라 쉽게 건조된다. 건조된다는 것이 생물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음식의 조리법을 살피면 쉽게 알 수 있다. 소화를 쉽게 시키기 위해 인간의 조리법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불을 이용하여 동, 식물의 세포 분자구조를 인위적으로 파괴시켜 연하게 만들거나 건조시켜 부서지도록 만든다. 

 건조하는 방식에는 여럿이 있다. 자연건조, 열풍건조, 동결건조, 냉풍건조 등이 그렇다.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던 식품을 건조하여 쉽게 부숴지도록 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 중 '가루수프'가 들어 있는 제품들은 대게 동결건조를 통해 고체를 '가루화'한 것들이다. 어떤 생물이던, 집채만한 동결건조기 속에 집어 넣으면 손가락으로도 쉽게 부술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다. 즉, 분자구조가 변형된다. 우리를 고귀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지만, 우리의 몸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면 분자구조는 변형된다. 건조한 환경에서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콧속의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가벼운 자극에도 금방 상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상처로 균이 들어간다. 가수들을 보면 항상 가습기를 옆에 두고 산다. 목과 콧속으로 공기의 유입량이 높은 직업군일수록 습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기가 드나들다보면 쉽게 건조해 지기 쉽고 건조하면 상처에 취약해지고, 상처가 발생하면 균에 의해 쉽게 병에 걸린다. 우리의 피부도 건조하면 상처에 쉽게 노출된다. 굉장한 동안으로 알려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의 진행자 '박소현' 님은 평소 다른 것보다도 '습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안의 비결이 수분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마찰열을 이용하여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시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찰열은 다른 물체와 접촉하면서 생기는 '열'을 뜻한다. 온도의 상승은 표면장력과 반비례한다. 즉, 수분이 높을수록 마찰열이 적어지고 분자구조가 상하는 일이 적어진다. 물을 많이 마시고 가습기를 주변에 틀어 놓는다는 것은 내일 먹을 감기약을 줄이는 보약과도 같다. 어쩌다 건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건조하지 않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바다. 건조한 상황을 피하면 아침에 눈이 뻑뻑하거나 코가 막히는 일이 적어진다. 감기가 걸리거나 코가 간지럽거나 코피가 나는 일도 적어진다. 제품은 밑에서 LED 불빛이 나오고 수분이 나온다. 불꽃처럼 예쁘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내가 켜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자꾸 켠다. 재미있는 장난감이지만, 아주 미세하게 습도를 올려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다만 크기가 조금 적고 물 용량도 200ml 밖에 안된다. 또한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꺼저 버린다. 사실상 가습의 용도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저 예쁜 장식용으로 구매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잠을 잘때, 머리맡에 두면 그나마 조금 효과는 있을 지 모른다. 단점과 장점은 꽤 많아 보이는데 모두 적기는 힘들다. 쓰다보니 가습기에 대한 내용이 아닌 글이 길어졌다.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 더 길게 쓰기 힘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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