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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12. 2022

[인문] 건축은 생물이다_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서현의 집'이 등장한다. 바닷가와 산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집은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수 분 거리에 있다. '서현의 집'은 '서귀포시 남원'에 위치하는데, 남쪽바다를 볼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되고 비슷한 집들이 주변에 많이 들어섰다. 남쪽 해안가를 따라서 커다란 창이 바다 쪽을 향하고 잔디가 심어진 정원이 목조 집 앞에 위치한다. '제주라이프'를 꿈꾸는 외지인에게 환상적인 구조의 이 집을 현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해안도로를 따라 멋지게 지어진 집들을 볼 때, 제주인들은 두 가지를 걱정한다. 

 '저거 바닷바람 심할 텐데...', '습한데 괜찮으려나....'

그간 제주에는 목조주택이 제법 지어졌다. 보기 좋은 목조주택은 그러나 많은 문제가 있다. 제주라는 섬의 특성상 4계절이 습하고 바람이 세차다. 해안에 가깝게 지어진 집들은 태풍이 오는 여름에는 일부 마당이 침수되기도 하고 짠 소금기 먹은 습한 공기는 창문을 타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영화와 같은 뽀송 뽀송한 제주 바다를 볼 수는 없다. 제주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예전부터 '방풍낭'이라는 것을 '밭'과 '집' 주변에 많이 심었다. '방풍낭'은 바람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심어진다. 여기에는 '삼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등'이 쓰이는데, 이 것들 때문에 제주에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도민들이 많다. 특히 '비염'이 일상적인 질환이니 '이비인후과'를 제주에 개원하는 것도 좋은 타겟일 수도 있다. 그만큼 습도와 꽃가루 때문에 창문을 크게 두는 것을 제주도민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아름다워야 할 창문에는 누런 꽃가루가 흉물스럽게 붙어 있게 된다.

 어느지역이나 그 지역에 맞게 끔, 건축물은 진화해 나간다. 마치 '다윈'의 '자연선택설'처럼 자연에 최적화 된 형태의 경제적 구조물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져간다. 대게 일본에서는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자연재해가 많은 탓에 일본의 고층 건물에는 내진설계에 비용이 더 들어가기에 '맨션(아파트)'보다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과 다르게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남쪽에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끼고 있다. 적도 부근에서 상승한 바닷물의 온도는 비구름과 태풍을 만들고 북상하여 한반도에서 비을 쏟는다. 이런 집중 호우와 풍부한 강수량으로 한반도의 땅을 밟으면 유럽에 비해 '흙'이 쉽게 묻는다. 고로 유럽에서는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문화가, 우리는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이런 자연의 환경의 차이는 각각의 문화를 '좌식'과 '입식'으로 나누게 했다. 바닥에서 생활하는 좌식문화와 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입식 문화는 '공간활용'에도 차이를 갖게 했다. 좌식문화는 시야가 아래에 위치하기에 가구가 많은 것을 답답하게 여긴다. 반면 입식 문화의 경우에는 가구는 매우 중요하다. 고로 침대나 의자, 식탁과 같은 가구는 매우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이자 소유물이 됐다. 우리의 경우에는 난방을 위해 '온돌'을 사용하고 서양의 경우에는 '난로'를 주로 이용한다. 이 환경에 문화에 맞지 않는 건축물들은 경제적이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 다수에 의해 조금씩 다듬어져 살아 남은 '자연선택'으로 건축물은, 그 환경에 거주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되어 온 것이다.

 지난 100년 산업화의 결과로 세계의 어느 곳이던 비슷한 주거환경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콘크리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건축자제를 어디서든 구할 수 있음으로 현대인들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건축물을 짓는다. 형광등이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현대인들은 햇볕이 드는 공간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진공으로 된 유리관에 수은과 아르곤 가스를 넣고 그 안에 형광 도료를 칠한 것이 형광등의 구조다. 여기서 수은 방전으로 생긴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꾸어 활용하는 조명기구다. 다만, 이 가시광선은 분명 자외선의 파장 대역과 다르다. 형광물질에 의해 가시광선으로 변환하긴 하지만 이 마저 유리가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사실상 형광등에서나오는 자외선은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형광등의 파장은 자연에서 발생한 태양광의 파장과 매우 다르다. 태양광은 다양한 파장을 갖고 있어, 생물에게 해독 작용과 면역력 회복, 체온 조절 등을 돕는다. 다만 고로 또한 형광등과 태양광에 노출시킨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에서 형광등 밑에 있던 쥐는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성격이 예민해지고 사나워지고 자연광에서는 그 수명이 2배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주거 환경의 차이는 육체적, 정신적 양쪽에서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했던 결과 학습태도와 성격의 차이가 현저하게 좋아지기도 했다.

 현대에는 '공간'의 개념이 한 차원 더 달라졌다. 우리의 학생들을 보자면 점차 '밖에서 노는 경우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노는 시간이 늘었다. 실제로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그 역사 중 90%에 가까운 시간을 '사냥'과 '채집'을 하고 보냈다. 우리는 정착하여 생활하기 보다는 더 넓은 공간을 이동하는 것에 더 익숙한 동물종이다. 그런 인간이 농경 생활을 시작하자 '공간 이동 본능'은 억업되었다. 이에 힘있는 이들은 '공간'을 획득하는 것으로 그 권력을 사용했다. 더 많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은 본능이다. 최근 학생들을 보면, '아파트', '학교', '지하철', '학원', '버스', '집'와 같이 갇혀진 공간 속에서만 지낸다. 이런 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공간을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찾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찾는 공간은 PC방으로 접속 가능한 '사이버 공간'이다. 대부분이 젊은 층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이동 본능'을 충족시킨다. 억업된 본능을 해소해주는 대표적인 게임은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의 월드 크기는 60,000,000*60,000,000으로 1블록의 넓이가 1m^2, 부피가 1m^3으로 계산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해보자면 이 게임의 지도의 넓이는 지구의 7배의 넓이를 자랑한다. 환경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과 환경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인간을 만든다. 결국 사이버 속으로 들어간 우리 인간은 어떻게 변해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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