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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1. 2022

[수필] 여느 과학자의 일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현대인의 사고방식은 종교를 벗어나 과학으로 향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는 어떤 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를 판가름하게 한다. 누군가 '하늘을 날았다'라고 주장한다면, 과학은 그것이 성립할 수 없는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낸다. 그리고 과학은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구별케 한다. 과학을 아는 것은 '진실'을 밝혀 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됐다. 과학자들은 예전 종교인들이 가졌던 '권위'를 가졌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등 권위있는 과학자의 말을 빌리면 상대를 설득하는데 커다란 힘을 갖는다. 현대인들이 과학에 믿음을 갖게 하는데는 '과학이 가진 불완전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이 대체적으로 피하는 단어가 있다. '100%', '무조건', '절대'와 같은 단어가 그렇다. 과학은 언제나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한다. 자신의 무지와 오판의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 놓는다. 알지 못하는 부분에 '알 수 없다'라고 말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라고 말한다. 과학은 모든 질문에 대답을 내리지 않는다. 상대의 물음에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권위를 생각하자면 '모른다'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모른다'라고 대답한다. '지구의 내부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현대과학은 대답한다. '모른다', '우주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대과학은 또 대답한다. '모른다', '지구 밖에는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과학은 다시 대답한다. '모른다'. 정확하고 완전할 것 같은 '과학'은 사실 불완전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진일보한 현대 문명의 인류가 과학을 믿는 까닭은 스스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솔직함 때문일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우는 '워렌버핏'은 투자원칙을 고수하되,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언제나 인정했다. 그의 투자 전략은 평가가 절하된 주식을 매수하고 적정 가치에 매도하는 전략이다. 2020년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주식이 '우수수'하고 떨어졌다. 이에 워렌버핏은 '항공주'인 델타 항공을 엄청나게 매수했다. 사람들은 그의 현안을 칭송했다. 일부 그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유도 불분명하게 '델타주'를 따라서 매수했다. 자신의 투자 원칙을 절대 굽히지 않는 워렌 버핏이었다. 그러지만, 언제나 자신의 선택이 틀릴 수 있음을 인지했다. 델타 항공과 같은 항공주 매입하고 얼마가 지나고, 버핏의 자산은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델타 항공'을 '손절매'을 했다. 당시 나스닥은 이미 장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었다. 같은 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그는 총 497억 달러(60조 6000억원)의 순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항공주 투자의 손실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투자 원칙대로 평가 절하되어 있는 주식을 싸게 매수 했다. 하지만 얼마 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 될이라고 봤다. 자신이 틀렸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그는 해당 순손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언론은 워렌버핏이 드디어 틀렸다고 떠들어 댔다. 최종적으로 버핏의 오판으로 총 6조원의 손실이 났다. 다만, 실수를 인정하고 빠른 손절매 후, 그는 애플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이후 버핏의 애플 수익률은 377%로 총 133조원의 가치가 됐다. 



 과학에는100퍼센트는 쉽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변에서 순도 99%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다만 과학은 99%를 100%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라도 물질 중 아주 작은 원자 단위의 불순이 섞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100% 순금은 없다. 순도 99%라고 표기된다.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가스의 순도는 99.999%(five-nine)다. 실험과 연구에서 사용되는 가스의 순도는 99.9999999%(nine-nine)다. 극도로 정제된 순도의 기술은 반도체에서 사용된다. 여기서의 순도는 99.999999999%(eleven-nine)이다. 얼마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절대 침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과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이 글은 굉장히 설득력있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리는 0.0001%가 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조선 조정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명청교체기에 누루하치가 중원을 장악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치 못했다. 미국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에서 설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흔치 않았고, 영국이 유로존에서 나가는 브렉시트도 현실성 없는 얘기였다. 



 예전 아이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의사 선생님께 간단한 질문을 하나 했었다. 대게 그런 경우, 둘러대서 이야기 하셔도 될텐데, 의사 선생님은 질문에 곰곰히 생각하더니 책꽃이에 있는 커다란 책을 뒤적이시며 말씀 하셨다. '그러게요.. 저도 한 번 확인해 봐야겠는데요.' 다음 병원에 방문 했을 때, 내가 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시 들을 수 있었고, 나는 그저 대충 둘러대지 않는 모습의 의사선생님을 신뢰하게 됐다. 과학자는 자신이 부족하고 불완전하다고 언제나 인정한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그것을 열등감이 아닌 호기심으로 해결한다. 이 해결 방법은 다른 인류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됐다. 책을 펴자자마자 심채경 작가 님은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로 시작하여 일관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거기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라고 적혀있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적혀있다. '실수' 또한 '실수다'라고 적혀있다. 이과적 이성과 문과적 재능이 아주 적절하게 섞여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플라이북에서 임의로 제공하는 도서 중의 한 권인데, 참 재밌고도 유익하게 과학자의 인간적인 고민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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