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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3. 2022

[생각] 파란 하늘, 금빛 대지_우크라이나에 대해서


"The fight is here, I need a ammunition, not a ride."


상대의 제 1표적이 되자, 미국은 그의 망명을 돕겠다고 했다. 거기에 그는 대답했다. '우리가 싸울 곳은 여기다. 나는 탈주가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


1919년 3월 1일, 한반도 통치를 일본에서 하고 있지 않았다면 혹은 국제, 국내 정세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면, 유관순 열사는 그저 꽃다운 나이를 아름답게 즐기고 있을 철없는 여고생이었을 것이다. 후한 말, 중국의 국내 정치가 그렇게 어지럽지 않았더라면, 건적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지 않았더라면, 유비(유현덕)은 탁현에서 돗자리를 팔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1592년 왜적이 부산포를 넘어 한양으로 진격하지 않았다면, 이순신은 조선의 전라도 동쪽지역 수군절도사로 정3품 당상관 품계 벼슬아치로 남았을 것이다. 상황과 환경이 위기에 쳐해질 때, 주변에 숨어있는 평범한 '영웅'들이 튀어 나온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은 국민을 웃기는 코미디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에서 독립하여 총 5명의 대통령을 선출했다. 1대 대통령인 레오니드 크라우추크는 통제정책을 펼쳐 국가가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려 했다. 이로인해 우크라이나는 가난해졌다. 2대 쿠치마 대통령은 10억 달러(1조 2천억원 가량)의 비리문제가 있었다. 3대 유시첸코 대통령은 외교력의 문제가 있었고 내부적인 지지율도 낮았다. 4대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친서방 시위단에 발포하는 등 대규모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탄핵 후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5대 포로셴코 대통령은 방산비리 문제와 탈세 문제가 있었다. 또한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세력에게 석탄 판매를 돕겠다고 하여 반역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국민들은 항상 심각한 표정으로 정치를 바라봤다.




 우크라이나 최고 대학인 키예프 국립경제 대학에서 경제학 학사와 법학 석사를 공부한 그는 17세에 코미디언으로 대뷔하여 TV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가 연기한 시트콤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2천 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을 웃기는 일로 그는 살았다. 그는 '인민의 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대통령 역을 맡게 됐다. 이에 '진짜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느냐'라는 질문을 받게 됐고 거기에 그는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41세에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밝힌 역대 최연소이자 코미디언 출신인 독특한 이력의 대통령이 됐다. 언제나 희극을 맞이 할 것 같은 그의 인생에서 느닺없이 '대통령'이 됐던 남자는 앞서말한 '유관순, 유비(현덕), 이순신과 같이 시대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됐다. 2022년 2월 24일 오전 11시 50분 러시아 대통령이 선전포고를 게시한 다음 날, 그는 고위 관료들과 수도 키예프에서 영상 하나를 찍어 올렸다.


 "좋은 저녁입니다. 여러분..." 으로 시작하는 영상은 우크라이나인과 함께 세계인들이 볼 수 있었다. 가장 인간다운 직업인 '누군가를 웃기는 직업'이던 그는 폭격 다음 날, '좋은 저녁입니다'라는 인사로 국민을 안정시켰다. 정치적, 경제적 명분을 따지기 전, 우리가 얼마나 인간다움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수도에 미사일 폭격을 하여 아파트와 유치원 등이 공격 당하는 상황은 '어떤 미래'를 그렸건 떳떳하지 못하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는 총 406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56만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푸틴은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푸틴이 얻고자하는 바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느나, 분명한 것은 이렇다. 손자병법의 손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잘하는 자는 먼저 적이 이길 수 없도록 한 다음, 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즉, 적이 이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내 역량'이고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적의 역량'이다.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나면 '방어 위주'로 나가고, 이길 수 있는 적을 만나면 '공격 위주'로 나가라는 것은 병법에서도 이르는 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미군이 개입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일단, 우크라이나는 미 국가 안보에 요충지는 아니다. 파병으로 인한 전선 확대로 미국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러시아가 전쟁을 발발하여 유럽과 갈등이 생기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대체한 미 셰일가스 판매 루트가 넓어진다. 러시아가 유럽과 가까워지는 일이 되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개입이 적극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또한 나토(NATO)와 러시아의 군사력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이 빠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나토회원국이 과연 보급과 지휘에서 '러시아'와 얼마나 비등한지에 대한 계산도 해 볼 수 있다. 나토(NATO)의 확장은 '러시아' 안보의 커다란 위협이었다. 즉, 손자병법에 의해 '내가 이길 수 있는 적'에는 '공격', '내가 이길 수 없는 적'에게는 '방어'를 취한다.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대중 무역 전쟁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꼼짝없이 당할 것 같은 위협에 공격을 해오는 것에는 '이익'을 생각할 여지가 적다. 국제 정세의 이해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역사는 그런 이유로 당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기론 했다.




 강대국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가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한반도 주권의 회복을 호소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파견한 헤이그 특사가 생각난다. 안타깝게도 당시 열강들은 그다지 자신들의 국익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발뻗고 나서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와도 같다. 우리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의 폭격을 생중계로 지켜보지만, 안타까워하고 침략국을 비판할 지언정, 선뜻 파병하여 돕자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우리 또한 불필요한 희생을 감수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국제 관계는 정말 비인간적인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리고 비인간적이게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보여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비인간적이게 그것을 애써 외면한다. 다수이 인간이 비인간적이라면, 과연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인간적인 직업을 가졌던 약소국 대표를 보며 인류 전체는 반성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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