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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3. 2022

[경제] 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샤오미처럼 by 윌라 오디오북


'샤오미'하면 무슨 단어가 떠오를까. 대부분의 사람은 중국 기업인 샤오미를 보면 '애플 짝퉁'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은 주가가 많이 내려와 있긴 하지만, 샤오미는 한때, 100조원을 넘보는 시가총액을 자랑했다. 지금도 샤오미의 주가는 56조 8천억에 이르며 이는 코스피상장 기준,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니스를 제외하고 그 규모는 없다. 샤오미는 흔히 '짝퉁' 혹은 '저가 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들은 혁신적 전략과 창의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창업 4년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때 창업주 레이쥔의 영상이 온라인상에 떠돌았다. 모습은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이었다. 그는 검정색 터틀넥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제품을 잡는 손과 제스쳐 동작까지 어딘지 모르게 '스티브 잡스'를 닮아 있었다. 대놓고 그들이 애플을 모방하고 있다고 밝힌 적은 없으나, 그들은 분명 '애플'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를 모방하여 성장하는 것은 얼핏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모방은 굉장히 똑똑한 전략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버거킹'은 대표적인 2등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시장에는 '퍼스트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와 '패스트팔로어(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쫒아가는 기업)'이 있다. 우리가 대부분 '퍼스트무버'를 동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패스트팔로워는 검증 된 성공기법을 쉽고 값싸게 얻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 낼 수 있다.

퍼스트무버인 맥도날드가 시장과 마케팅 연구에 비용을 투자하고 얻은 결과물을 '버거킹'은 손쉽게 얻어간다. 바로 '맥도날드 매장 옆'에 매장을 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퍼스트무버에 비해 패스트팔로어들은 실패의 여력이 없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장을 개척한 이들은 커다란 시장을 독점하겠지만 후발 주자들은 실패를 버틸 여력이 많지 않다. 그야말로 현명한 방법이다. 그저 무조건 따라하고 베끼기가 마케팅의 전부일 것 같지만, 샤오미는 나름의 팬덤을 만들고 시장과 시기에 적절한 마케팅을 이용한다. 대표적으로 '헝거 마케팅'이 그것이다. 헝거 마케팅이란 쉽게 말하면 '희소성'을 이용하는 마케팅이다. 준비한 초기물량을 적게 마련하여 상품이 조기매진 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량이 조기에 빠르게 매진이 되면,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크게 자극된다. 소비자는 수요대비 부족한 공급에 배고픔(hunger)를 느낀다. 이런 마케팅을 적절하게 이용한 것이 바로 '샤오미'의 전략이다. 샤오미는 신제품 초기의 판매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적은 물량을 준비하고 큰 투자를 감행한다. 이에 시장 반응을 실피고 중기에는 물품에 이윤을 남겨 판매하고, 말기에는 재고처리를 위해 떨이로 재고를 털어낸다. 흔히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곳을 가면 '식탁' 몇 개 더 비치할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기다리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치워버린다. 이에 '웨이팅'이 걸리면 사람들의 대중 심리는 다수가 줄서고 기다리는 일에 기꺼이 자신의 선택 권한을 양도한다.

그들이 하는 마케팅 기법은 또하나 팬덤 마케팅이다. 팬덤 마케팅을 생각해 낸 사람은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리완창이다. 그는 '미유아이'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펌 웨어를 출시하기 전, 소비자들에게 운영체제 개발을 참여 시켰다. 즉, 소비자가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샤오미의 팬덤 문화는 시작했다. 이런 팬덤 문화는 샤오미 성장을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이런 고객참여형 개발은 매년 샤오미 창립기념일인 '4월 6일' 더 돋보인다. 이들은 '미펀제(Mi Fan Festival)'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하여, 고객의 생각과 샤오미의 실적을 공개한다. 이 행사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서로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유대감을 확인한다. 무조건 '애플'을 따라하고 있을 것 같은 샤오미는 실제로 '애플'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화를 형성하며 차별성 만들어 낸다. 애플의 소통방식은 일방적이다. 샤오미가 애플을 무조건적 수용을 하고 있었다면, 이와 같은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샤오미는 굉장히 합리적이로 효율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Simple is the best'는 애플이 추구하는 디자인이다. 가장 단순한 것이 최고이며, 최고는 단순하다'는 디자인 철학은 샤오미에게 옮겨지며, 더 단순화된다. 샤오미의 디자인 철학은 다음과 같다. '디자인하지 않는 것이 디자인이다.' 샤오미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밋밋한 모습 그대로 제품이 출시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적효과를 위한 비효율적인 곡선과 직선 처리는 이후 제품 수리시에 커다란 문제점이 된다. 불필요한 불량률을 만들고 제품 수리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행위를 샤오미는 가만 두지 않았다.

'샤오미(xiaomi)'는 작은 쌀알이라는 뜻이다. 불경 중에는 '수미산 처럼 큰 공덕이 쌓인 작은 쌀알이 성난 파도를 잠재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창업자 레이쥔이 웨이보에 올렸다. 그는 쌀알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수미산 처럼 커다란 공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겉보기에 시시해 보이는 쌀알 하나지만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선, 수확을 위한 농부의 땀과 태양의 볕, 바람, 비가 골고루 공덕을 쌓아 올려야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날아오를 수 있다.' 어떻게 보여지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 뒤에 숨은 가능성을 살핀다는 것이다. 창업 5년만에 기업가치 200배가 성장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4위의 샤오미는 패스트팔로어를 넘어서 퍼스트무버로 거듭나고 있다. 마치 작은 쌀 한 톨 처럼, 이어지는 모든 인연에 감사해하고 감사함을 나누며,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바라보는 샤오미의 전략은 그저 '짝퉁'이나 '값싼' 전략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배워야 할 값 비싼 전략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날아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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