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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3. 2022

[역사] 이순신은 어떻게 탄생했나_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아주 오래 전, 중국 고대에는 '상(商)나라'가 있었다. 기원 전 1600~1046년 경, '상(商)나라'는 '은(殷)'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넓은 지역을 한 명의 군주가 통치하기 어려워 황제의 형제나 친척에게 그 땅을 나눠 통치하게 했다. 즉, 봉건제도를 택하고 있었다. '상(商)나라' 역시 황제의 친족에게 일부 지역을 나눠 통치했다. 그 지역 중 한 곳이, '주(周)'다. '주(周)'에는 성이 희(姬), 이름이 단보(亶父)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의 장남이 바로 '오태백(吳太伯)이다. 그는 나라를 일으키고 이를 '오(吳)나라'로 칭했다. 나의 성씨는 여기 양쯔강 근처에서 시작했다. '천자'로 부터 성을 하사받은 '오(吳)나라'의 왕이 뿌리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뿌리가 천자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1,000년도 넘으면서 '혈통'이라는 것은 의미가 사실상 없다. 16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조선 전체의 인구 중 '성씨'를 가진 이들은 10% 남짓한 수준이다. 즉, 대한민국에 있는 성씨 중 대부분은 '가짜 성씨'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 후기가 되면서 성을 가진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17세기에는 20%가 넘는 이들이 성을 갖게 됐고, 19세기 초에는 50%가 성씨를 가졌다. 19세기 후반에는 70%가 성을 갖게 됐는데, 20세기에 일제가 '민적법'을 시행하면서, 일본 순사들은 '성씨'을 원하는 대로 신청받았다. 즉, 집안 어른들에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혈통'을 의미하는 '성'에 대해, 나는 큰 의미를 부여 하지 않는다. 황족이나 왕족의 성씨를 자랑하는 성씨는 많다. 고구려하면 '고', 신라하면 '박', '석', '김', 고려하면 '왕', 조선하면 '이'를 비롯하여 그 밖에 왕족의 성씨로 혈통을 따지자면, '해, 부여, 진' 등 따질 수도 없이 많다. 즉, '의미없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보면 독특한 이름들이 많다. '스테파니, 제니, 마이클, 존 등'. 일부의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공부하거나, 교포로 생활하다 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시대마다 다르다. 더 큰 문명에 연이 닿아 있다는 것은 '명문'에 닿아 있는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감은 우월감과 소속감을 만들어낸다. 즉, 저마다 자신들의 성들은 모두 대단하다고 여길 것이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의 체계 하에 중국 문명을 숭상하는 소중화 사상을 가졌다. 나의 조상의 뿌리가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그 당시 사람들에게 자부심이 었을지도 모른다. 이순신 장군은 가난하고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커다란 위인이 됐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금수저 집안 출신이다. 이순신은 덕수 이씨의 집안으로 약 300년 이상, 조선에 엄청난 인재를 배출시켰던 명문 집안이다. 또한 그의 어머니는 '초계 변씨'로 이 또한 굉장한 인재들을 배출한 명문 집안이다. 이순신의 어머니의 정확한 이름을 확인하기 힘드나, 그녀의 성씨가 '초계 변씨'라는 점에서 당시 또한 굉장한 집안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혈통'은 지배계급에게 '명분'이 되곤 했다. 고로 당시의 성씨에 대한 해석은 과할 수도 있지만, 분명 해당 지배계급으로써의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남긴, '일기'에 따르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드나, 어머니인 '초계 변씨'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등장한다. 어머니와 자주 교류가 있었으며, 그 성향을 고대로 물려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위인'하면 꼽히는 인물 중, 이순신 장군과 함께 '세종대왕'도 있다. 세종대왕의 어머니는 '원경황후 민씨'로 남편인 이방원이 권력을 획득하는데 엄청난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녀는 '정도전'이 왕자들의 권력을 견제하려 들자, 집 안에 '무기'를 숨겨 놓기도 했고, 2차 왕자의 난에는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창을 들고 나가서 싸우고 죽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던 일도 있다고 한다. 그녀의 성격은 대장부스럽다고 평가 받는다. 조선의 왕비 중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의 영향이 아들에게 전이되지 않았을리가 없다. 이순신이라는 신격화 된 인물을 알기 위해선, '초계변씨'를 알아야하고, '초계 변씨'를 알기 위해선 '이순신'을 알아야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오직 모계로 부터 유전된다고 알려졌다. 즉, 외할머니, 어머니, 딸과 같이 모개로 전달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포 속에는 미토콘트리아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취식한 음식과 산소를 통해 생명활동을 하는 에너지를 생성한다. 우리가 취식한 음식과 산소는 화학에너지다. 이것이 열 에너지가 되고, 그것이 운동에너지가 되고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뀐다. 이 역할을 하게 하는 발전소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이런 생명활동의 필수적인 에너지 발전소에 '아버지'가 끼어들 틈은 없다. 이것은 오직 어머니에게서만 받으며 아이의 건강과 에너지에 큰 역할을 한다. 즉, '초계 변씨'가 아니라면, 이순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서는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초계 변씨'의 행적을 찾아 떠난다. 이름도 모르고 기록도 찾기 힘든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은 참 흥미롭다. 물론 도서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진 않는다. 임진왜란 당시, 초계 변씨가, 아들 이순신을 위해 물밑에서 노력했음직한 일들에 대해 '합리적 추론'을 해보기도 한다. 가령,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중에 '변씨의 가문'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물론 읽다보면, 너무 부족한 근거 탓에, 빈약한 근거라고 여겨지는 추론도 있지만 분명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추론들이다. 이처럼 접근이 색다르고 흥미로운 책들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특히 이 책이 더 애정이 가는 이유는 저자인 '윤동한 작가' 님의 이력 때문이다. 윤동한 작가님은 현재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으로 '역사'에 관한 학자가 아니다. 역대 부커상 수상자 중 최초의 흑인 여성이었던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세상에 내가 원하는 그런 작품이 없으니 내가 쓰겠다"라고 했다. 역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자신이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 없을 때,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직접 그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 버린다고 생각한다. 멋진 작가와 멋질 글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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