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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2. 2022

[리뷰] 애서가의 감성_북파우치 by 코코의 하루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서 용품에 욕심이 생긴다. 다른 취미에 비해 큰 돈 들이지 않는 취미라 사소한 사치를 부려도 좋다. 수제 북파우치를 제작하는 '코코의 하루'는 책을 담는 '파우치'의 철학이 멋있다. '책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이다. 해외에서 책을 구매하다보면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의 책의 크기가 그렇다. 대부분의 책들은 북커버가 얇고 종이질이 좋지 못하다. 커버 또한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책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우리나라 종이의 '질'이 좋고 '책이 예쁘다'고 하기도 하지만, 책의 본질은 '디자인'이 아니라 '내용물'이다. 외국도서는 컴팩트하게 한 손에 들려지는 작은 크기다. 종이는 가볍다. 다만 우리나라의 책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간혹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주변에 알려주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대부분의 외국서적의 경우 잘 들여다 보지 않으면 쉽게 책의 제목이나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책의 경우에는 '출판업'에 '미용'과 '자본주의'가 완벽하게 섞여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책은 스스로 자신이 선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갖 수사가 붙어 있고 책은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화려하고 강렬한 색조와 디자인이 선택된다. 그러다보니, 어딘가를 가지고 다닐 때, 다른 이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아주 커다란 가방 속에 책 4권이 들어가 있다. 킨들 오아시스(전자책) 한 권, 하이센스 A5 전자책 한 권, 자기계발서 한 권, 소설책 한 권이 그렇다. 나의 독서철학은 '병렬독서'다. 책은 '가장 그 책의 내용을 읽고 싶은 순간'에 펴서 봐야 속도감있게 몰입하여 진행하고 읽을 수 있다. 간혹 '책갈피'나 '펜'과 같은 도구를 들고 다니거나 핸드폰이나 자동차 열쇠와 같이 기타 잡동사니도 들고 다녀야 한다. 한손에 들 수 있는 크기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등산가방'같은 커다란 짐을 항상 들고 다닌다. '코코의 하루' 페이지에는 굉장히 다양한 디자인들이 있었다. 인친 님께서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도서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보내주신다 하여 내가 고른 북파우치는 '빨간색'이다. 나는 튀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될 수 있으면 빨간색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유는 이렇다. '내가 선택할 것 같지 않은 색깔이라서'다. 나는 가만히 두면 결코 내가 선택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일을 즐긴다. 흘러가는대로 두면 그저 그렇게 흘러갈 일들에 대해 뭔가 운명을 개척했다는 희열감 때문이다. 관련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독특한 성격이다'라고 말한다. 혹은 농담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는 진심이다. 나는 어쩐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을 즐긴다. 나의 주체적인 행동으로 인해 운명이 바뀌고 그로인해 세상이 아주 티끌같은 변화가 생겼다고 여겨 질 때면, 말로 설명하지 못할 희열감이 느껴진다.



 독서라는 취미는 참으로 고전적인 취미다. 아무리 크게 사치를 해려고 해도 엄청난 지출을 사용할리도 없고, 그것에 대해 의미도 사실 없다. 현대인이 독서를 취미로 한다면, 수 백 년 간, 인간 세계에서 '위대하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위인들과 같은 취미를 갖게 된다. 누구도 비싸고 명품 책 커버를 원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소소하고 고풍스러움을 즐긴다. 새하얀 명품 스탠드가 아니라, 감도 낮은 '촛불 감성'에 더 어울리고 수 백, 수 천 만원짜리 안마의 자가 아니라, 삐걱거리는 흔들의자에 앉아 읽고 싶다. 명품 자동차가 아니라, 나무 그늘 밑에서 읽고 싶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 달할 필요가 아니라, 스스로 완전히 주변에서 자유로워지는 몇 안되는 취미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안감까지 깔끔하게 짜여진 북파우치를 받고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집어 넣어본다. '지퍼'로 닫는 '꽉물림'이 아니라, 헐렁하니 단추에 줄을 걸어 닫는다.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고 그 무엇보다 '수제'라는 사실은 너무나 만족스럽다.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은 마치 '독서라는 취미'처럼 정성스럽고 세상 유일한 것을 가졌다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신학기가 되면서, 대학생들은 두꺼운 전공 서적을 안고 다닌다. 그냥 두툼한 백팩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들과 는 다르게, 지갑과 각종 소품정도만 들고 다니는 여대생들의 경우에는 '가방'에 책이 들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다. 그러기에 북파우치는 분명 좋은 소품일 거라고 생각한다. 보내주신 파우치에는 책갈피와 손편지가 들어있다. 이런 저런 아이템을 갖게 되고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책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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