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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4. 2022

[인문] 이 시대의 민주주의란_민주주의 공부

'갈등 없이 어떻게 합의에 이를수 있는가? 갈등은 열린 사회의 핵심이다. 민주주의를 악보로 표현하자면, 주요 테마의 화성은 불협화음일 것이다. 모든 변화는 움직임을, 움직임은 갈등을, 갈등은 열기를 의미한다' -솔 앨린스키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 민권 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하던 솔 앨린스키는 '민주주의'를 '갈등'과 '불협화음'의 체제라고 언급했다. 누군가는 그를 대중을 선동하는 좌파 선동가라고 불렀지만, 이런 모든 모습을 수용하는 것조차 어쩌면 민주주의일 것이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자 전 새누리당 대표최고의원인 김무성 전 대표는 당내 계파갈등에 대해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란 원래 불안정하고 비효율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합니다." 이 두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고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인 것이다. 대단한 정당이 집권하거나 훌륭한 지도자가 탄생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완성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항상 다리 길이가 달라 삐끄덕 거리는 의자 위를 조심스럽게 앉아 있는 것과 같다. 마치 어느 쪽 방향으로든 쓰러질 것 같은 곡예사의 막대기 위에 접시가 겨우 균형을 잡으며 돌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통합'이란 말은 사실상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여러 '자유의사'들 이곳으로 힘이 왔다갔다 번갈으며 반복한다. 그러나 이런 불완전한 체제임에도 민주주의는 현 세대의 대세가 됐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민주주의가 대세가 된 이유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6세기 조선에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천하는 공공의 물건이고, 특정 주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이다. 그는 '천하가 임금의 것'이어야 하는 대세를 거스렀다. '황해도 관찰사'가 선조에게 올리며 이 '사상 다른 이'를 고발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사건의 시작되자, 정여립은 체포 직전에 자살한다. 그러나 선조는 정여립과 연관된 이들을 모두 제거하기 시작했다. 2년 간 약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생각 다른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체제안정'을 하는 것은 전체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즉, '국민대통합'이라는 말은 자칫 위험하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민주주의는 효율적이거나 안정적인 제도는 아니다. 5년에 한 번 씩 전임 통치자가 했던 정책을 싹다 갈아 엎어 새로 시작한다. 사회적 비용이나 시간, 노력을 생각하자면 이처럼 비효율적인 정치방식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생각 다른 이들과 공존하며 너 한 번, 나 한 번, 권력을 이양하고 양도 받는다. 이는 스포츠 경기와 비슷하다. 상대방의 골대로 골을 넣는 방법은 상대 선수를 모두 총으로 쏴버리고 터벅 터벅 걸어가 넣는 일이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의 공은 일정한 규칙을 지키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바쁘게 왔다갔다 하며 승리를 한다. 심지어 같은 목표를 도달하기 위해, 같은 팀의 다른 포지션 누군가에게 서스름없이 공을 넘겨 준다. 우리 팀끼리도 서로 공을 주고 받길 바쁘게 하다가 결국 한 골 넣고, 한 골을 먹히길 반복하며 경기는 진행된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 심판, 관중, 선수들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뉴스에 아름답거나 멋진 이야기는 실리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의 대중보다 더 선한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욕을 먹는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후진적이거나 나쁘다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지만, 그 또한 '민주주의'의 한 조각이다. 지난 2021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워싱턴 DC의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이에 주 방위군의 투입됐다. 민주주의는 약속과 합의를 통해 비폭력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그나마 인류가 발견한 가장 선진적인 방식이다. 물론 우리의 과거 민주주의도 '폭력'과 '강요'로 얼룩져 있지만, 최소한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동경해오던 여타 선진국만큼이나 성숙해지고 있다고 믿는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 졌던 이낙연 후보는 상대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에 지고 난 뒤 이렇게 말했다.

"불만이 있어도 약속은 약속이고 합의는 합의입니다.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어떤 스포츠 경기더라도 '목적'에 '맹'자가 붙는다면 어김없이 '폭력'으로 이길 수 있다. '축구경기'에 몽둥이를 지참하지 않는 이유는 상대도 나와 같이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 경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반드시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에 의해 감시를 받아야하고 이를 중재하는 심판이 있어야 하며, 경기의 룰을 최대한 따르겠다는 플레이어의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 언제든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있고 실행하는 권력에 반대할 권한을 누구나 가질 수 있으며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 다양한 다양성을 인정하되 '법치'에 따른 규칙을 지키는 '문명'적인 권력이양 체제다.


도서는 대한민국의 정치보다는 미국 혹은 유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책이 말하고자하는 '민주주의'는 특히나 우리에게도 이미 적용되는 이야기들이었다. 포퓰리즘이나 독재와 같이 민주주의는 언제나 경계해야 할 내용들이 분명하게 있다. 지난 브렉시트 때, 나는 투자하던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꽤 큰 손해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금에서야 그럴 수 있을 법한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거나,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기는 일이 당연한 일은 아니였다. '설마, 그래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언제나 틀릴 수 있음은 '민주주의의 역설'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가'들은 가끔 '엘리트주의'를 말하곤 한다. 플라톤 역시 포퓰리즘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순수한 엘리트 주의를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교육'에 의해 가장 잘 정제되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에 그 원리와 역사 등을 알아보고 살펴보는 것은 우리 대중이 앞으로 어떤 국가와 국민이 되는지 가릴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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