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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6. 2022

[계발] 글을 읽는 제대로된 방법

너를 국어1등급으로 만들어주마 독후감

 단순히 언어 영역 1등급을 받기 위해 읽기는 너무 아쉬운 책이다. 책은 문해력을 키워주는 책으로 더 가치가 있다. 후반부에는 기출문제를 맞출 수 있도록 나와 있지만, 전반부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에 대한 설명은 너무 좋다. 같은 글을 읽어도 누군가는 이해를 하고 누군가는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읽었음에도 글이 머리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해력의 차이는 '언어영역' 뿐만 아니라, 교과과목 대부분에서 성적차이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교과과목은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서도 문해력의 차이는 다른 능력의 차이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같은 글을 보고도 누군가는 이해를 하고 누군가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행정의 하달은 '공문'으로 이뤄진다. 규모있는 조직은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결정권자가 있는 위가 좁고 명령을 하달 받는 아래가 넓은 '관료제' 형식을 갖는다. 결국 소수가 다수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 '문자 전달'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문자해석 능력은 조직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능력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모든 실무 공무원에게 전화를 통해 행정업무를 내리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명령을 하달하는 자는 '글쓰는 능력과 읽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상위 계층일수록 문자 이용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다. 다음은 2022년 3월 고등학교 3학년 언어영역의 지문중 발췌다.

 '행위자 인과 인론에서 리드는 원인을 '양면적 능력'을 지녔으며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는 존재로 규정하였다. 양면적 능력은 변화를 산출하거나 산출하지 않을 수 있는 능동적인 능력이다. 그리고 행위자는 결과를 산출할 능력을 소유하여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이다. 리드는 진정한 원인은 행위자라고 주장한다.'

 눈으로 스쳐지나가거나 음성신호로 바꿔 놓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그 의미가 이미지로 들어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 위 예시를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글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때, '음독, 묵독, 시독' 등의 읽는 법을 사용한다. 자. 이제 내가 보여주는 3가지 단어를 살펴보자. 1번 'scrupulous', 2번 'precipitate', 3번 'daring'. 3번까지의 글을 여러분들은 눈으로 살폈지만, 그 단어의 뜻을 알고 있냐고 묻는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혹여 영어 능력이 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4번 'δικαιοσύνη'를 포함해서 들여다보자. 우리는 1번부터 4번까지 그 문자를 들여다 봤다. 다만, 그 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파악하지 못했다. 1번의 뜻은 '세심한', 2번은 '재촉하다', 3번은 '용감한', 4번은 '정의'라는 단어다. 이제 우리는 이 문자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 문자의 활용은 '의미전달'있지 그것의 뜻을 번역해 내는 것이 아니다. 즉, 우리는 신호등에 있는 빨간색 신호를 보고, '저것은 멈추라는 신호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즉시 멈춘다. 우리의 뇌는 '문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애초에 없다. 뇌의 처리 방식은 기본적으로 '이미지화'다. 즉, 빨간 불을 보면 즉각적으로 멈추는 동작을 취하는 것처럼, 'Stop'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 즉각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Stop의 스펠링이 Stup!!이라고 되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상황에 맞게 끔, 즉각적으로 멈추는 행위를 한다. '사랑한다'라는 단어를 보면 사랑의 감정을 이미지화 시키고 '죽음'이라는 단어를 보면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미지화한다. 다만 앞서 말한 1번 'scruplous'를 다시보고도 세심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그저 그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래 반복적으로 노출된 것에 익숙해진다. 즉, 자동차 양쪽 측면의 사이드미러를 살피고 왼손으로 기어 조작을 하며 오른 발로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적인 행위도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브레이크를 밟아야지'라는 의식보다 먼저 내 몸처럼 차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자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10년을 살고 한국으로 왔을 때, 사람들의 인식은 대부분 이렇다. '영어 잘하시겠어요'.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제가 사용하던 분야에서는 잘하고 그러지 않은 부분은 못하죠.'

 얼마 전, 내 휴대폰 요금 서비스 중에 '선택약정할인제도'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뭔지 잘은 모르지만, 할인을 해준다니 신청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선택약정할인제도'로 할인을 받고 있다고 상담사는 몇 번의 설명을 해주었으나, 수 년 째 나는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스마트폰을 변경하면서 수차례 내가 '선택약정할인제도'에 대해 읽고 찾아보고 묻고를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그게 뭔지 이해가 가능하다. 그전 까지는 내 머릿속을 겉돌던 '선택약정할인제도'가 나의 머릿속에 장착된 것이다. 이렇게 들어 앉은 단어는 마치 의식없이 여러 조작을 하며 복잡한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뇌와 비슷해졌다. 브레이크를 얼마나 밟아야 하는지, 핸들은 얼마나 틀어야 하는지, 주차 시에 좌측은 몇 번 봐야하고, 우측은 몇 번을 봐야하는지, 수첩에 적어놓고 하나씩 행하던 행동들이 모두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진다. 이제 '선택약정할인제도'는 나에게 쉬운 단어로 인식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선택약정할인제도'처럼, '아 그런가보구나'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왜 그것을 해주고 있는지, 그것의 뜻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그 문자가 담고 있는 '음' 정도를 눈으로 읽어 넘어간 것은 '읽음'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읽을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읽고 이해가 안되면 몇 번을 되뇌라고 말한다. 엄청나게 공감한다. 문장을 읽을 때, 한 번에 들어오지 않은 문장을 여러번 반복적으로 읽다보면 그 문장이 서서히 해체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된다. 얼마 전, '성경'에 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 글에 기존 기독교를 믿는 분들은 되려 '쉬운말'로 바꾼 성경이 더 어렵다고 했다. 더 쉽게 바꾼 글이 더 어려운 이유도 이미 익숙해진 글에 대한 이질감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문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문자를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저 묵독으로 '음'을 숨겼을 뿐, '음독'의 절차를 했을 뿐이다. 이는 구글번역기가 들려주는 영혼없는 '소리'일 뿐이다. 구글 번역기는 문자를 '소리'로 바꿔 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번역기가 읽어주는 글은 '감정'이 없고 '딱딱하며' 어감이 없다. 글을 쓴 사람은, 절실하게 글을 읽는 사람에게 무언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럼에도 글을 읽는 사람은 그것을 전달받지 않고 구글 번역기 처럼 음성신호로 바꿔내기만 한다. 이것은 책읽기가 아니다. 사실 이것은 수학에서도 적용된다. '원주율'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주율을 이야기 하면 '파이'를 이야기한다. 파이가 뭐냐고 묻는다면 '3.14...'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원주율은 원의 지름이 길어질수록 원의 둘레도 함께 길어지는 일정 비율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은 그것을 모른다. 그저 그런게 있다고 겉으로 아는 척하며 넘어갈 뿐이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는 '로컬푸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 사람들은 '로컬푸드'를 보고 '그냥 지역 식품인가' 하겠지만, 정확한 의미는 반경 50km이내에 생산된 농산물을 의미하며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신선도를 극대화시키고 운송에너지를 최소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도 우리는 대부분 '내가 추측하는 범주'로 해석하고 이해해 버린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은 다음으로 넘기고 넘기다 보면 점차 부정확하게 문자를 이해하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정말 오랫만에 공감되는 책이다. 단순히 수험생뿐만아니라 글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읽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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