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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2. 2022

[일기] 갤럭시 Z플립3 구매

 유학시절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때는 필요성을 몰랐다. 당시 나는 기계를 믿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몇 번의 폰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폰이었지만 나는 칠칠치 못하게 몇 번을 잃어 버렸다. 그때마다 다시 연락하기 쉽지 않을 인연들의 연락처들이 사라지곤 했다. 몇 번이 이런 실수가 반복되고 나는 핸드폰을 구매한 뒤에도 전화번호를 모두 수첩에 기록하곤 했다. 그런 습관을 꽤 오래 갖고 있었는데, 2007년, 애플사에서 첫 '아이폰'을 공개했다. 당시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에 열광했으나, 기억을 돌이켜보면 나는 그 역사적인 순간에 별로 호기심이 없었던 듯 하다. 어느날 '오클랜드' 시내에서 '노스쇼어' 지역으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나와 친구는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손바닥만한 수첩을 꺼내 기록했다. 그때 같은 강의를 듣는 한 20대 여자아이가 핸드폰을 들고 카메라를 찍었다. 나는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왜 버스정류장의 사진을 찍는 걸까.' 그녀는 아이폰을 들고 있었는데, 집게손가락으로 사진을 '쭉'하고 확대했다. 지금은 당연한 제스처이지만, 당시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았다. 너무나 직관적인 방식으로 작동되는 기기에다가, 커다란 노트북으로만 가능하던 일들을 해냈다. 그것이 '스마트폰'의 첫 인상이었다. 몇 개월 뒤, 나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옴니아'라는 스마트폰을 중고로 구입했다. 당시 나의 한 주 아르바이트 비가 대략 300불이 조금 넘었는데, 나는 이 '삼성 스마트폰'을 300불 가까이 주고, 그것도 중고로 구입했다. 아이폰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하게 깨졌다. '옴니아'는 아주 얇은 터치 펜이 함께 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터치를 하면, 내가 터치한 부분보다 일정 위치 다른 쪽을 항상 눌렀다. 몇 시간을 헤맸다. 그러다 나는 결국 그 옴니아을 해부해 보았다. 액정화면을 뜯어보고 조립해보다가, 결국 하루만에 그 스마트폰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뒤로 나는 꽤 오랜기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항상 파란 바탕에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1만원짜리 기본 폰을 들고 다니다가 큰 맘먹고 당시 '아이팟'을 구매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아이팟은 굉장히 유용했다. '옴니아'를 겪고난 뒤, 두 번 다시 '인간의 조잡한 기술력 마케팅'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다만 '아이팟'은 당시 나에게 혁신이었다.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마다. 50불짜리 폰카드(해외전화카드)를 구입하고 전화 통화가 길어지면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던 생활을 할 때 쯤이었는데,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로 문자와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부터가 혁신적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공짜로 전화하고 문자하면 통신사는 다 굶어 죽겠다.'라고 아이팟 사용법을 알려주던 여학생에게 빈정되던 기억이 너무 훤하다. 당시 아이팟은 놀랍게도 무료 게임도 제공했다. 영화 한 편, 게임 한 편이 제품으로 가격을 지불해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더더욱 혁신적이었다. 아이팟을 꽤 오랫동안 고장없이 사용하다, 2012~2013년 경, 나는 삼성노트2 라는 첫스마트폰을 갖게 됐다. 당시 해외에서 좋은 조건에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현금을 주고 바로 구매하고 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할부나 약정과 같이 돈 몇푼에 미래의 자유를 저당 받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래서 '선불', '완납'을 통해 요금을 충전하기 기기를 구매해 사용했던 것 같다. 노트2를 구매한 이유는 단순했다. 'S펜'이었다. 메모장이 필요없이 바로 핸드폰에 손글씨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메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혁신이었다.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갖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자국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엣지6' 한 번을 제외하고 줄 곧, '노트 시리즈'만 구매했다. 다른 이름을 달고나오는 제품이나, 애플 제품은 그 뒤로부터 내 옵션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무조건 '노트'만 구매했다. 다음에 나오는 노트도 곧 나의 제품이 될 예정이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노트 시리즈를 없앴다. 대신 '울트라'라는 이름을 통해 비슷한 아이덴티티의 제품을 출시했다. S펜은 이제 '폴드'를 포함하여 다른 시리즈에도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크기가 점차 커지더니 더이상 노트에만 'S펜'을 쓰는 의미가 사라졌다. 다만, 10년 이상 노트 시리즈만 구매하던 나에게도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항상 무거운 스마트폰 탓에 스트레스가 많아왔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기껏해봐야 글이나 쓰고 유튜브 영상이나 보는 주제에 '삼성 플렉스북'과 시간만 보는 주제에 '삼성 갤럭시 워치', 가끔 아이들 콩순이 보는 용도로 '삼성 탭 7+'를 갖게 됐다. 그리고 가방에 책 두 어과 저 전자기기들을 모두 들고 다닌다. 이러다보니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게 되기도 했고, 스마트폰이 굳이 무겁고 커야할 이유가 사라졌다. 노트가 하던 일을 태블릿이 할 수 있게 되자, 스마트폰은 될 수 있으면 보조적인 용도로 존재하면 됐다. 왜 접어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던 그 스마트폰을 그렇게 구매하고 나왔다. 어차피 노트북에서 스마트폰 화면이 공유되어 문자나 그밖에 스케줄 관리를 할 수 있다. 알람은 시계를 통해 온다. 열흘간 밀려있던 일들을 어서 차근 차근 완료하고, 스캐줄관리부터 꼬여있던 일들을 슬슬 다시 풀어가야겠다. 역시 스마트폰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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