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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5. 2022

[생각] 운이란 무엇인가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일이다. 첫 직장을 해외에서 오랜기간 했던 터라, 서울 생활은 낯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 관광객 아주머니가 '한국어'로 전화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여 쫓아 갔던 일'이 어끄제 같은데,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하고 밥먹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기뻤다. 당시 사내 '교육'이 있었다. '성교육'이었던 것 같다. '성교육'이라기보다 '성범죄 예방 교육'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강사는 문제를 맞추면 상품을 하나 주겠다고 말했다. 그 교육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의 기억은 없다. 다만, 나의 기억은 '그 상품권'이 손에 들려 있는 것 부터 시작한다. 교육강사가 내게 건내줬던 상품권은 '제주여행 숙박 이용권'이었다. 가만히 있어보니, 제주도민에게 '제주숙박이용권'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어느 날, 한 중화요리 식당에 식료품 배송차량이 물건을 내려 놓고 갔다. 주인이 확인해보니, 주문했던 양보다 큰 용양이 배송됐다. 박스를 열어보니 '파스타 면'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급하게 물량을 써야했던 식당 주인은 배송된 파스타 면을 발로 걷어차면서 말했다. '이 망할 파스타면 때문에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만 해야겠네.'


 '제주여행숙박이용권', '파스타면' 그것은 잘못 정착지를 잘못 찾았을 뿐 거기에는 잘못이 없다. 파스타면이 아탈리에 식당에 전달됐다면, 그것은 행운으로 불렸을 것이다. 제주여행숙박이용권이 내가 아닌 당시 결혼 준비를 하던 '팀장'의 앞으로 전달됐다면, 그것은 행운이었을 것이다. 행운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시기'와 '상황'에 따라 바뀔 뿐이지, 그것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강원도 금강군에 있는 '풍악산'은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불리고 여름에는 '봉래산'으로 불리다가 봄이되면 '금강산'으로 불린다. 그것은 이름일 뿐이다. 사계절마다 이름이 다른 금강산은 실제로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단다. 다만, 실제 그것은 그저 자리를 위치할 뿐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으로 그 의미일 뿐이고, 물은 물로써 그 의미일 뿐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중, 이태백(701~762)이 있다. 동시대에 두보(712~770)도 있다. 이 둘은 중국 문학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이 둘은 실제 11살이 나이차이가 있었으나 좋은 친구관계였다고 한다. 그 둘의 시에는 '달'이 자주 등장한다. '이백'의 시에서 '달'은 '벗'이다. 그는 술에 취해 항상 달을 벗삼아 놀았다. 다만 '두보'에게 '달'은 '물음'이었다. 고민과 걱정,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었다. 미 NASA 국장에게 '달'은 탐사의 대상이고 중세 유럽 해변에 거주민들에게 달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달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일까. 달은 실제로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소수점까지 똑같은 27.321661일이다. 동양이나 서양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같은 달을 본다. 어제의 달과 그제의 달도 같고, 100년전의 달과 1000년전의 달도 모두 같은 모양이다. 우리는 언제가 같은 달을 보고 있지만, 모두가 다른 달을 보고 있다. 행운이라는 것은 그냥 우리가 오늘 겪은 여러 현상 중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그저 그것이 기가막힌 타이밍에 나에게 왔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누군가에게는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할 일이다. 그러기에 행운이라는 것은 우연히 나를 기다리다가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다보면 언젠가 기가막힌 타이밍에 포착되는 것이다. 사진기사는 제대로 된 장면을 '한컷' 찍기 위해 거의 연사로 셔터를 누른다. 여러 번의 촬영 중 완벽한 타이밍에 포착된 것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한낱 인간은 워낙 우둔하여 단 한 번으로 정확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로 손꼽히는 '기관총'은 정확'하거나 '파괴력'이 높진 않다. 다만 무차별적인 사격속도를 통해 꽤 효율적이지 않지만 능률인 결과값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전투에서도 '일발즉사'보다는 무차별 폭격이라는 방식으로 '비효율 고능률'을 택한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도 사용된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렌버핏은 단기 폭등주나 급등주를 골라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 여러 주식들들 중장기로 투자한다. 즉, 비효율적인 투자 방식을 택한다. 그는 '시간'을 무기로 그저 오랫동안 들고 있으며 집중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가 그런 방식을 통해서 부자가 된 것도 '인간'은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아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나에게 어떤 행운이 들어 오길 바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행운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산재하고 있고 그 형태가 '행운'이 아닌 형태로 있을 뿐이다. 여러 모양의 패턴 블럭을 여러 모양의 패턴 구멍에 넣어 통과 시키려면 당연하게도 딱 하나의 모양만 필요하다. 단 한번의 기회로 그 블록을 집어 들기는 어렵다. 그저 수많은 패턴을 뒤적거리면서 맞춰보기를 반복해야한다. 우리가 굉장히 복잡한 설계로 이뤄질 것이라고 여기는 '암호해독 프로그램'은 단순이 1부터 999까지의 경우의 수를 무차별적으로 대입하는 빠른 연산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던 산발적 도전들이 수많은 실패와 시간이 쌓이면 정확하게 들어맞는 암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나에게 무엇 오기를 기다려서는 절때 그 기회를 포착할 수 없다. 그저 무차별적으로 시간과 한편이 되어 대입해보고 또 대입해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실패는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원래 암호해체에서 하나의 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999번의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 몇 번 실패했다고 때리칠 것이라면, 잘했다. 어차피 뭘해도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 진행하고 있다면 실패가 대단하지 않다고 되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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