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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28. 2022

[미래] 기술 선진국의 조건_최초의 질문

 인간이 온, 오프라인에 쌓은 수많은 흔적들은 데이터가 된다. 인공지능은 이런 수많은 흔적을 빅데이터로 모으고 학습한다. 어제 누군가 라면을 먹었다면 내일 라면을 먹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인간과 인공지능은 둘 다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어제라면을 먹은 그가 그제도, 지난주에도, 지난 달에도 꾸준하게 라면을 먹어다면 내일 그가 라면을 먹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인간과 인공지능은 둘다 그 물음에 대답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나간 데이터의 양은 미래와 현재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 시간이 쌓이면서 수많은 인간이 쌓고 있는 데이터의 양은 우리 뇌가 감당하기 버거운 양이다. 즉 어느 순간부터 외부저장장치가 인간의 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게 된다. 더 많은 정보는 더 많은 해답을 내릴 수 있다. 이제 해답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Input(입력값)을 통해 Output(출력값)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계산(Compute)이 필요하다. 이처럼 계산해야 할 모든 값을 다 집어 넣는다는 의미에서 접두사 com(모두)+put(넣다)의 의미인 컴퓨터(computer) 탄생했다. 컴퓨터의 최초 어원은 계산하는 기계라는 의미다. 17세기 프랑스의 한 수학자가 기계식 계산기를 발명했다. 아라비아 숫자가 바퀴에 붙어 한 칸 씩 돌아가며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단순한 아날로그식 계산기었다. 다만 이 계산기는 덧셈과 뺄셈을 돕는 '기계'였을 뿐, 현대에서 말하는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배비지는 오늘날 컴퓨터의 원형을 만듬으로써 더 빠른 연산을 돕게 했다. 컴퓨터 즉, 계산기는 인간의 보조 도구였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잊기 쉬운 기념일이나 메모를 남겼다. 과거에는 종이가 하던 일을 컴퓨터로 넘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인공지능이나 기계를 두려워한다는 느낌이 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인간을 해치고 지배하는 공상 영화나 소설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인간의 반응과 비슷했다. '종이'에 기록하는 기록물은 최초 인간의 '뇌'를 보조하는 수단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록된 기록물들의 수가 많아지고 수많은 인간들의 기록들이 쌓이면서 감히 한 개인이 그 모든 정보를 처리하기 힘든 순간이 도래했다. 그때부터 인간은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을 '선구자'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인간들을 선도했다. 책은 일종의 '인간 메모리 보조 도구'다. 누군가의 데이터가 아날로그 상으로 반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일이다. 꽤 성공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도서관'이 자신을 키운 '팔할'이라며 책과 도서관에 대한 무궁한 영광을 찬양하곤 한다. 그 말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누군가는 다른 이들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선도에 있고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알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보가 '뇌'에서 시작했으나, '책'으로 넘어갔고 이제는 '데이터신호'로 넘어간다. 이미 엄청나게 방대한 '종이 기록물'이 데이터 기록물로 바뀌었으며 이 또한 데이터가 되었다. 더군다나 인간은 이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더 빠르고 정확한 대답을 내리는 기계를 발명했다. 인공지능이다. 우리는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대답을 내려주는 시대에 살았다. 과거에는 '책' 속에 정답이 있었으나 이제는 '데이터' 속에 정답이 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책속에 해답이 있었다. 더 빠르게 문명을 선도하는 이들은 그런 이유로 '찾는 능력'이 중요했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최대한 빠르게 찾기 위해 긴 내용을 빠르고 쉽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우리의 대입 시험을 보면 엄청나게 긴 지문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했다. 다만 이제는 세대가 바뀌었다. 더 빠르고 정확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의 시대가 된 것이다. 컴퓨터는 해답을 찾는데는 천재적이지만 문제를 제기하는데는 영 시원찮다.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시대'를 보면 비슷한 내용이 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리가 되는가'의 저자답게, 그의 글에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에는 '철학'이 있음을 알게 한다. 세상에는 '올드타입'과 '뉴타입'이 있으며, 해답을 내리던 올드타입의 시대가 지나가고 질문을 하는 '뉴타입'의 시대가 도래해다고 '야마구치 슈'는 말했다. 문제는 적고 해결 능력이 과잉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기계에 의해 질문의 해답을 언제나 찾을 수 있게 됐다. 무엇을 궁금해야 하는지 어떤 불편한 점이 있고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우리는 조금 더 창의적인 물음을 필요로하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과 제도에는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 다른이들을 빠르게 따라가기 위해 기민한 이해력이 필요했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는 시대를 맞이 했다. 전 세계는 기술을 앞서 이끌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치루고 있다. '최초의 질문'에 이정동 저자는 '인재란 산업화 시대에 통하던 표준화된 인력이 아니라 창의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 최초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경쟁력 강화 정책의 핵심으로 STEM, 자연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에 사활을 거록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그 어느 선진국들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기술 주도국으로써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단순한 규제 철폐가 아니라 적정한 규제의 업데이트를 통해 더 많은 문제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또한 이 시대의 흐름에서 나쁘지 않은 영향을 받고 성장했다. 대한민국은 기술 선진국으로의 도약에서 어느정도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깊이를 보자면 부족한 점이 한참은 많아 보인다. 요즘 적잖이 대한민국의 문화와 경제 부분에서의 도약을 과대포장하여 평가하는 언론이 많아 보인다. 다만 아직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기술', '제도', '교육'면에서 부족하고 타국가들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선진국의 조건이 되기 위해 우리가 세상에 '최초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많은 인재를 양성할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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