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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1. 2022

[육아] 장난감 동물_어린이날 사야하는 것


 벌써 일주일 정도 지난 것 같다. 봐둔 장난감이 있다고 했다. 하율이가 고른 것은 '아기토끼', 다율이가 고른 것은 '봄이' 강아지다. 보통 며칠 정도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건만 자기 전, 밤마다 꼬박 꼬박 이야기한다. '다음에...'를 하고 나면 금방 잊혀질거라 생각했으나 오늘도 역시 다율이는 물었다. "지금도 있을까?" 친구들이 다 사버려서 자기는 못 살 것 같다고 걱정하던 다율이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어린이날'이 무엇인지 모른다. 몇 밤을 자야 하냐고 묻기에 네 밤을 더 자면 된다고 일러줬다. 며칠 전에는 다시 또 토끼와 강아지 장난감이 잘 있는지 보러가자고 했다. 하율이는 아빠가 까먹는다며 사진 찍어 두라고 야단이다. 기어코 이렇게 인증샷을 찍고 '꼭!꼭!' 사야한다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떠올려보면 나에게도 어린이날은 항상 특별한 날이었다. 케이크 정도를 먹고 지나는 생일과 다르게 어린이날은 특별했다. 학교도 쉬고 어딘가 사람이 북적거리는 행사를 다니기도 했던 기억은 '생일'이 아니라 '어린이날'이었다. 가만보면 나는 '생일'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없다. 부모님은 내가 청소년이 된 이후 '생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으셨다. 가끔 밥을 사주시거나 용돈을 주시긴 했지만 나는 특별할 것 없이 매번 생일을 넘겼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날이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꿈'에 대해 물으면 나는 항상 '아버지같은 사람이 되서 어머니 같은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이불 덮어쓰고 소리내서 울던 기억은 있었으나 특별하게 불행하다거나 불운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진 않았다. 언제나 '화목한 가정'이 내 유년시절 기억의 전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쌍둥이는 항상 둘이 동시에 말하고 자기 말을 들으라고 한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눈을 맞추면 다른 아이가 버럭하고 운다. 그래서 게슴츠레 하고 중간 정도를 초점없이 보며 둘 모두에게 해당 될 만한 대답을 엉성하게 내놓는다. 그러다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가끔 '버럭'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짜증의 빈도는 높지 않으나 몰아치면 무섭게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린시절 내가 느꼈던 가정에 대한 감정을 아이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한다. 진짜 강아지나 토끼를 사주기 상황상 어렵다. 몇 달 전, 커다란 케이스에 '햄스터 두마리'를 사줬다. 햄스터 한마리가 5,000원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의 가격이 빅맥 세트 하나 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오묘함을 느꼈다. 햄스터 두 마리는 아이들에게 자랑이자 호기심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집에 놀러오는 친구와 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햄스터를 보여주고 먹이를 주거나 종종 말을 건내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며칠이 지나자 햄스터 한마리가 배를 보이고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두마리 중 한마리가 물어서 죽여버렸는지 빨간 피가 보였다. 아이가 보기 전에, 후딱 치워버릴 요량으로 케이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하율이가 급하게 쫒아왔다.


"아빠, 왜 햄스터 가지고 나갔어?"


급하게 쫒아오던 하율이는 내가 숨긴 케이스를 잽싸게 보더니 햄스터가 죽었다고 큰소리로 울었다. 죽은 햄스터를 주변 톱밥으로 덮어 놓고 하율이에게 살아 있는 다른 녀석을 보여줬다. 


 "아니야. 아직 여기 살아 있잖아." 


하율이는 그래도 죽은 녀석을 봤다고 울었다.


 "아니야 지금, 코~ 자는 중이야. 쉿!"



 눈이 빨개진 하율이를 진정시키고 얼마 뒤, 혼자서 햄스터를 땅에 묻어 주었다. 그리고 그저께 나머지 한마리가 죽었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동물을 절대 키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야속함에 어린시절에는 사무쳤다. 어머니는 동물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난 뒤, 어머니에게 되물었다. 어머니는 동물은 '사람'과 같아서 키울때는 좋지만 죽고나면 '사람'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리다고 했다.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린시절부터 우리집에는 강아지와 병아리를 비롯해 꽤 많은 동물이 함께 했다. 다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동물들은 모두 죽거나 없다. 나 또한 흰둥이 강아지 하나가 죽고 며칠 몇날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그때의 기억 때문에 어머니가 동물을 다신 사주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살아 있는 동물을 사주면 더 좋겠지만 햄스터를 잃은 아이의 눈이 기억난다. 햄스터를 사줬을 때와 함께 했을 때 모습과 햄스터를 잃었을 때의 모습이 마치 한 챕터처럼 짧게 스쳐 지나가며, 살아있는 생물을 사주는 것이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건전지를 집어 넣으면 전기모터가 돌아가며 괴기스러운 소리를 내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한다. 아직은 아빠의 철학이 자리잡지 못해서 이번 어린이 날에는 일단 이 로보트 동물을 주는 쪽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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