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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9. 2022

[정치] 정치에서 역사로_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노론과 소론 중에 누가 정치적으로 더 우세했는가. 계유정난에서 김종서와 수양대군 중 어느 쪽이 우세한가. 그때는 정치였지만 지금은 역사다. 2017년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2022년 5월 9일 임기가 종료됐다. 그의 정치적인 공(功)과 과(過) 중에 어떤 쪽이 많은지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다. 어찌됐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됐으며 그렇게 그의 '정치'는 '역사'가 됐다. 어느 대통령이건 공(功)과 과(過)는 있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온라인상에는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가령 길을 걸어가다가 넘어져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조기축구를 하다가 공이 골대를 비켜나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라달려'라는 말이 온라인상에 떠돌기도 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라는 말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건 상대는 '대한민국이 망조에 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꾸준히 성장했으며 놀랍게도 역시나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번영의 길로 나아갔다. 대한민국이 이처럼 번영한 이유는 '대통령'의 통치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功)과 과(過)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갈리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국가 행정이 천지가 개벽하기를 기원하기도 하는 듯 하다. 2010년에서 2011년까지 총 541일 간 벨기에는 '무정부 상태'였다. 이 기간 벨기에는 EU순회의장국 임무를 수행했고 리비아 공습에도 참여했다. 즉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회가 안정화되고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을 수록 '강력한 중앙정부'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안정적인 행정'이 가능하다.




 벨기에가 '무정부 상태'에서도 큰 혼란이 없었던 이유는 안정된 제도와 시스템 때문이었다. 무정부 상태가 국가에 당연히 좋을리 없겠지만 강력한 통치자 한 명이 출연하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 짓는 일도 옛말일 뿐이다.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을 탈퇴하겠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 '난민, 무슬림 국가로부터 이민자 수용을 중지하겠다', '동맹국가로부터 안보부담금을 받겠다', '파리협약을 탈퇴하겠다.' 등 무시 무시한 공약을 내세웠던 초강대국 미국대통령 후보가 당선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다만 이런 코미디스러운 공약에 대해 얼마 뒤 각 국가 전문가들이 대비책을 고민하는 상황 또한 웃지 못하게 벌어졌다. '주한 미국 주둔 비용'을 받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공약에 미국 내부는 물론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피식'하고 웃었다. 얼마 뒤, 이 비용에 대한 합의를 위해 모두가 노심초사 바라보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국제적 상식이었던 '기후협약'에 대해서도 '설마'하는 시선이 많았다. 이런 여러가지 시선과 공약에 대해 미국 내부와 세계는 적절히 견제하고 협의하면서 적절하고 수용가능한 선에서 '변화'의 폭을 받아들였다. 대통령이 바뀐다는 것은 국가가 운영해 나가는 방향이 결정되는 중요한 일이다. 한 명의 대통령 때문에 모든 것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진 않는다. 문명화 된 민주주의와 공화정은 상호 견제와 안정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진다. 덩치가 커지고 사회가 안정적일수록 그렇다. '대한민국이 망하는 구나'는 이야기를 여느 정권의 집권에서나 들었으나 매년 대한민국은 번영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열풍이 됐을때, 나는 뉴질랜드에 있었다. '한류열풍'이라는 말을 언론에서 적잖게 듣던 시기였으나 '문화 마켓의 주류층'으로 여겨지던 '백인'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마니아층의 문화였다. 당시 크리스마스였던 시기, 뉴질랜드 와카타네(Whakatane)라는 소도시에서 산타 퍼레이드(Santa Parade)를 구경하던 나는 퍼레이드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와 익숙한 목소리에 수많은 백인과 마오리 남녀노소가 따라부르고 춤추는 모습을 봤다. 그것은 10년 간 해외 생활 했던 나의 기억 중 가장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지금의 방탄소년단(BTS)가 있고 그때는 싸이(PSY)가 있었다. 어쨌건 단 한번의 걸음을 통해 엄청난 진보를 해 나갈 수는 없다. 작고 작은 발걸음을 여러차례 이어가고 때로는 뒤로 가는 듯 하고 때로는 멈춰져 있는 듯 하지만 결국은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최근 뉴스를 보니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해 5년 정도 뒤로 예상되던 '한일 1인당 GDP 역전 현상'을 빠르면 1년 내로 보게 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고 어른들이 '격세지감'이라고 했나 싶다. '축구'를 제외하고 '일본'과 비등하게 경쟁하던 시기를 내 세대에 맞이 할 것이라고 불과 20년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로는 항상 좋지 못했다. 임기 도중에, 임기 후반기에 혹은 임기가 만료된 이후에도 꾸준하게 정치적인 이유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떠나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이 웃으며 TV토크쇼에서 가벼운 농담들을 하는 미국과 같은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5년 간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과 기록을 읽으면서 길면 길고 짧은 짧은 임기 간을 돌아 볼 수 있었다. 2022년 5월 10일, 글을 쓰는 기준으로 내일은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예정이다. 좌와 우를 떠나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국정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꾸준히 시끄럽겠지만 결국은 그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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