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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10. 2022

[소설] 당신의 기억은 완전한가_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피어 오브 레인'에서 주인공 '레인'은 '죽은 엄마'와 대화하거나 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모두는 적당한 '착각'과 '왜곡된 기억'을 갖고 살아가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그것은 '병'으로 분류된다. 없는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거나 정말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은 '조현병'의 한 예다. 비현실적인 알고 있던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하려고 한다거나 있지 않은 사실을 있다고 착각하고 그것에 비이성적일만큼 집착하고 믿음을 갖는 것. 그것은 '병'이다. 이 병은 '약물'에 의해 호르몬 조절을 통해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으며 '고혈압'이나 '갑상선 이상분비'와 같이 '관리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일반인이 갖고 있는 대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흘 하거나 지난 기억을 왜곡하는 등의 모습도 보인다.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하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예전에는 '조발성 치매'로 여기기도 했지만 사실 타인에게 위험한 질병은 아니다. 메스컴에 보도 되는 것만큼 위협적인 행동을 하기 보다, 조용히 자신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고립된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짓'을 말하거나 '거짓'을 '진실'로 믿기도 한다. 때로는 '진실'을 '거짓'으로 의심하거나 착각하기도 한다. 조현병 진료 인구는 대략 한해 10만 명 수준인데, 실제로 50만 명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신분열증'이라는 과거의 이름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병원가기를 가족과 본인이 꺼려서 병을 악화 시킨다. 특히나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이유는 '병식이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해 약물을 꾸준하게 복용하지 않아 대부분 '난치'나 '불치'로 넘어간다.

 앞서 말한대로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50만 명 정도의 '조현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 100명 당 한 명 꼴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성인 100명당 5명은 ADHD고 자폐는 100명 당 2명 꼴이다. 조금 더 깊게 살펴보자면 그 숫자는 점차 많아진다. 인구 100명당 13명은 우울증을 겪고 5명은 자살충동을 느낄만큼 중증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중 100만명이 치매를 갖고 있다. 나이를 제해도 국민 100명 중 2명은 치매환자며 양극성 장애라는 조울증도 인구 100명 당 한 명, 공황장애도 100명당 한 명이다. 대충 생각나는 질환 몇 개만 이야기 했는데도 통계적으로 100명당 25명은 정신적인 장애나 질환이 있을 것 같다. 3~4명 중 한 명 꼴로 우리는 위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웃자는 말로 '돌아이 총량의 법칙'을 들어 본적이 있다. 사회나 조직에서 일정 숫자의 돌아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인데 어느 집단에 가서도 3명 혹은 4명 중 한 명은 속된 말로 '돌아이'라는 것이다. 이 법칙에서 만약 내가 속한 집단에 '돌아이'가 없다면 바로 '당신이 돌아이다.'라는 말로 이 총량 법칙은 완성된다. 결국 정상인이라고 여기는 우리 대부분은 상당한 확률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바라보고 있는 세상이 '절대적'이라는 착각은 '망상증 환자' 또한 확고하게 갖고 있다. 언젠가는 '어쩜 저러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만 그 집단에서 '그 사람'의 입지가 내 편견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세상에, 어쩜 저렇게 눈치가 없니?', '세상에나 어쩜 저렇게 말이 많아?',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매사에 부정적이야?'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많으나,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쫌 그런게 있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은 기억에 문제가 생긴다. 그는 오래 전 살인을 멈춘 연쇄 살인범 이었으며 자신의 망각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하지만 치매는 점차 심해진다. 상대의 기억이 진실인지 나의 기억이 진실인지 헷갈리는 설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예전 한 실험 카메라를 본 적이 있다. 거실에 물 한 잔을 떠 놓고 실험자 둘을 방에다 가둬서 실험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내용이었다. 그 둘에게는 절대 그 물을 마시지 말라고 일러뒀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거실에는 물 대신 빈 컵만 있었다. 실험자 둘은 몹시 억울해하며 상대 물을 마셨다고 확신했다. 이 실험은 결국 둘 간의 말싸움까지 이어졌다. 뒤를 돌려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유일한 해답이었다. 물을 마시지 않기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중 하나는 밤중에 일어나 그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그는 아주 조그마한 기억도 하지 못했다. 우리의 기억은 몹시 허섭하다. 분명 방금 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도 금방 왜곡하고 잊어버린다. 꽤 오래 전에도 '투명인간 살인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있으나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투명인간'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진짜 투명인간의 범죄는 아니었다. 따돌림을 당하던 한 남자가 따돌림을 참지 못하고 따돌리던 친구에게 복수를 했던 사건이었다. 다만 상대를 너무나 하찮게 보던 다수가 상대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투명인간'으로 인식하여 벌어진 독특한 사건이었다. 그 밖에 우리는 너무 비상식적인 일을 겪으면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의 특이한 현상에 대해서는 '기억이 삭제'되버린다. 만약 오늘 이 글을 읽는 사람의 집 거실에서 외계인이 TV를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전혀 달라진 점을 모르고 일상을 보냈을 수도 있다.

 단백질덩이가 여러 액체와 고체를 삼키고 산성과 알카리성 물질을 분비하여 액체와 고체를 분해하고 흡수한 뒤, 화학작용을 통해  '전달물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유전자'를 만들어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생각'이다. 너무 유물론적으로 인간을 봤을 수도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그렇게 작동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완전하지 못하고 영원하지 못하다. 언제나 불완전하고 불합리적이고 때로는 아주 바보같다. 내가 바라보는 것이 '진리'에 가까운지 항상 의심하는 것이 분명하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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