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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11. 2022

[생각] 매수 13억, 매도 13억 손익 2천 만원


2016년 5월. 지금 돌이켜보면 소름끼치는 기억이 있다. 오래 전 사용하던 네이버 아이디를 정리하다가 예전에 사용하던 '투자일지'를 보게 됐다. 매수 금액 13억2천, 매도 금액 13억 6천. 손익 2천. 2016년 5월의 투자일지의 내용이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아침에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서 나스닥과 다우 지수를 확인했다. 사실상 '미국 지수'는 큰 파도이기에 대한민국의 주가는 전날 미국 지수의 영향을 매우 쉽게 받는다. 눈을 뜨면 '본업'을 잊은 채,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래프만 바라봤다. 장이 열리고 10분만에 손익률에 -800만원이 붙어 있어도 무감각했다. 다시 10분만에 +1,000만원이 되어도 그저 그랬다.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돈이 고작 '크림빵에 흰 우유'일지라도 나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금액 이상의 돈이 움직이는 것에 무감각했다. 5년 전, 이 날들에 소름이 끼치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돌이켜보면 '미친 행동'들이었다. '주식'의 무서움을 모르고 시작했다. 만 스물에 주식에 입문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친구와 흔히 말하는 '노가다(막노동)'을 하러 다녔다. 주말에는 '마트'에서 일하기도 했다. 스스로 돈을 번 첫 금액은 정확친 않지만 200만원 정도였다. 이 돈이 통장에서 2%도 되지 않는 규모로 굼뱅이처럼 성장하는게 답답했다. 당시 '삼천리 자전거'와 '메가바이오'라는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다. 둘다 그 때의 기준으로 지금을 보면 엄청난 손해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초심자의 행운'에 따라 나의 주식계좌에는 400만 원이 찍혀 있었다. 막노동과 마트에서 과일을 나르던 노동으로 번 한 달 근로소득 200만원이 초라할만큼 자본 수익률은 뛰어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통장에는 200만원이 꽂혀 있었다.



 이 수익금을 가지고 주식매매를 시작했다. 매수하고 매도하기를 반복했고 얼마 뒤 나는 수익금 전체를 도로 토해내고도 노동 수익금의 반토막인 100만원만 출금했다. 100만원을 들고 있자니 원금이었던 200만 원이 아른거려 다시 주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출금한 200만원으로 노트북을 사버렸다. 그렇게 내 첫 주식 거래의 기억이 남았다. 빨간색은 뭐고 파란색이 뭔지도 모르고 투자했던 그 날의 기억을 잊었다. 나름 해외에서 '경제'를 공부했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투자를 했고 그때의 수익금은 굉장했다. 내가 소름이 끼치는 것은 '멋모르고 덤볐던 그날의 기억' 때문이다. 알면 알수록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그때 수익을 내고 주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손해를 보지 않고 끝났지만 그때 '내가 투자하면 무조건 수익이 난다'는 마인드는 자만을 넘어 괴기스러웠다. 웃기게도 지나 온 주식 가격들 위로 선을 긋고 다음 나아갈 방향을 예측했다. '매집구간', '장대양봉', '세력', '개미털기' 등 도저히 '경제'라 볼 수 없는 기교와 용어들을 남발해가며 내 투자에 확신을 했다. 결과적으로 이 날의 기억은 수익이 됐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멋 몰라야 호랑이 콧수염을 만질 수 있다' 그 때 아무것도 모르고 호랑이 콧수염을 만졌다는 사실이 지나서 보니 소름끼친다. 지금은 아이고등학교 졸업선물을 줄 명목으로 소액으로 사고 있는 '강원랜드'를 제외하고 주식 투자 금액은 없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한바탕 세계 증시가 밑바닥을 향하다고 하늘 모르고 자산가격이 폭등했었다. 아마 이 기간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이 사면 오른다는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주식장이 좋지 못하다. 쉽게 말해 내가하면 오르던 시기를 보냈다. 주식을 시작한지 고작 2~3년 된 이들이 주식 투자와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다. 과연 그것에 맞는지 모르겠다.



 중학생, 고등학생, 주부를 비롯해 주식에 관심없던 이들이 주식과 투자 이야기를 한다. 다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제 무서울 정도의 하락장이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양적완화를 비롯해 코로나 지원금으로 상상도 못할 돈이 찍혀 시장에 들어갔다. 이는 자산시장에 거품이 됐다. 풀어진 돈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경제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중앙은행은 무자비하게 풀려진 돈을 흡수해야한다. 앞으로 수 년 간, 세계적인 추세가 양적긴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지난 향수에 '혹시나'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각종 거인 회사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주가하락을 겪었다. 비트코인은 말할 것도 없다. 자산 가격이 미친듯 떨어진다. 경제는 이렇게 쪼그라들었다가 늘어났다가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랬다. 대폭락장이었다는 '대공황'도 사실 큰 흐름에서 보기에는 그래프상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많은 사람들이 '자산하락'에 의해 불행을 겪고 난 뒤, '두 번 다시 주식하지마라'라는 격언이 돌면 주식은 한동안 횡보를 하다가 다시 오를 것이다. 주식은 신도 모른다. 운좋게 맞아 떨어진 '초심자들의 행운'이나 '운 좋은 벼락스타'의 조언이 얼마나 허망한가. 내 예전 주식통장을 보며 '주식'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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