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May 14. 2022

[생각] 아낌없이 나눠줘도 되는 이유


 음식장사에서 '레시피'는 기밀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아야 한다. 다만 '더본'의 '백종원 대표'는 감히 전국구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레시피는 물론 장사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알려준다. 심지어 푼돈에 가까운 출연료 정도만 받고도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개인 시간을 내어 상대를 돕기도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를 떠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스티브잡스는 '대학졸업식', '기자와의 인터뷰', 'TV토크쇼'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출연하여 자신의 성공 비결을 설파고 다녔다. 어떻게 자신이 했는지 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중국 최고 부자 '마윈' 또한 자신의 비결에 대해 조금의 가감도 없이 설파하고 다녔다. 심지어 수 년 전에는 한국까지 와서 공중파 KBS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성공비결을 말하기도 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비결을 꽁꽁 숨겨 무언가 엄청난 비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들인 거의 무료로 여기저기 자신의 노하우를 말하도 다니며 그 자료들은 조금만 시간을 내면 언제든 찾아 다닐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허준'이다. 벌써 20년이 넘은 드라마지만 가끔씩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곤 한다. 드라마를 보면 재밌는 장면이 나온다. 유의태 문하에 '부산포'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수 년을 의원에서 약초꾼 노릇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우연히 '의원 유의태'가 각종 처방을 적어놓은 '비책'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유의태를 협박하여 비책을 받아내기 위해 흉기를 들고 밤에 찾아간다. 그런 비책이 있을 턱이 없던 유의태는 '부산포'를 안타깝게 쳐다보며 말한다.


"어디 의원이 책 한 권 가지고 된다더냐?"


사실 드라마에서 유의태는 자신의 의술을 감추기 위해 꽁꽁 숨겨두지 않았다. 언제든 아낌없이 알려주고 누구든 문하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론머스크나 빌게이츠, 워렌버핏을 비롯해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알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하지만 막상 알려줘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 혹은 생각보다 얻은 정보는 유용하지만 결국은 '지속 가능한 행동'이 성공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은 그냥 5시에 눈을 뜨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 밖에 없다. 물론 부차적인 도움이 될 만한 다른 행동이 있을 수 있으나 우선적으로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고 물 한 컵 마시는 것. 그것이 전부다. 사실상 그 밖에 노하우는 도움이 될 지언정 절대적이지 않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은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그것이 전부다. 그 밖에 다른 것은 조금 더 수월한 방법일 뿐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당장 책을 펴서 한 글자라도 더 보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보통 이런 대답에 상대는 다시 되묻곤 한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혹은 '그거 말고 더 쉬운 방법은?' 두 번 째 질문부터 욕심이 들어간다. 상충할 수 없는 두가지를 갖고자 하는 욕망은 많이 먹고 살빼기, 운동안하고 살빼기, 공부 안하고 성적올리기, 일하지 않고 돈벌기 등 허무맹랑한 쪽으로 흘러간다. 조금만 돌이켜 보면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앉아 있으면서 서있기, 노래부르면서 조용히 하기, 운전하면서 걸어가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램'을 넘어 '망상'이 된다. 만약 누군가가 뜨거운 쇠구슬을 쥐고 있다고 해보자. 그의 손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는 묻는다. '너무 뜨거운데, 손이 뜨겁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 물음에 답해보자.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구슬을 손에서 놓으세요."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없습니다"


 "어떻게 놓나요?"


 "그냥이요."



 얼핏 황당한 설정이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나는 내가 가진 고급정보를 말하길 망설이지 않는다. 실제로 고급정보도 아닐뿐더러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가 나를 쫒아 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한 쫒아온다고 해도 그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득도 안되는데 너무 많은 걸 알려주지는 마세요'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나는 그냥 내 멋대로 하기로 했다. 만약 내가 단 하나 알고 있는 정보라면 망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 하나, 둘 정도 알려줘도 수 백 개의 다른 노하우가 쌓여 있다. 조급할 것도 없다. 세상에 좋은 정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알도록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되려 그로 인해 나의 영향력이 커지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정보를 책이나 영상에 미친듯이 남기고자 하고 아무리 공짜로 퍼주고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넘겨주려고 해도 희안하게 사람들 10명 중 9명은 다 잡아 입에 넣어주는 물고기도 받지 않고자 한다. 지금도 웬만한 비밀과 노하우와 비결은 모두 공짜로 흩뿌려져 있다. 언제든지 쉽게 주어 담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형성한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돌리며 살아간다. 고로 필사적으로 알려주고자 발악을 하더라도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자신있게 알려주고 내가 더 성장하면 된다. 알려주자.




작가의 이전글 [계발] 어른이 되는 조언_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