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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13. 2022

[계발] 어른이 되는 조언_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

 청동기 시대, 다리에 장애가 있던 70세의 노인 '공흘'은 15살의 '안징재'라는 한 소녀를 만난다. 70세 노인의 청혼을 받아드린 15세 소녀는 그렇게 아들 하나를 낳는다. 지금에서는 패륜적인 이야기지만 어쨌던 그랬다. 아들을 낳기 전에 그녀는 높은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는 태몽을 꿨는데, 그 의미에서 아들의 이름을 '언덕'으로 칭하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구(丘)'라고 지었고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다. 공자의 어머니는 남편과는 55세의 나이 차이가 있고 아들과는 16살의 나이 차이가 있다. 쉽게 공자의 철학을 이야기 하자면 '정리', '질서'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그것이 공자가 말했던 정치 철학이다. 2천 년이 넘어 그의 이야기 중에는 고리타분한 내용도 물론 간혹 있다. 다만, 2천 년 넘게 우리에게 공감이 되는 철학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춘추전국시대라 국가가 혼란한 시기 공자는 세상의 '도'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면 '칼세이건'은 '질서정연한 우주'로 정의했다. 무량대수급의 우연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질서는 우주가 존재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은하계를 태양이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마구자비로 떠다니는 별들도 상호작용을 하며 아름답게 질서있게 움직인다. 다만 공자가 바라 본 '인간'의 세계는 그와 거리가 있었다. 하극상은 일반적이고 봉건제는 파괴되었으며 질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인간이 우주를 닮았다면 분명 우리가 사는 세상도 '질서정연한 코스모스'여야 한다. 공자는 인간 세계도 적당한 질서와 규칙이 있어야 아름답게 돌아간다고 봤다.

 공자의 인생은 '위대'하지만 '행복'하다고 하기 힘들다. 그는 3000명의 제자를 거두었으나 그의 뜻에 따라 성공적인 깨달음을 얻은 제자는 10명 쯤이었고 가장 아끼는 제자가 먼저 죽자 정신을 잃고 통곡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가 기대치 않은 행동을 보이자, '너는 더이상 내 제자가 아니다!'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하급 무사였고 집안은 몰락한 귀족이었다. 세살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주 어린시절부터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젊은 시절에는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기도 하고 정원관리사로 일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부터 일과 공부를 병행하던 그는 18살에 과부가 된 어머니를 모시느라 꽤 어린 나이부터 고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나이 24살에 어머니는 마흔이 채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공자를 떠올리면 '성인'이라는 말이 먼저 떠올라 '출세욕'과 거리가 먼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는 '출세욕'이 있던 사람으로 '노자'에게 따끔한 소리를 듣기도 하고 자신이 이루고저 했던 일을 본인 생에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는 '질서'는 세상이 혼란스럽다 느껴질 때마다 제 몫을 한다. 태양은 태양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지구는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항상 달이 지키고 있는 '질서'는 앞서 말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와 같다. 의사의 본질이 '치료'에 있지 않고 '돈'에 있거나, '정치'의 본질이 '개인의 사적 출세'에 있거나 '가수'의 본질이 '인기'에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본질 잃은 세상에 대한 '제자리'를 공자는 말하곤 했다. 10대에는 배움에 뜻을 두고, 서른에는 지립하며, 마흔에는 흔들리지 않고, 쉰에는 천명을 알며, 예순에는 귀가 순해지고 일흔에는 마음가는대로 법도를 넘지 않는다.

 '세상' 뿐만아니라 개인에게도 그 나이에 맞는 질서와 순서, 시기가 있다고 봤다. 위정 편 4장 주주에는 '불가렵등이진(不可躐等而進)이라 하여 '등급을 뛰어 넘어 나아갈 수는 없다'고 하기도 한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성급한 마음만 갖는 것은 항상 모든 것을 그르치게 한다. 간혹 사람을 만나다보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상만 높은 경우가 종종있다. 기본 체력도 없는 축구선수가 멋있는 개인기나 드리블만 연습하거나 노래 실력이 형편없는 가수가 '싸인 연습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요즘 시대에는 가혹한 말일 수 있으나, 공자에게는 각 시기와 때가 있고 위치와 자리가 있다. 일본에도 '쇼토쿠 태자'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일본에도 와(和) 사상이 있다. 일본 역시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질서를 위해 '와(和)사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와(和)는 각자의 자리를 찾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무라이, 귀족, 쇼군, 덴노 등 일왕을 중심으로 각자가 자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질서정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의 희망하는 사상이다. 지금도 이 와(和) 사상은 '장인정신' 등 일본을 나타내는 중요한 가치관이 되기도 했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공자의 철학은 '질서'다. 요즘 시대에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규칙과 질서가 많이 허물어져 가는 시기에 다시 한번 우리를 일깨우기도 한다. 가끔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 '공자왈~ 맹자왈~'이라는 말로 공자가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다만 공자가 그런 이야기 만 한 것은 아니다. 공자의 말씀은 가끔은 냉철하고 가끔은 현실적이다.다만 이런 말도 있다.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가난을 몸소 겪었던 그는 '가난'이 '원망'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관대했다. 그는 세상에 대한 철학 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남겼다. 2000년이 넘은 그의 글을 보고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우리가 결국 우주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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