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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23. 2022

[인문] 언어는 어떻게 변화되나_언어의 역사

 YY U R YY U B I C U R YY 4 ME

 얼핏 영어 같으면서 영어같지 않은 이 문장은 영어다. Y가 두 개 겹쳐 있으므로 이것은 'two Ys'로 읽는다. 이는 'too wise'와 발음이 같다. U는 you와 발음이 같다. R은 are과 발음이 같다. 해석의 엄두도 나지 않는 이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Too wise you are, too wise you be, I see you are too wise for me'

(당신은 너무 현명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 나는 당신이 내게 너무 과분한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

 언어는 역사와 사회, 심지어 기후와 사람에 의해 꾸준하게 바뀐다. '유희'를 이용하여 장난을 치기도 한다. 소리와 모양 심지어는 그 의미 둘이 섞여 완전히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외국 커뮤니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lol'의 의미는 laughing out loud'의 약자로 '큰소리로 웃다'의 뜻이다. 새로 만들어진 이 말을 읽는 사람들이 방식을 다르게 하면서 각종 독특한 '단어'가 새로 생겨 나기도 한다. 'ㅋㅋㅋ'는 '크크크'로 읽는 사람도 있고 '킥킥킥'이라고 읽는 사람도 있다. 'ㅎㅎㅎ'또한 '하하하'라고 읽는 사람이 있는 반면, '흐흐흐', '히히히'로 읽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자음 세 개를 배열하여 웃음을 표시하고 스스로 거기에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고 소통한 적 없는 '음성'을 심어 놓는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 'Vodafone(통신사)' 사에서 종종 문자를 보내온다. 문자 마지막에는 Thank U라고 적혀 있다. 공식적이라고 보여지는 문자에서도 영어 문자 발송 때에, 어느 정도 약어는 사용한다. 'Gr8'는 'great'라고 읽히고 'rmb'는 'remember'로 읽힌다. 한국에서는 익숙치 않은 영어의 약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금과 같이 메신저가 없는 시절, 나는 뉴질랜드에 있었다. 손으로 꾹꾹 누르는 키패드가 달린 투박한 전화기에 'text2000'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text2000'이라는 서비스는 일종의 선불 요금제였는데, 편의점에 가서 'text2000'을 구매하면 20불 정도를 지불하고 영수증 종이 하나를 받게 된다. 가지고 있는 키패드 전화기로 'Vodafone'사에게 문자 보내기를 누른다. 영수증에 적혀 있는 암호를 문자 전송하면 '충전이 완료됐다.'는 답장이 온다. 이 과정이 끝나면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당시에는 당연히 인터넷이 없었기에 소통을 위해서는 문자나 전화를 해야 했고 요금제 특성상 음성전화보다는 '문자'가 저렴했다. 문자는 지금의 '카카오톡'과는 다르게 글자수 제한이 있었다. text2000은 문자 2000개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였음으로 사실상 문자를 보낼 때, 최대한 알파벳 숫자가 적어야 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한 메시지에 보내 넣어야 했다. 마침표나 기타 문장기호는 물론 당연히 불필요한 영어 단어를 모두 쓸 필요는 없었다. 당시에는 메시지의 길이를 줄이는 것 말고도 글을 축약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키패드'였다. 자음과 모음이 번갈아가며 타이핑 되는 한글과 다르게 영어의 경우에는 1번부터 9번의 숫자 위에 알파벳이 차례대로 있었다. 가령 키패드 1번에는 'abc', 2번에는 'def', 3번에는 'ghi'의 식이었다. 숫자 1을 한 번 누르면 'a'가, 두 번을 누르면 'b'가 되는 식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about'과 같은 단어는 'a'와 'b'가 연달아 쓰여 있는데, 이 둘다 키패드 1번을 눌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 키패드를 누르는 번거로움이 한 번 더 생기자, 'bout'를 쓰는 쪽을 택할 수 박에 없다. 

 "U r d 1" (바로 너야.)

키패드로 문자를 보낼 때, '키패드'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문자'가 아니라 '숫자'가 입력된다. 빠르게 타이핑하기 위해 one과 같은 단어는 그냥 숫자를 이용한다. 

"me 2."(나도)

 이렇게 최초 유학생들이 처음 마주하면 당황하는 식의 영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타이핑이 편해지고 나면 영어 작문은 놀랍도록 빨라진다. 그리고 쉬워진다. 이는 재밌기도 하다. 다만 규칙은 없다. 그저 읽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이 암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낸다. 누군가는 'what'을 'wat'이라고 쓰기도 하고 'wot'이라고 쓰기도 했다. 나는 'wt'이라고 사용했다. 인간이 놀랍다는 것은 아무렇게나 그때 그때 단어나 약어를 만들어도 대화하는데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상대의 창의성에 놀라기도 한다. 'r u sr?'라는 말은 '확실해?'로 읽힐 수 있다. 'sr'를 'sure'로 읽기 때문이다. 아마 당시 사람들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분으로 언어는 조금씩 변화를 겪었다. "wt u dn?"(뭐해?)와 같이 전혀 영어로 보여지지 않는 암호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이 문장을 나는 '언어 파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의 언어를 지키고 현대의 언어변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지금 구석기 시대 사람들의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 옳아야 한다. 당연히 그럴 수는 없다. 너무나 급격한 언어의 변화는 당연히 피해야하겠지만 120자를 고작 사용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에서 'What are you doing?'이라는 20회 넘는 타입으로 '문법정확한 문자'를 보내는 것보다 'wt u dn'이라는 5자의 타입 보내는 경제성과 융통성이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처럼 문자가 변한 흔적을 살펴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언어의 변화가 남기는 흔적의 장점이기도 하다.

 google은 21세기에 만들어진 회사이지만 이미 '동사'와 '명사' 심지어는 '형용사', '부사'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된다. '반구글체제'라는 한자와 영어고유명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를 뉴스에서도 심심찮게 확인 할수 있다. 단어와 문장을 구성하는 글자를 재 배열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애너그램(어구전철)도 일종의 신조어를 만들어 낸다. 가령 'Harry Potter'에 사용된 알파벳을 다르게 배열하여 'Try trap hero'라고 쓸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영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알파벳은 'e'다. 1939년 어니스트 라이트는 '개츠비'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5만 단어로 쓰여진 작품인데 놀랍게도 이 작품에는 글자 e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글자 놀이를 리포그램(lipograms)이라고 하는데, 굳어진 언어가 아니라 인간은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을 가지고 재밌게 놀이를 한다. 이 뿐만아니라 '속어(slang)'도 역사가 꽤 깊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사회방언에는 'boots'는 타이어를 'bakery'는 주유소를 뜻한다. Juice는 '가스 'shoes'는 바퀴를 의미한다. 배경과 분위기를 모른다면 이들이 사용하는 말은 굉장히 이상하게 들린다. 

"I'm gonna take the Porker down to the Bakery for some rolls."

"I'll come with you. I need some juice for my Pug too."

 다만 원래 언어는 이처럼 유동적인 것이다. 칼로 살해된 누군가의 기사 하단에 '나이프'에 관련된 광고가 뜨는 것은 비인간적인 마케팅이다. 다만 언어학자는 이처럼 기계가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시킬 '인간적이지 못한 상황'을 예측하게 돕는다. AI가 언어를 공부하고 번역하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결코 인간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사용되지 않는 언어는 사멸한다.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이 말과 글을 가지고 장난하고 놀때 그 말은 생존 가능 성이 높아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7000개의 언어 중에 상당수는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다. 심지어 실제로 2주에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언어의 변화는 이처럼 인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되며 그로써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너무 흥미로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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