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Jun 01. 2022

[인문] 우주보다 인간이 더 경이롭다_떨림과 울림

 '과학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한 태도다.' 감상욱 교수는 이와 같이 말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아는 것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 가진 신뢰성이다. 과학은 거의 확실 시 된 어떤 것에도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고만 대답한다. 언제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마윈'은 대답했다. '모릅니다.' 꽤 그럴싸한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은 실망했다. 권위를 가질수록 자신이 틀렸거나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과학은 세계를 지배하는 사상과 학문 임에도 언제든지 '모른다'고 말하고 언제든지 '틀렸다'고 말한다. 국가를 통치하는 절대 권력의 통치자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약속된 법과 절차에 따라 평화롭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과학은 우리의 정치 사상과 같이 '민주적'인 학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젊은 닐스보어의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과학은 단지 권위로만 정당성 부여하지 않는다. 결국 닐스보어의 양자역학이 옳았음이 증명되면서 '아인슈타인'은 자연스럽게 차세대 과학에게 그 자리를 열었다. 20세기의 천재 과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파인먼은 양자역학을 강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고 알아도 의심하는 태도는 과학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길 대중은 기대하겠지만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의 역할이다. 이런 불확실한 과학을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 '절대 권위'의 자리에 '불확실성'이라는 모호한 존재가 들어서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있었다. 과학이 꾸준하게 대중에게 설득한 결과, 사람들은 이제 솔직한 과학을 믿기 시작했다.

 회계학을 공부할 때 일이다. 회계에는 '차변'과 '대변'이 존재한다. 가령 100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50만원짜리 컴퓨터를 구매했다고 해보자. 가계부에는 50만원 지출이라고 기재하겠지만 회계학에서는 차변에 자산 50만원, 대변에는 현금 50만원이 들어간다. 즉, 현금은 줄고 자산은 늘어난다. 차변과 대변은 결국 같은 값이 들어가 서로 상쇄하여 0이 된다.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고 해보자. 100만원을 인출하면 손에는 100만원이 들려 있지만 통장잔고는 -100만원이 찍혀 있다. 이 둘은 서로 상쇄된다. 우주는 최초에 콩알만한 에너지 집합체였다. 이것이 폭발을 일으키며 수많은 에너지는 분열하듯 퍼져나갔다. 에너지는 분열되며 퍼져 나갔다가 다시 중력에 의해 결합되며 새로운 형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통장에서 빠져나간 100만원처럼 상쇄하면 '0'으로 수렴된다. 결국 모든 것이 '공'하다거나 모든 것이 '무'라는 동양철학의 어느 부분과 닮았다. 힌두교 경전인 '우파니샤드'에는 독특한 구절이 있다. '그것은 움직인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멀다. 그리고 그것은 가깝다. 그것은 이 모든 것 속에 있으며 이 모든 것 밖에 있다. 말장난 같은 이 말은 우주의 철학을 담고 있다. '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서로 빌리고 빌린 값을 주고 받으며 '공'인 상태가 된다. 이를 상보성이라고 한다. 결국 과학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이중성' 즉, 모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닐스 보어는 1937년 중국을 방문하여 태극문양을 보았다. 거기에는 서구에서 확인 할 수 없는 철학적 개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음양'이 그렇다. 1947년, 그는 덴마크 귀족 작위를 받게 됐는데 자신의 귀족 예복에 태극문양을 넣었다. 이 문양에 문구를 추가했다.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인 것이다.'

 돈을 빌렸다면 '빚'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경제'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볼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는 거의 빚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대로 발행만 되는 빚은 존재할 수 없다. 분열하면서 몸집을 키울 수는 있지만 다시 상쇄하고 돌려 받기를 반복해야 성장한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빚을 잘 이용하고 그것으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 즉, 성장을 멈추면 곧 죽음이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기반으로 한다. 우주의 성장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관측되는 우주의 팽창 속도는 1메가 파섹당 초속 68~74km다.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최초 그것은 공이었으나 점차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나눠진다. 결국 그 구성은 다양하다. 최초 그것의 모든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있었을 때, 그것과 지금의 값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작하여 새로 생겨난 것은 없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융합하고 분열하면서 형태를 다르게 할 뿐이다. 얼음이 녹고 물이 되고, 물이 증발하여 증기가 되는 것처럼 본질의 차이는 없다. 결국 내 약지 손가락에 붙어 있는 미세한 '털'마저도 언젠가 어느 별 내부의 핵융합 반응에 의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37억 년이라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주는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레고 블록을 자루에 넣고 흔든다. 무량대수의 가능성보다 더 깊고 넓은 시간과 공간과 시행 횟수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다. 우연하게 그 레고 블록이 에펠탑과 비슷하게 되기도하고 어쩌면 독일제 고급 승용차가 되기도 한다. 살아 있다고 말하는 생명의 모습을 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주에 흩뿌려져 있는 작은 입자가 융합하고 분열하고 중력에 의해 모여지는 수많은 과정에서 우리는 아주 기가막힌 우연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최초에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아주 작은 아미노산의 배열, 종류, 갯수, 환경 등이 무수한 시행 환경에 놓이면서 그것은 생물이 되고 종을 다르게 했다. 다시 끝없는 변화로 인해 지금의 진화로 오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김상욱 교수'의 말처럼 우주보다 인간이 더 경이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것은 공이며 우리는 빌린 값을 언젠가 갚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집필] 회색 소년_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