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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09. 2022

[인문] 사람은 다 똑같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 독후감


 얼핏 세상을 보면 대단한 사람들 투성이다. 시련과 고난을 아무렇지 않게 이겨내고 흔들리지 않는 목적의식으로 목표지점까지 올곧게 가는 이들을 보면 내심 열등감이 생기기도 한다. TV에서는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나오고 책에서는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대단한 열정들이 꿈틀거린다. 타고나지 않으면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성취는 모두 진실일까. 예전에 방송국에서 편집 혹은 조작에 관해 이슈가 된 적 있었다. '리얼'이라는 부제목을 붙이고 실제 출연자들의 모습이 녹화됐다.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은 분명 어떤 말을 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다만 차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말과 행동은 순서 배열을 바꾸고 간단한 편집으로 변경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진실이지만 진실이 아니다. 방송이나 책의 특성상 결과에 근거해서 성과물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결과 편향이라고 부른다. 인생은 애초에 '제목'을 달고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다. 일관적인 주제나 방향을 가지고 직전해 나갈 수 없다. 출판과 방송의 목적상,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해둔다. 이런 악의없는 시스템상의 법칙은 '대단한 사람'을 더 대단하게 만든다. 번뜩이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다. 그는 1973년에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는 리드 칼리지를 중퇴하고 18에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했다. 멋지게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차렸을 것 같은 스티브 잡스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했다. 메타(구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회사'를 차리는 방법조차 몰랐다고 스스로 털어놨다. 대기만성형 방송인 유재석은 방송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었고 '포기란 없다!'라고 스스로를 자부하던 현대 전주영 회장은 사실 따지고보면 이유야 어찌됐건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했다.



 결점이 없을 것 같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결과를 놓고 해석하자면 누구나 고민과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다큐멘터리'에서는 성공한 이들이 도전과 노력을 담아 방영하곤 한다. 성공할 수 밖에 없을 '노력'을 쏟아 붓는 강한 의지력은 특정인물에게 조금 더 있을 수는 있다. 다만, 그들이라고 매순간에 열정이 넘칠 수는 없다. 인생의 어느 순간을 집중해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은 '열등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우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성공기' 혹은 '실패극복기'에 흥미를 보인다. 1994년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자본금 6천만원으로 시작한 '넥슨'은 시가총액 27조원이 넘는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국내 IT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도쿄 증시에 상장한 도전의식은 고 김정주 회장의 진취성을 보여줬다. 그는 자산규모 74억 6천만 달러(세계 338위, 국내 3위)의 자산을 가졌다. 이렇게 어떤 부분에서 진취적이고 도전의식 투철한 그는 사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금욕주의'를 추구했다. 그러나 그는 친척이나 친한 인물들의딸, 아내, 어린 학생들에게 이상한 요구를 하곤 했는데, 알몸으로 자기와 같이 자서 체온을 올려달라는 요구였다. 비폭력주의자 간디는 또한 혁명가 '바가트 싱'을 서둘러 사형시켜달라고 영국에 청원한 적이 있다. 결국 그는 '사형' 당하게 됐다. 그의 아내가 병에 들었을 때, 그는 영국식 치료는 할 수 없다고 방치했으나, 정작 자신은 영국인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며 도무지 일관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 게일' 역시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녀가 간호 책임자로 있던 이스탄불 근교의 스쿠타리 병원에서는 환자 2만 5천 명 중 사망자가 1만 8천명에 달했다. 거의 다섯 중 셋은 사망한 셈이다. 그녀는 간호사로써 아주 기초적인 위생관리에 소홀하여 '동상이나 영양실조'와 같은 가벼운 질환으로 입원한 병사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대단한 사람들의 천부적인 재능을 보다보면 '너와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치 'DNA나 피' 속에 녹아져 있는 천부적인 재능처럼 보인다. 이런 논리는 사실 '제국주의'나 '계몽주의 이전'에 지배 계급이 피지배계급에 요구하던 선민사상과 비슷하다. 천부적인 것은 '지배의 정당성'이 된다. 얼핏 보기에 그럴사 해보이는 '우생학'은 지금은 '사이비 과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인간은 타고난 성질에 의해 우성이 결정된다고 봤다. 우월한 이들이 열등한 이들을 대신 통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런 논리는 '장애'가 있거나 '허약한' 이들을 '거세'하여 종족보존을 막았다. 실제 일본에서는 비교적 최근인 1996년까지 '우생보호법'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강제 불임수술'을 받아야 하기도 했다. 위대한 사람을 위대하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했던 이들을 흉내내기도 무섭다. 그들이 했던 일들에 존중하고 존경하되, '나도 할 수 있다'라고 만만하게 생각해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지금도 넘어서기 어려운 업적들이 재포장되어 그럴싸하게 재가공된다. 실제 그들의 그런 업적은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만이 가능한 일들도 아니다. '황농문' 작가님의 '몰입'에 따르면 원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다보면 우리 잠재의식도 우리가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뉴턴은 어떻게 중력의 법칙처럼 대단한 법칙을 발견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업적에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신격화'하여 자신을 내릴 필요는 없다. 모두가 같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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