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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11. 2022

[계발] 어떻게 성장하는가_배움의습관

 지금은 없어진 306 보충대에 입소하면 명칭은 '장병 여러분'이다. 부모님와 인사하고 그곳에서 키와 몸무게를 잰다.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전투복, 전투화, 생활복 등을 받고 생활관에 놓여진 종이 상자에 입고 왔던 옷을 집어 넣는다. 3일 간 그곳에 머물면서 사회물을 빼고 커다란 버스를 타고 '훈련소'로 이동된다. 훈련소 1~3일차 정도가 되면 '제식훈련'을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니지만 바짝 긴장한 '훈련병'들이 오와 열을 맞춰 줄을 선다. 교관은 훈련병을 바라보며 말한다.

 "주먹은 계란을 말아 쥐듯, 가볍게 쥐고 시선은 전방을 향하되 직선보다 45도 상향을 바라봅니다."

훈련병들은 어색하게 손을 말아쥐어 계란 모양을 만들고 시선은 바짝 긴장하여 전방 45도를 향한다.

 "출발할 때는 왼발부터 시작하고 왼발이 앞으로 나가면, 오른손은 후방 30도 뒤로 뺍니다."

훈련병들은 말 그대로 왼발을 뻗고 오른손을 뒤로 뺀다.

 "가볍게 오른발이 왼발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앞으로 뻗고 왼손은 전방 45도로, 오른손은 후방 15도로 뺍니다."

훈련병들이 이때부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버벅인다.

"작은 걸음은 보폭이 78~81cm를 유지합니다. 걸음거리를 유지할 때, 손등은 측방을 향하도록 둡니다."

 교관은 간단한 설명을 하고 입에 호루라기를 집어 넣고 불기 시작한다.

'제식훈련'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작은 걸음'에 대한 내용이다. 말로 설명을 듣고 호루라기 박자에 맞춰 훈련을 한다. 스무살부터 서른살 사이의 젊은 청년들이 잔뜩 모여 있는 그곳, 심지어 전세계에서 가장 학력수준이 높다는 대한민국 청년들을 모아둔 그곳에서 '작은 걸음' 훈련을 하면 황당한 모습을 보게 된다. 오른손에 오른발이 나가는 훈련병과 한 걸음에 팔이 두어번 흔드는 괴기한 걸음 동작들이 적잖게 보인다. 지금 돌이켜 보건데, 제식 중의 '작은걸음'은 그냥 우리가 평소 걷는 걸음이다. 이 가볍고 자연스러운 걸음도 '학습'으로 배우면 온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서 어색하기만 하다. '제식훈련'은 '작은 걸음', '큰걸음', '걸음바꿔가' 등을 배운다. 생각컨데,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던 누군가는 그것을 '수첩'에 적어 놓고 공부했다. '전방 45도를 보고... 보폭은 78~81cm를 유지하고....' 그는 생활관에서 훈련시간에 배운 내용을 되새기고 암기했다. 훈련시간에 혼나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열심히 공부하던 그였지만, 돌이켜보면 4주차에는 수첩에 적고 외웠던 훈련병과 대책없는 훈련병 사이에 차이는 없었다. 제식훈련은 이미 몸에 익었고 걸어가면서 '손등의 위치', '보폭 너비'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걸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해도 됐다.

 "후방 주차 시에는 좌측 사이드미러 한 번, 우측 사이드미러 한 번을 살피고 핸들을 우측으로 반 바퀴 돌리세요. 밟고 있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살짝 떼고 미끄러지 듯 주차하세요." 운전면허 시험을 앞두고 운전 연수 선생님은 후방 주차의 팁을 주셨다. "오른쪽으로 반바퀴가 생각 안나시면, '우유반컵 마신다.'라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그냥 '휙~'하니 하는 주차팁인데 그 때는 '우유반컵... 우유반컵....'되새기다가 선을 밟고 벌점을 받았다. 군대와 운전면허 시험도 마찬가지다. 처음 배울 때, 글로 적혀 있는 노하우를 마주하면 당황스러울 만큼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 잡하면 조금은 쉬워지지만 결코 만만치는 않다. 그것을 동작으로 옮길 때 어색하기만 하다. 다만 그 동작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이 되면 동작은 '무의식'의 영역일 뿐,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자동적으로 움직여진다. '작은 걸음'이나 '후방 주차'는 지금 노래를 부르면서도 가능한 일상이다. 다만 누군가가 그 노하우를 묻는다면 교관이나 운전연수 선생님처럼 설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막상 습관이되면 엄청나게 별거 아닌 것들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복잡한 이론을 설명이 되고 어렵기만 한지... 모든 것은 사실 그렇다. 모든 것은 '습관'이다. 습관은 '반복'에 의해 형성된다. 처음에는 엉성하고 어색하지만, 지속하면 벌거 아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들이 있다.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저도 모르게 몇 차례 반복하던 행동들은 어느덧 습관이 되었다.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 같았을 그 동작들이 지금은 마치 내 옷처럼 알맞다. 가령 TV나 유튜브를 보는 행동, 책을 멀리하거나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는 행동,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즉 행동하지 않는 '학습'은 기어코 배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제식동작'은 실제로 그저 가벼운 걸음동작이다. 이것을 실제 어색하게 걸어보지 않고 '문자' 그대로를 암기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지옥 같을까. 학습은 '문자'로 시작하지만 그 문자를 '독해'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반복적이고 능동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궁금한 것을 묻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며 틀린 부분을 찾아내어 내 몸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 말하고 배울 수 있을까. 근현대사에서 '조선이 국권을 침탈 당했던 사건'을 암기할 때, 우리는 최초 그것을 문자로 접하지만 그 과정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스스로 풀어 해석해야 한다. '미적분'을 공부할 때는 최초 삐끄덕 거리며 가벼운 문제를 풀어내지만 그것이 내 몸에 익을 수 있게 충분한 반복이 있어야 한다. 영어를 암기할 때는 비록 처음에는 읽는 법도 모르겠지만 입으로 내뱉어 그것이 내 말투가 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어렵다. 다만 학습에는 습관이 필요하다. 습관은 학습에 의해 생겨나고 학습은 습관이 되어 더 쉽고 자동으로 성장하게 돕는다. 예로부터 동양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끼고 있어 강수량이 풍부했다. 서양은 지중해를 밑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있어 강수량이 부족했다. 이 지질학적 차이는 두 문화권의 주식에 변화를 만들었다. 동양은 쌀농사, 서양은 밀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밀은 작은 단위로 수확이 가능하지만 쌀은 '관계수로사업'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했다. 고로 서양은 관계가 수평적이고 개인적이지만, 동양은 관계가 수직적이고 집단적일 수 밖에 없다. 상명하복은 집단이 목적에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일본과 한국은 그런 의미에서 문화적으로 닮아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에 익숙하고 수평적이기보다 수직적이다. 이런 문화의 습관은 산업화(서구화)된 현재에 와서 비효율이 되기도 한다. 옥스포드나 하버드, 케임브리시는 서구사회에 대표되는 명문들이다. 이곳의 교육과 학습의 문화가 일본과 한국의 문화를 바라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빠르게 상위층의 명령을 이해할 수 있으나 질문할 수 없고 들을 수 있으나 말할 수 없는 독득한 공통점을 갖게 됐다. 그런 습관들은 어떻게하면 극복하고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그것을 융합하여 발전시킨다면 더 확실한 학습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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