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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14. 2022

[인문] 큰 결과는 지속적인 작은 것의 합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독후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누구인가. 그는 일본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將軍)이다. 쇼군(將軍)은 장군(將軍)의 일본식 발음이다. 막부(幕府)는 일본식 한자 표기법으로 '장군의 진영'이다. 쉽게말해 '군사정권'이라고 보면 된다. 12~19세기까지 일본의 장군들은 무사들을 모아 정권을 만들었다. 그들은 행정과 사법 등 정부 역할을 하게 됐는데 그렇게 장군 아래로 있는 군사 정권을 '막부'라고 한다. '에도'란 현 '도쿄'를 말한다. 즉 에도 시대는 도쿄를 본거지로 두고 있는 군사정권 시대를 '에도막부 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는 1603년부터 시작하여 1867년까지 총 265년간 이어졌다.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 할 수는 없지만, "일본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이라는 말도 "도쿄도 출신 군사정권의 초대 장군"라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 그가 갖는 의미는 굉장하다. 일본의 3웅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에 3웅은 흔히 중국의 '삼국지'와 비교가 되기도 한다. 일본은 130년간 혼란스러운 전국시대를 가진 적 있다. 이 전국시대를 종식한 인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을 통일하고 '에도막부 시대'를 열었던 인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이 3웅은 서로 주거나 받거니 하며 일본의 역사를 바꿨다. 중국의 삼국지에서 유비, 조조, 손권 등의 영웅이 등장한다. 위, 촉, 오. 세 나라는 여러 영웅과 장군의 활약을 보여주며 흥미를 증폭시킨다. 수 백 쪽에 이어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든다. 과연 누가 전국시대를 통일할까 손에 땀을 쥐고 읽다가 페이지 마지막 즘에 잠시 등장하는 누군가가 등장하더니 갑자기 전국통일을 해버리고 책은 끝난다. 어린시절 재밌게 읽었던 책 중 이처럼 마지막이 허무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 극의 흐름에 따르면 주인공 '유비'가 통일하거나 난세의 간웅 조조가 통일해야 할 텐데 난데없이 제3자가 통일하는 허무함을 보고 극사실적인 감정을 느꼈다. 인간사와 세상은 극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일본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부분은 있다. 다만 삼국지와는 다르게 느닺없이 등장하고 전국을 통일한 것처럼 허무하게 그려지진 않는다. 최초로 전국 통일의 기초를 닦은 '오다 노부나가', 일본 최초로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본 전국을 수습하고 3세기에 걸친 평화시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셋은 업적을 주거나 받거니 한다. 흔히 일본에서는 이 셋의 이야기를 빗데어 '오다 노부나가'가 반죽을 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떡을 짓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떡을 먹었다고 표현한다. 중국의 삼국지와 그 시선은 다르지만 결국 이 셋은 명확한 기질적 차이가 있었다. 흔히 이런 말이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때까지 기다릴거라고 말한다. 인내하고 때를 기다리다가 천하를 얻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천하'를 얻었으나 3웅 중 그 인기는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에 비해 덜하다. 그 이유는 '능구렁이 같고 밍밍하고 재미없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흔히 공격성있고 즉각적이며 극적인 것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다만 사실상 진짜 승자는 현실에서 언제나 '조용한 쪽'이다. 공격적인 투자자보다 워렌버핏과 같이 느긋한 장기투자자의 투자성적이 더 좋다.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몽골제국은 엄청난 영토를 가졌으나 100년 만에 망했다. 삼국지에서 최고의 명장 여포는 소설 초기에 사라진다. 세계는 공격적인 사냥꾼보다 느긋한 농사꾼들의 승리로 이어졌고 마찬가지로 일본의 천하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갔다. 그는 검소하고 느긋하며 능글 맞았다. 10대에 읽었던 중국의 삼국지에서 나는 '극현실성'을 봤고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서 그것을 다시 확인했다. 세상은 일관적으로 주인공에게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이라는 것 또한 따로 존재하지 않고 재미없더라도 승자는 조용하게 이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화 중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제압하고 천하를 갖게 된 후의 일이다. 모든 다이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성에 인사를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도쿠가와는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고 손을 씻는 동안 바람이 불어 그의 옆구리에 끼워 둔 종이 한장이 날라갔다. 그러자 도쿠가와가 맨발로 마당을 뛰어내려와 종이를 붙잡으려고 아둥바둥했다. 그를 보고 사람들은 날아가는 종이 한 장을 잡으려고 아둥어리는 도쿠가와를 보고 웃었다. 그 때, 도쿠가와는 겨우 잡아든 종이로 손을 닦더니 말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 천하를 손에 얻었소"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사실 멋있는 것은 '시원시원한 성격', '호방함', '거침없음' 따위들이다. 그러나 커다란 성공 뒤에는 언제나 겸손함, 느긋함, 검소함 등이 있다. 워렌버핏은 11살 때 Cities Service 우선주를 사면서 첫 주식투자를 했다. 그는 이 주식을 38불에 사서 40불에 팔아 괜찮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이 주식은 나중에 200달러를 넘어섰고 이를 통해 워렌버핏은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의 자산은 90%이상이 65세 이후에 모은 것이다. 그는 지금도 2~3불 짜리 햄버거를 먹고 지금도 그가 살고 있는 집값은 서울 평균 집값의 절반 가격이다. 결국 살면서 '공격성', '자극성'에 취할 때가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은은함이 결국 승자라는 사실은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삶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 모든 결과는 지속적인 작은 것들의 합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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