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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11. 2022

[일상] '으음!' 목에 낀 더러운 기분, 매핵기

 목구멍이 막힌다. 구멍을 타고 시작하여 뒤통수 끝 쯤에 뭔가 매달려 있다. 'ㄱ'모양의 목구멍에 수평으로 가다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 부분, 그 부분에 걸쭉한 게 걸려있다. '으음!' 하고 끌어 올려본다. 가래가 끓는 것 같지만 끌어 올려보면 가래는 아니다. 삼키면 삼켜지지 않는다.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한다. 헛기침이나 마른 기침을 반복한다. 목이 간질 간질 거린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매핵기'라고 한다. 익명의 누군가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를 가도 '역류성 식도염' 처방을 내릴 뿐, 이물질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익명의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병원을 갔다. 의사선생님은 말했다. 

 "이물질은 없고, 역류성 식도염 같네요."

중의학을 공부한 친구가 말한다. 

 "매핵기?' 불치야. 그냥 안고 가야 돼. 나도 있어"

이 고통은 근질근질 거리는 목구멍이 아니라, 귓구멍에서 크게 온다. 주변에서 항상 말한다. 

"그.. '으음!!'하는 소리 좀 안내면 안돼? 좀 참아보던지, 병원을 가보던지"

한 번, 두 번은 그렇게 넘어가지만, 같은 질문이 세 번, 네 번오면 목이 근질 거릴 때마다 자리를 뜬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편집하면서 내 모습을 몇 번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 이 '매핵기'라는 놈이 얼마나 징글맞는지 알 수 있다. 소리의 중간을 들어내지 않으면 듣기 싫은 불쾌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어가서 집중을 깨놓는다. 무편집으로 독후감을 낭독하던 지난 영상에는 '그 녀석'의 흔적이 여전하게 있다. '으음!!', '으음!!!!!!!'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스트레스로 기운이 맺히거나 뭉쳐서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이비인후과에서 진료 받을 수는 없고 '신경성 질환'이란다. 마른 기침과 쉰 목소리가 나온다. 헛기침이나 '으음!!'하는 기분 나쁜 소리는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식사 후, 이 증상은 아주 많이 심해지는데, 식사 후 '차'나 '커피'를 마시는 '티타임' 중 상대의 대화 중간 중간에 '으음!!!'하면서 대화를 막어버린다.

 얼마 전에는 관련 증상으로 '한의원'을 방문했다. 아프다기보다 조금 불편하고 불쾌한 이 증상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병원에서는 딱히 관련 '처방'이 없는 듯 했다. 일단 몸을 보하는 한약을 지어주는 모양이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치료나 해볼까 하는 접근으로는 무거운 가격이었다. 어지간하게 듣기 싫은지 주변에서는 따뜻한 물을 자꾸 권한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증상이 완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증상은 완화 되지 못했다. 매핵기는 '태조실록'을 보면 '이성계'가 말년에 남긴 기록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정도전이 죽고나니, 내 목에 무언가 걸린듯 하여 삼켜도 내려가지 않고 뱉어도 뱉어지지 않는다."

태조실록 14권 7년 8월 26일 기록. 정도전을 비롯한 사람들이 참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이성계의 반응이다.

'매핵기(梅核氣)'에서 매핵(梅核)은 매화의 씨라는 뜻으로 이성계와 같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갖게 된 이들에게 일어난다. 환자들은 대게 신체화 경향, 우울증, 정서불안, 건강 염려증 등의 심인성 요인을 갖고 있고 대부분 우울증과 강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폐경기 전후의 중년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요즘에는 젊은 남성들에게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인두 신경증이라고도 하고 히스테리구라고도 한다. 이 병은 양의학에서는 원인이 불명확하여 '불치'인 것 같고, 한의학에서는 다루기는 하는 듯 하다. 다만 약을 먹으면 잠시 호전됐다가 약을 중단하면 다시 재발하기를 반복한다. 병이 있으면 치료법도 있단다.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치료법이 없을 수도 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명확하게 치료하지 않고 관리해야 하는 병들이 있다. 인터넷에 매핵기 치료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 거의 대부분은 병원 홍보인 경우가 많고 기껏해서 찾은 정보는 '식단', '스트레스', '생활습관', '긍정적인 생각'이다. 물론 맞는 말이겠으나 앞서 말한 건, 세상 모든 병에도 갖다 붙여도 되는 '불로장생'의 노하우 아닌가. 그런 들으나 마나한 이야기나 듣고자 병원을 찾고 인터넷을 뒤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정답을 찾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다. 상황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기로 했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본 누군가도 매핵기를 앓고 있다면 더 뒤져봐야 지금까지 나온 정보 외에 특별한 자료가 없을 것이다. '마음'의 병이라고 하니, 일단 '매핵기를 치료하게 말겠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걸로부터 시작해야지 않을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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