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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28. 2022

[역사] 사람을 다루는 이야기_설민석의 삼국지


 흔히 '그릇'이라는 말을 한다.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할 때 사용한다.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회사에서 '관리자'로 진급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게중 관리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커피 업체 사장인 '케빈 존스(Kevin Johnson)'은 최고의 바리스타가 아니다. 그는 뉴멕시코주립대학에서 경영학 학사를 졸업한 사람으로 이전에는 '주니퍼 네트워크'라는 미국 유선통신장비 제조사의 CEO였고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플랫폼 및 서비스 사업부 사장이었다. 스티브잡스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터나 프로그래머가 아니었음에도 픽사를 설립하고 애플의 CEO이기도 했다. 전문 경영인이 아니더라도 해당 분야 창업자들도 비슷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스티브잡스는 '철학'을 공부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동양사학을 전공했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최고의 바리스타가 최고의 커피 업체 대표가 되거나, 최고의 애니메이터가 최고 애니메이션 회사를 일구기도 한다. 다만, 아주 높은 확률로 대부분의 리더는 '기술'보다 '철학'에 흥미를 갖고 있다. 철학은 '기계'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거부감을 갖는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철학이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관리자로 계약을 하면서 이른 이야기를 들었다. '일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관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다양한 종류의 사람관리를 시작했다.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삐뚤어진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보다 훨씬 다면적이다. 하나 둘이 아닌 수 많은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여 결합하는 것이다. 기계가 고장이 나면 부품을 수리하거나 교체를 하면 쉽지만 사람관리가 잘못된다면 조직 전체가 와해된다. 20대 후반, 꽤 규모있는 입시 학원에 영어 강사로 지원을 했을 때, 해당 학원 원장 선생님은 '이력서'의 다른 부분보다 '관리자'라는 이름만 보고 계약하길 원하셨다.



 "가르치는 스킬이나 실력은 둘 째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죠." 그렇게 교육업에 첫 시작을 했다. 얼마 뒤, 첫 강사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원장 선생님은 말했다. "선생님은 사람이 붙는 강사네요." 티칭스킬도 전혀 없는 초년 강사임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끊어지지 않고 학생을 보내주셨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정말이지, 기술로 실력을 표현할 수 없다. 일정 규모 이상부터는 '기술'보다는 '관리'가 더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가 커피회사의 대표가 된다던지, 약학을 공부한 적 없는 대표가 국내 최대 바이오 업체 대표가 되는 일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리는 크게 '사람'과 '돈'을 대상으로 한다. 20대 초반, 내가 취업한 곳의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다.' 그 말은 진실이다. 해당 회사는 실제로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고 엄청난 속도로 뉴질랜드 전체에 사업을 확장했다. 대표의 고민은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돈은 능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나 융자를 통해 얻어 낼 수 있다. 내가 식탁 위에 있는 100만원과 식탁 밑에 있는 100만원의 가치 차이는 없다. 다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쉽게 빌려 쓸 수 없으며, 같은 사람이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피카소를 고용해서 수학문제를 풀게 만든다던지, 리오넬 메시를 고용해서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사람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위치와 환경,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사람을 고용하다보면 사람을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업무를 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가령 정리를 잘하는 사람에게 계산원 업무를 시키거나, 계산이 빠르고 친절한 사람에게 정리나 창고 업무를 시키는 것도 그렇다. 축구에는 각자 포지셔닝이 있다. 흔히 어떤 선수가 어떤 위치에서 뛰어야 하는지는 그 선수가 갖고 있는 능력을 파악해야 가능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수의 적정한 포지션을 찾았다 하더라도, 상대팀의 포지셔닝과 그날 날씨, 선수의 컨디션 등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해야 한다.



 즉, 결국 경영과 관리는 '결정'이다. 빠르게 결정하기 위해선 빠른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판단력은 물론 감성적일 수 없지만, 완전한 '이성'의 영역도 아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논리'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직관'을 갖고 있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으로 '동물과 같은 본능'이라는 '촉'을 통해 판단을 내려야한다. 빠른 판단은 '이성'이 아니라 '직관'에 의해 이뤄지고, 거의 반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즉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결정자의 '철학'에 따라 결정된다. 직원과의 관계, 시장의 분위기, 소비자 심리, 시장 가격에 대한 이해, 유행과 흐름, 경쟁사와의 대립 등 모든 상황을 단 번에 볼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통찰력'이라고 부른다. 이를 다른 말로 '지혜'라고도 한다. 통찰력은 철학으로 부터 나오고, 철학은 '독서'로 길러진다.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배웠다고 되지 않는다.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 는 크게 다섯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법륜스님'은 말했다. 첫 째는 우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주의 질서와 운행, 원리 물질 세계의 기본단위인 분자, 원자, 소립자, 쿼크가 그것이오, 둘째는 생명에 대해 알아야한다. 지구 탄생과 생명의 원리는 무엇인지, 세번째는 인류 문화 사회에 대해 알아야한다. 인류종의 탄생 기원이나 문화, 문명의 탄생과 몰락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 넷째는 역사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것은 전체나 부분이나 같다. 다섯 째는 정신 세계다. 마음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행복과 성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방면의 지혜는 하나의 철학으로 융합되어 빠르고 바른 결정의 초석이 된다. 삼국지가 재밌는 이유는 이것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람을 관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는 충성, 배반, 모략 등의 인간에 대한 행동과 역사가 담겨 있으며 그것이 담고 있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와 리더는 '날카롭게'가 아니라, 넓고 깊은 포용력을 통해 커다란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의 그릇은 얼마나 깊고 넒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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