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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28. 2022

[이슈] 우리도 그 시절, 음악 공짜로 들었.._유희열

표절에 대해서

*본 글은 표절을 옹호하는 글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2017년 2월 16일 딕 브루나(Dick Bruna)는 뇌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그는 1955년 첫 미피 시리즈를 출간했다. 해당 캐릭터는 네덜란드의 국민 캐릭터 중 하나다. 다만, 우리가 얼핏 지나가며 본다면 "'헬로 키티'네?"하고 반응했을 것이다. 딕 브루나는 1974년 일본 산리오가 출시한 '헬로키티'에 굉장한 거부감을 보였다. 2011년 11월 암스테르담 법원은 '산리오'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토끼 캐릭터의 상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토끼 캐릭터가 '미피'와 매우 흡사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산리오는 이 판결에 불복했다. 이어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다만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복구에 기부를 하는 조건으로 소송이 취하되면서 사건은 끝났다. 산리오는 미피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캐시(Cathy)를 더이상 출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제 경험이 하나 있다. 내가 해외에 있을 때 일이다. 한국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먹고 있었다. 다만 부끄러운 것은 함께 있던 일본 친구가 내가 먹는 과자와 음료수를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그것들은 일본과자와 비슷했다. 정말 민망할 정도로 숫자가 다르거나 이름이 약간 달랐다. 곁표지 디자인이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단지 한국과 일본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1935년 독일 카메라 Leica llla와 일본 Seiki's Nippon은 거의 완전하게 닮았다. 사용되는 부품이 서로 호환될 정도다. 산업을 둘 째치고, 음식이나 노래, 캐릭터는 사실 '표절 시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 유튜브를 보면 실제로 변명 불가할 만큼 유사한 곡들도 있다. 유튜브에서 '불가리아의 군가 '오, 도브루자의 땅이여(О, Добруджански край)'라는 곡을 찾아 들으면 우리의 '애국가'와 상당히 닮았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사례들이 '표절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들이 유사하게 닮았음을 이야기할 뿐이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분명 닮고 닮지 않음은 파악할 수 있다. 요리사가 아니라도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닮지 않다 정도는 알 수 있다. 과자와 라면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나는 포카칩과 포테이토칩 중 원조가 뭔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선택의 폭이 넒어졌음을 인지한다. 롯데 초코파이와 오리온 초코파이 중 원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먼저 나온 것과 나중에 나온것의 차이로 본다. 삼성과 애플의 '베끼기' 관행은 어느쪽을 응원해야 하는가. 어째서 예술계만 이처럼 가혹한가.

 반도체, 자동차, 기계, 조선은 과거부터 꾸준히 한국을 먹여 살려온 산업이다. 이 주요 산업들은 대부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취해왔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완제품을 사다가 연구진들이 해체하고 조립했다. 그 구조를 빠르게 배우고 베꼈다. 이렇게 빠르게 산업을 성장 시켰다. 산업에서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나 트렌드세터(Trend Setter)가 분야를 개척하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는 이것을 최대한 빠르게 벤치마킹하여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진화다. 미국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한국이 그랬다. 세계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과 영국, 소련 등의 연합국들은 독일의 기술을 가져가기 위해 혈안됐다. 유도탄이며, 핵실험 샘플이나 로켓 등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렇게 지금의 기술이 생겨났다. 앞선 이의 것을 빠르게 가지고 오는 일, k-pop의 근본이 '표절'이라고 단정한다면, 미국의 기술도 다르지 않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완전한 '창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누군가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창조의 기본이다. '도'가 지나치지 않은 모방은 분명 '약'이다. 

 표절은 민사의 영역이라 원작자가 나서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죄가 성립되거든 죄인으로 봐야한다. 이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조금만 시간을 내어 찾아보면 우리가 즐겨 부르던 노래들의 대부분은 유럽, 미국, 일본에 유사한 곡들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대중 음악은 그 역사가 짧다.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기에는 죄의식이 없었을 것이다. 외국에 있는 좋은 것을 한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생각은 그때는 '선'이었으나 지금은 '악'이 됐다. 오랜 기간 해왔던 '습'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일종의 '개인의 문화'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면 '죄'가 되기도 한다. 내가 어린 시절 재밌게 봤던 '마징가Z'와 '태권V'는 법적 판결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떠나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가 'Korean Street Food'라고 부르는 꿀타레는 튀르키예의 전통과자인 피슈마니예(Pişmaniye)이다. 중국 변방에서 시작한 호떡은 Korean pancake으로 부른다. 우리가 즐겨 듣던 음악이 '표절'이었다는 충격적일지도 모른다. 다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대부분 중 얼마나  정품 앨범을 구매해서 들었는가. 제작자의 양심에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지만 스스로도 돌이켜봐야한다.

 다음은 2003년 6월 3일 매일 경제 신문에 실린 기사다. 

 '음악의 양대산맥 벅스와 소리바다는 당분간 무료로 운영된다. 1400만 회원이 몰린 벅스의 강점은 다양성. 가요와 팝은 기본이다. 국악과 동요, 각종 OST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일본, 중국 음악에 이어 제3세계 음악도 폭넓게 갖춰두고 있다. (중략) 소리바다도 스트리밍이 아닌 음악 파일 다운로도의 보고, 아직 앨범도 나오지 않은 신곡들이라도 소리바다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 한 곡을 내려 받든 100곡을 내려 받든 공짜다.'

 우리는 '속았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분명 나는 그 시절 유명한 노래를 모두 알고 있으나 구매한 CD는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프리카TV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수 십명이 나눠 봤으며, MP3를 통해 파일을 내려받아 친구들끼리 나눠 들었다. 이름없는 공CD에 스타크래프트라고 매직으로 적어 돌려했으며 윈도우와 '한글', '워드', '엑셀', '포토샵'등의 것들도 어둠의 경로를 찾아 다녔다. 우리가 그랬기 때문에 이들도 그래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 다만 가끔 너무 가혹하게 몰아세우기에, 우리의 과오는 기록지 않고, 그들의 과오는 기록된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그들도 무지했고 몰랐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우리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지난 우리의 과오에 대해 알게 된다. 터져야 할 것들이 하나 둘 터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지적재산권'이라는 말은 굉장히 모호하다. 사람의 영감과 아이디어를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이것은 사실상 많은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외국의 누군가가 어렵게 창작해 낸 창작물을 손쉽게 베껴내는 것은 '도둑질'이다. 그것은 창작자의 양심의 문제일 수 밖에 업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쓴 오늘의 일기가 전 세계 누군가의 일기와 아주 우연하게 비슷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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