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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02. 2022

[계발] 평점 5점과 1점 사이?_역행자

 네이버 도서인플루언서 25위로 랭크되어 있다. 인플루언서가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달라지는 것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가장 많이 달라지는 것은 '협찬제의'다. 메일에는 많은 협찬제의가 온다. 협찬제의는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않는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도 그냥 받는다.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 역사에 관한 이야기, 자기계발서와 경제, 주식에 관한 이야기 등. 그냥 주는데로 받는다. 엄마가 숫가락 위에 올려준 반찬을 받아 먹듯, 그냥 입에 넣고 삼킨다. '건강한 것을 넣어 주시겠지'하는 믿음을 가지고 꼭꼭 씹어 삼킨다. 주신 영양분을 삼키고 소화시켜서 화장실에다 배출한다. 나의 네이버 블로그의 이름이 '해우소(사찰에서 화장실을 이르는 말: 번뇌가 사라지는 곳)'인 이유가 그것이다. 내가 먹고 소화하고 배출한 양분은 다시 어느 생명에게 양분이 된다. 그것은 돌고 돌아 다시 내게 돌아온다. 열역학 제 1법칙과 2법칙에 위배되어 불가능하다는 무한동력이 가능할 것이라 스스로를 속인다. 싸고 먹고, 다시 먹고 싼다. 내가 배출한 것들이 온라인 이곳 저곳에 거름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배변을 참을 필요는 없다. 실컷 먹고 실컷 배설한다. 누군가는 기피하는 '배설물'이지만 당신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그 어떤 것도 누군가의 항문을 스치지 않았을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당신의 배설물이 걸음이 되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하게 배설해야 한다. 광고를 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메일'을 통해 협찬과 광고제의가 온다. 기꺼이 소화하고 배출해낸다. 출판 제의나 강연 제의도 들어 온다. 기꺼이 먹고 배설한다. 맞지 않는 협찬과 광고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편식을 하지 않겠지만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정도는 구분하고 먹는다. 몰아치는 메일에 미쳐 확인조차 못한 경우도 있다. 굉장히 유명한 유튜브 채널에서 강의 제안을 주신 적이 있다. 거절할 생각은 아니었으나 어쩌다보니 흘러버렸다. 순리대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두고 적절한 통제만 놔두고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들어오고 나가는 지식의 파이에 '시장 자유주의'를 택한다.

 들어오는 것에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것에 가치평가를 하는 순간,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한 '배설'이 정말로 '똥'이 되버린다. 어린 시절 '김치'는 최악의 음식이었다. 그 빨간 것을 물에 씻어 먹어도 맵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생긴 것도 고약하고 맛은 더 고약했다. 어른들은 내가 먹기 싫어 할수록 더 필사적으로 그것을 입속으로 집어 넣으려고 했다. 그것에 거부감이 없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몇 번을 먹는 시늉을 한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아가리 속에 넣으려 시도하지 않는다. 억지로 먹던 김치는 지금 어떻게 됐나? 라면에 김치가 있어야하고 김치찌개와 김치찜은 최고의 음식이 됐다. 한식집에서 김치는 없으면 안되는 음식이지만 카페에서 김치는 있어서 안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음식도 이처럼 시기와 상황, 장소가 있다. 다만 어린 아이가 카페에서 본 김치를 보며 '저것은 쓰레기나 다름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을 바라 본 '한식집'의 어른은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 가치판단의 영역은 이처럼 주관적이고 유동적이다.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것은 음악이나 미술, 도서 등에 적용되기는 힘들다. 물론 어떤 책을 읽고 나와 맞지 않을 수는 있다. 카페에서 김치를 본다면, '저것은 최악의 음식이다'라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저것은 한식집에 잘 어울리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윌라 오디오북을 통해 '역행자'라는 책을 들었다. 놀랍게도 저 책의 평점은 5점과 1점으로 양극화되어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이 책에 왜 5점을 줬는지, 이 책에 왜 1점을 줬는지, 둘다 이해가 된다. 나의 저서 유대인의하루는저녁6시에 시작된다'를 보면 어떤 누군가는 '좋다'라고 말하고 어떤 누군가는 '나쁘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둘 다 같은 책을 읽었으나, 한 명은 '카페'에 있고 한 명은 '한식집'에 있는 것이다. 몇 일 전, 딸 다율이가 '숫자 공부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그것이 무척 재밌는 모양이다. 그 책을 만약 부모님 생신선물로 보내드렸다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이 책에서 공감되는 내용은 있다. 흔히 급여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봉의 개념은 굉장히 중요하다. 연봉이 4천이냐, 6천이냐는 꽤 중요하다. 나는 학원을 운영한다. 특별하게 더 많은 노동력을 갖진 않지만, 강의 중 학생이 수 명 더 앉아 있다는 것 많으로도 소득은 달라진다. 소소하게 홍보나 강연비를 받고 출판 인세를 받는다. 운영하는 농장에서 해마다 목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밖에 간헐적으로 생기는 '유통'과 '무역'에서도 소득이 발생한다. 해외 현지 취업했을 때, 배웠던 아주 강력한 무기가 있다. '들어오는 물길을 여러곳으로, 가가는 물길은 한 곳으로'라는 경영 철학이다. 만약 간단한 협찬비나 홍보비, 광고비를 통해 20만원 짜리 수익이 10개가 더 들어왔다고 해도 월소득은 200이 늘어난다. 최대한 지출은 한 은행, 한 카드, 한 거래처에서만 한다. 상대에게 나는 '큰손'이 되고, 소득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농장이 잘 안되더라도 학원이 잘되면 된다. 학원이 잘 안되더라도 강연이 되면 된다. 내 캘린더에는 '농원', '작가&강의', '학원', '개인', '가족', '사업' 등 여러 카테고리가 있다. 각자 다른 색을 통해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분류했다. 금융거래에서는 이를 '헷징(hedging)'이라고 한다. 변동성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반대되는 포지션을 설정하는 것이다. 코미디언 신동엽 님이 '해피투게더'라는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언제나 국가대표 축구 경기 게임에서 항상 한국이 지는 쪽에 베팅한다고 했다. 한국이 이기면 돈은 잃어도 기쁘고, 한국이 지면 슬프지만 돈은 번다고 했다. 그의 그런 철학은 가히 천재적이다. 단번에 여러가지 포지셔닝을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능숙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적절하게 융합하면 또다른 시너지가 나온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런 능력은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다만 이제부터 하는 나의 말을 듣거나 듣지 않는 것은 '자의식'의 문제라고 언급한 부분은 보기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있다. '강하게 믿지 않아서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라고 했던 '론다 번'의 시크릿 처럼 '내 말을 믿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자의식 과잉입니다.'라는 부분은 종교적이기도 하다. 모든 책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에도 역시 가치평가를 하진 않겠다. 누군가에겐 좋고 누군가에겐 나쁠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고 댓가를 받는 '소득'의 개념에서 '경제적 자유'와 '파이어족'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일의 목적이 '은퇴'라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스티브잡스와 워렌버핏이나 삼성 이건희 회장도 '경제적 자유'가 목적이었다면 자산 수 십, 수 백 억 즈음에 멈추고 은퇴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이야기해 왔지만, 내 인생철학은 '주체적인 삶'이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와 별개적이나 상관있기도 하다. 결국 역시나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어차피 의미없이 흘려보낼 시간이라면 수 시간 정도를 내어 누군가의 생각을 훔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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