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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04. 2022

[계발] 매일 모으는 성공의 조각_메모의 힘


 100년 전에 작성된 아인슈타인의 메모지가 경매장에 나왔다. '위너스'라는 예루살렘 경매업체에서 낙찰된 이 메모지의 가격은 156만 달러, 우리돈 17억 원이었다. 이 내용은 아인슈타인이 1922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작성한 것으로, 자신의 짐을 들어줬던 호텔 벨보이 직원에게 남겨준 것이라고 한다. 내용은 이렇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조용하고 검소한 생활이 끊임없는 불안에 묶인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다."


아인슈타인은 67년 전에 사망했으나 그가 남긴 종이는 '종이'의 가치를 넘어서 17억을 넘겼다. 또한 그가 남긴 메모는 17억을 넘어 더 큰 가치를 인류에 남겼다. 훌륭한 사람들의 습관 중 하나를 '독서'라고 한다. 2000년 밖에 되지 않은 종이의 역사를 봤을 때, '독서'가 반드시 훌륭한 사람을 기르는 훈련은 아닐지도 모른다. 종이를 엮어 만든 '책'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고 신라, 백제,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의 나라들은 7~8세기까지 죽간이나 목간을 이용했다. 종이를 읽어 내는 행위가 아니라 딱딱하고 투박한 대나무 마디를 잘라 끈으로 묶은 이런 형태의 목간은 현대인들이 보기에 '책'이라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메모'는 memorandum의 줄인 말로, 라틴어에서 기원한다. 이는 '기억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썩어 문들어질 뇌에서 정보를 꺼내어 처음에는 벽화에 남겼고 이후에는 돌이나 점토에 남겼고 목간이나 죽간에 남기다가, 종이에 남겼다. 지금은 0과 1로 이뤄진 전기신호에 남긴다. 현생인류가 나온 것은 약 10만 년 즈음이다. 그들이 투박한 돌을 갈아 사용한 '신석기'가 1만년 전이니, 인간은 투박한 돌덩이를 갈아 날카롭게 쓰겠다는 개념을 얻기 위해 9만년 이상의 시간을 흘린 셈이다. 대략 4천년 정도 전에 파피루스가 세상에 나왔다. 이 두루마리가 나오고 인간은 얼마 뒤 인간은 '청동기'를 만들어 썼으며 '채륜'이 종이가 나오자 '철기시대'로 넘어갔다.



 인간 문명의 발전이 '메모'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신체 내부에 갇혀 있던 정보들이 외부 저장소에 남겨지면서 인간은 정보를 '음성신호'가 아닌 방식으로 전달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는 시공간을 초월했고 다수에게 전달하기도 편했다. 동굴벽에서 돌과 점토로, 나무 껍질과 거북이 등껍질에서 종이로 그리고 전자신호로 바뀔 수록 인간의 문명 발전 속도는 빨라졌으며 지금은 5G의 속도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받는다. 제주에서 서울로 혹은 동경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수 백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동시대에 1초도 걸리지 않는 속도로 내용을 전달하고 받는다. 이는 인간이 공상해왔던 '텔레파시'보다 진보된 방식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나온 현자들의 지혜를 읽는 것이라고 한다. 다만 책의 역사가 짧다. 사실상 우리가 지나 온 이들과 '외장하드'를 공유함으로써 실패를 줄이고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단순히 짧게 받아들이는 이해를 넘어서 수 천 년 간 쌓아 온 다른 이들의 생각을 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책'의 역할이 아니라 '메모'의 역할이다. 책은 단순히 '메모'를 담는 하드웨어다. 글을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것은 첫째로 자신에게 이롭다. 글을 남겨 자신이 잊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첫 번 째 목적이다. 두 번 째 목적은 휴대성과 이동성이다. 외부로 꺼내 놓은 정보는 다른 곳에서 꺼내 보기 쉽다. 또한 가지고 다니기도 쉽다. 뭉툭한 돌을 벽에 긋어 겨우 만들던 벽화와 다른게 우리는 좀더 고귀한 모습으로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세번째는 전달이다. 내가 가진 정보를 상대에게 넘길 수 있고, 상대가 가진 정보를 내가 넘겨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니며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보는 수준이 아니라 '인류'라고 부르는 긴 시간과 넓은 공간을 포용한 '클라우드'를 공유하는 것이다. 



 사실 메모를 잘하는 것은 어떤 일에서나 기본이다. 학창 시절 '필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뚱하게 그 시간에 흘러 들어오는 정보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누군가는 흘러나오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록 해둔다. 이런 작은 습관은 '성적'으로 출력된다. 필기를 잘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고, 정보를 저장한다면 편리하게 이동해서 다른 곳에서 꺼내보기 쉽고 수십번 수백번 반복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학생이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가면 출근 첫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수첩과 펜이다. 말하는 이의 정보를 놓치지 않고 받아 적는 행위는 빠르게 업무를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성공한 이들이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다.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워렌버핏을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목표에 도달하는 이들의 습관 중 하나는 '독서'이며 '메모'다. 그들은 거의 광적으로 기록했고 남들의 기록을 살폈다. 사실 '독서'와 '메모'는 같은 맥락이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갖는 방법은 메모지에 정답을 적어가는 것이다. 메모지가 없다면 정답을 외우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공부라는 것도 별거 없다. 인간의 머릿속에 정보를 적어 놓고 아웃풋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가장 완전한 정답지는 당연히 머릿속이 아니라 종이 위에 있다. 메모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때는 그저 돌로 벽을 긁었다면 지금은 간단한 사진 찍기나 녹음으로도 가능하다. 기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한 도구와 방식을 말하지 않는다. 녹음하고 찍고 쓰고 남기는 것. 그것은 다음의 나에게도 이롭고 동시대의 누군가에게 이로우며, 후대의 다른 이들에게 이롭다.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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