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Aug 04. 2022

[육아] 우리 아이 첫 공부_몰랑 한글 공부하기

 윤혜지 작가 님의 캐릭터 '몰랑이'가 그려져 있다. 찹쌀떡 같다고 생각했는데 캐릭터 설명을 보니 찹쌀떡 모양의 토끼라고 나와 있다. 몰랑 몰랑해서 '몰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단순'하다. 이는 인지발달 전에 당연한 일이다. 촉감, 시각, 미각, 후각이 모두 단순하다. 동요는 팝에 비해 단순하고 만화는 영화에 비해 단순하다. 캐릭터도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우리가 가시광선을 벗어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의 인지 능력을 벗어난 범위는 아이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들은 태어난지 2개월까지는 명암을 통해 사물을 구별한다. 신생아는 '흑백 모빌'이나 '초점책'을 보곤 한다. 아이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색깔을 보게 된다. 2~3세가 되면 비로소 색깔을 변별하기 시작한다.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해지고 넓어진다. 태초에 '빛과 어둠'이 있었고 점차 복잡해지며'세상만물'이 되는 우주와 같다. 아이들의 감정도 '기쁨'과 '슬픔'만 존재한다. 빅뱅으로 터져 나온 여러가지 감정과 인지 능력은 다방면으로 넓어진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지는 첫 감정은 '울음'과 '울지 않음'이다. 이분적이다. 그러다가 점차 분노와 기쁨을 느끼고 슬픔과 공포도 느낀다. 성장하면서 더 많은 색을 인지하고 더 깊은 맛을 느끼며 더 많은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보다 '백설공주'와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세상에 '좋다'와 '나쁘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며, '선과 악'의 구별을 한다. 깨어있음과 잠들어있음이 분명하고 '배고프다'와 '배부르다'라는 감정이 확실하다. 조금 전까지 화장실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난데없이 쉬가 마렵다고 하기도 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S급 코스요리를 먹으러 가서도 싸구려 사탕을 더 선호한다.


 아이들은 색깔, 모양, 크기 질감 등이 넓어지고 커져간다. 문방구에는 삼각기둥 모양의 프리즘을 팔았다. 여기에 빛을 쏘으면 빛은 나눠지면서 '빨주노초파남보'로 쪼개진다. 태초에 콩알만한 에너지가 폭발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공간과 시간처럼 아이의 세상이 넓어진다. 아이의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쪼개지고 확대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주 연해진다. 여기에 '교육'이라는 인위적인 확산 과정을 거치면 아이의 스펙트럼은 더 쪼개지고 넓어진다. 부모가 아이의 '인지발달학습'에 신경썼다고 해서 아이의 인생이 크게 달리지진 않는다. 촛점책을 몇 번 더 읽게 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많이 없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퍼져나가는 색과 파장처럼 일정 임계점까지는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흑백을 구별하고 신맛과 쓴맛을 구별하며 슬픔과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인위적인 간섭을 하지 않아도 완성하는 성장의 구간이 있다. 그것을 넘어 한차례 더 확산 시키는 작업은 '교육'에 있다. 아이에게 '숫자', '영어', '한글' 교육을 하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아이는 숫자와 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질 때가 됐을 때, 적절하게 마중물을 터주기만 하면 가볍게 토스하여 더 넓은 방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과정을 겪어 왔다.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조금 더 어려운 과정을 '인위적'으로 주입시켜 결과물을 기대한다. 가령 2살 아이에게 '수학의 정석'이나 '성문법' 책 보여주는 것 처럼 말이다. 아이의 인지적 능력이 자연스럽게 맞아지는 상황에 적절한 마중물을 대줘야 한다. 보통의 교육은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채워 넣는다. 그러다보면 당연히 저항이 생긴다. 순리라는 말을 좋아한다. 순풍에 돛단듯 순리를 따라가며 조금만 더 노를 저어주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순리를 거스르고 이겨 낼 수 있다고 한다면 순리를 이겨낼지 모르지만 더 멀리 가는 것은 어렵다.


 아이가 갑자기 '숫자놀이책'을 사야겠다고 한다. 자야 할 시간인 저녁 9시, 아이와 서점으로 갔다. 일주일에도 수 번을 방문하는 서귀포 '우생당'에 가니, 아이가 책을 고른다. 아이와 한 참을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른다. 결국 아이와 내가 합의한 책은 '몰랑 숫자 공부'와 '몰라 한글 공부'다. 책을 펴니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책 사용 설명서가 있다. 책 사용 설명서는 따를 필요없다. 그냥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곳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곳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놔두었다. 아이들은 한참을 숫자놀이와 한글놀이를 한다. 몰랑이는 색이 단순하고 모양이 단조롭다. 아마 아이들의 인지 수준에 적합한 캐릭터일 것이다. 과하게 복잡하거나 과한 색이 있지 않다. 아이들은 편안하게 캐릭터를 받아들인다. 아이에게 '모나리자'같은 그림을 보여주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감성발달에 이롭다고 여긴다. 책이 구겨지고 찢어지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보존'보다 '이용'이 훨씬 값진 것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책장에 집어 넣고 언젠가 다시 인지수준이 맞아 떨어질 때 꺼내 보면 좋다. 1쪽부터 차례대로 볼 필요도 없다. 펴진 곳에 아무렇게나 하다가 덮어도 좋다. 제작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하면 그만이다. 아이들이 책에 첨부된 스티커를 가지고 재미나게 논다. 애초에 6살이다. 공부가 무슨 소용인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자연'에게 양육을 맡기고 임계점에 적절히 마중물을 대줄 수 있도록 지켜보자.


작가의 이전글 [계발] 매일 모으는 성공의 조각_메모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