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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06. 2022

[육아] 숫자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_타이거스쿨 만3세

 인간이 12진법을 먼저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는 10진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인간은 열두달, 십이지간지, 밤12시간, 낮12시간을 사용한다. 영어는 'one'부터 'twelve'까지 고유의 이름이 있으나 13부터는 '-teen'의 규칙을 따른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대게 12진법을 사용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이 있다. 인간의 손가락이 10개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셌다면 열 손가락을 통해 셀 수 있는 숫자는 총 10개 뿐이다. 1부터 9까지 숫자를 세다가 10이 되는 순간 '일의 자리'에 '0'을 쓰고 10의 자리에 '1'을 써서 자리 올림을 하는 개념은 인도에서 0이 발견되기 전까지 없었다. 인간은 말그대로 10진법으로 10까지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대인들은 자리수 변화없이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세는 것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수메르인들은 60진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기본은 12진법에 있다. 손가락마다 2개의 마디가 있고 3개의 칸이 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하면 오른손과 왼손에 총 24개의 칸이 존재한다. 엄지손가락을 통해 위치를 마디를 가르키는 방식으로 숫자를 센다면 총 24까지 셀 수 있다. 몇 개의 손가락이 접었느냐 폈느냐가 아니라 마디의 위치마다 숫자의 이름을 암기하고 있으면 단순하게 엄지 손가락을 몇 번 움직였느냐를 통해 덧셈과 뺄셈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12지를 보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나눠져 있다. 여기에 '10간'을 보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로 나눠져 있다. 이렇게 10간과 12지를 조합하면 12간지가 된다. 12간지는 '정묘, 무자, 임진, 병인' 등의 조합이 된다. 기것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60개의 간지가 이어지는데  이렇게 60까지 한 바퀴를 도는 것을 '갑'이라고 부른다. 60까지 한 바퀴를 돌다는 것을 '환갑'이라고 부른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한 이유는 '장수'에 대한 축하도 있지만, 진법의 한바퀴를 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시 태어나서 새롭게 시작하여 두 번 째 바퀴를 살기 시작한다는 의미임으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대게 쌀농사를 짓던 지역일수록 '숫자'에 기민한 법이다. 이는 하늘에 있는 달과 해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농사의 일정을 미리 따졌던 관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12진법과 더불어 10간이라는 10진법도 함께 썼다. 고로 다른 문화권에 비해 수 계산이 유리하다. eleven plus two는 thirteen이다. '십 일' 더하기 '이'는 '십 삼'이다. 12진법을 사용하는 서구보다 동북아의 숫자 계산법이 훨씬 빠르다. 그런 이유때문에 동북아 3개국인 한국, 일본, 중국의 평균 IQ는 세계 1위, 2위, 3위다. 실제로 동양인은 '숫자'에 강하다라는 인식도 있다. 해외에 있을 때, 한 백인이 두 자리수 곱셈을 물었다. 급여 정산 과정 중에 급하게 물었는데 당연히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너는 한국인이잖아?'라고 농담했던 기억이 난다. 손가락을 접으며 숫자를 세는 것은 '접었는지, 폈는지, 몇 바퀴를 돌았는지' 헷갈린다. 숫자는 원래 농사 수확물을 분배하는 '회계'에서 출발했다. 숫자를 헷갈리는 엄청난 오류는 '회계'에서 있을 수 없다. 그들이 사용하는 60진법은 당시에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오른손으로 손가락마디를 집고 왼손가락을 접으면 누구나 60진법을 이용하여 큰 수를 오류없이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신체를 이용한 계산기였다. 누구나 손가락을 가지고 있으므로 왼손가락의 마디를 집고 오른손가락을 접으며 쉽게 60진법을 이용한 숫자를 계산했다. 아이의 손가락에 숫자를 써줬다. 무척이나 좋아한다. 밤 8시부터 시작한 숫자 놀이는 9시까지 이어졌다. 아이는 손가락에 적힌 숫자를 계속 들여다보며 지워지 않게 보관했다. 9시가 되어 아이가 잠에 들 시간이 됐다. 갑자기 아이는 '숫자놀이책'을 사야겠다고 한다. 그렇게 차를 타고 20분을 가야 갈 수 있는 서귀포 '우생당'이라는 서점을 갔다. 우생당에 차에서 아이가 숫자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여 목에 '휴대용 독서등'을 설치해줬다. 아이는 차에서 이동하는 20분 간, 계속해서 숫자 놀이를 한다.

 서점에 도착하니 성큼 성큼 다가가서 숫자놀이 책을 집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른 건 모르지만 책 사는 일에 돈을 아끼진 말라는 철학을 아이에게도 심어주고 싶다. 아이가 처음으로 책을 사고 싶다고 했던 터다. 잠옷차림으로 아이와 밖에 나와 급하게 책을 사고 돌아온 날이다. 분명 어느 순간부터는 '숫자놀이'가 재미없을 것이다. 아이는 '미적분'과 '통계', '벡터'를 만나고 자신이 숫자와 악연을 갖고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피타고라스나 데카르트, 뉴턴, 나이프니츠를 원망하고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라는 어른들의 말에 적극 동감하며 수학을 미워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건 아빠와 앉아서 손가락에 숫자 적어 놓고 놀던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다율 "1+1은 뭐게?"

아빠 "2!!"

다율 "땡!! 6이지요~"

아빠 "아~ 아빠가 깜빡했네?"

처음에는 아이가 냈던 문제를 다시 고쳐줬으나, 지금은 그냥 둔다. 어느순간 자신이 직접 고쳐나가길 바라며, 그냥 재밌게 놀 수 있게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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