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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07. 2022

[소설] 조선시대 성형 살인 그리고... 향수_살변의창

 조선시대 실제 '남학'이라는 '추남'의 기록이 있다. 그의 기록은 짧다. 짧은 기록을 소재로 풀어낸 '소설'이다. 서점에서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는 '실존인물', '추남', '성형', '살인'이다. 가능하면 소설은 최대한 내용을 먼저 보지 않는다. 훑어 보여지는 키워드를 토대로 소재를 가늠하고 그냥 읽는다. 호기심을 강하게 끌어 당기는 소재다. '성형살인' 그리고 '조선'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가 어떻게 어울려질지 궁금하다. '시나리아 작가' 겸, '소설가'이신 '박성신 작가' 님의 작품이다. 박성신 작가 님의 작품은 처음 만났다. 그러나 '제3의 남자'를 비롯하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높게 평가하는 분이다. 들어가기 전에 기대감이 끌어 오른다. 소설의 첫 부분을 서점에서 읽었다. 몇 줄 정도 읽고 멈췄다. 이건 집중해서 읽어 봐야겠다. 생각하고 책을 덥고 바로 구매했다. 너무 배경지식 없이 읽어서 그런가, 초반에 읽고 당황했다.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었지만, '판타지' 소설처럼 어느정도는 '픽션'으로의 영역을 열어놓고 읽어야 했다. 분명한 속도감을 가지고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이게 말이 돼?'하고 따져 들어가며 읽는 '역사 소설'이 아니란 점을 초반에 간파하고 더 속도감을 붙였다. 소설은 조선시대 지독한 추남의 이야기다. 그의 얼굴은 못생겼다기보다 흉측하다. 그 모습만으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주인공은 부모의 비극과 인생을 함께 시작한다. 그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재능이 있었는데 소리를 기가 막히게 잘 듣고 따라한다는 점이다. 소설의 도입 부분이소설 '향수'를 닮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 소설인 '향수'는 85년도에 출간되어 49개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천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며 이미 영화로도 제작된 바가 있다.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후각 천재'의 일대기를 담은 이 소설 또한 '향수'에 관한 이야기다. '박성신' 작가 님이 '향수'를 모티브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꽤 흥미롭게 오버랩되는 느낌이 나쁘진 않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서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는 자신에게는 없는 '냄새'를 갖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이 소설도 비슷하게 시작한다. 자신만의 목소리가 없는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컴플렉스를 느낀다. 향수와 다른 점은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최초 설정이 조금 닮은 것을 제외하고 소설은 완전히 다른 방향과 성격을 가지고 진행된다. 모든 이들의 소리를 따라 할 수 있는 '황선'이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황선'은 동물 소리나 사람소리는 물론 자신이 듣는 모든 소리를 따라 할 수 있다. 경상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토종괴물인 '장산범'의 이야기와도 닮았다. 사람을 홀리는 소리를 내어 살인을 저지른다는 소재는 해운대에 있는 '장산'에 출몰하던 '괴생물체'를 닮았다. 소설의 설정은 여러가지를 모티브로 삼은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이유는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필력이다. 이미 '소재'와 '설정'에서 흥미를 유발 시킨 이 소설의 전개는 이 못생긴 외모의 아이가 '외형'에 대한 따돌림을 받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았으나 전혀 반대되는 성격과 외모를 가진 이를 만나게 된다. 외모도 훌륭하고 집안도 훌륭한 '이수'를 만난다. '이수'는 '황선'에게 이름을 지어지고 차별받지 않도록 해주며 교육도 해준다. 그렇게 둘은 '벗'이 되지만, '이수'는 점차 세월이 흘러가며 '황선'과의 관계에 관점이 달라진다. 결국 '이수'는 '황선'을 두고 홀로 '한양'으로 가게 되는데, 이에 배신감을 갖게 된 '황선'이 성형술을 통해 '이수'와 닮아지고 '복수'해 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한 점은 없다. 몰입감을 충부한게 주고 재밌도 있으나 '황선'이 '이수'에게 '복수심'을 갖는다는 내용이 개연성이 부족해보이긴 하다. 단순히 말없이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처절하게 고통'을 주겠다는 내용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물론 읽는데 불편하진 않다. 동물의 뼈를 깎아 자신의 코를 높이고 약을 마시고 스스로 수술을 해서 '미남'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이나, '시간의 흐름에 둔감해지는 약'과 같은 '판타지적 설정'은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역사 소설'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부분에 신경이 쓰였는지 모른다. 다만 이것이 충분히 재미를 위해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음을 인지하고 읽는다면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임은 틀림없다. 단순히 개인의 복수와 '살인'을 소재가 한 소설이라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으나, 이야기의 긴장감을 확장시키기 위해일까, 갑자기 '왕'과 '반역'으로 주인공의 '개인적 복수'를 연결 시키는 부분도 납득이 쉽진 않았다. 소설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꽤 다양하게 소개가 되는데, 거의 소설에 비중이 없거나 급하게 정리되는 느낌도 있었다. 대게 '박성신 작가' 님의 '제3의 남자'나 다른 작품을 먼저 봤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 많으나 '제3의 남자'를 아직 읽지 않은 나로써는 충분히 재밌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완독하고 서점에서 '박성신 작가' 님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역사, 과학, 경제' 책을 위주로 읽는데 '북오션'에서 출판하는 '공포, 스릴러'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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