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학] 재미로 보는 고전문학 '어부단가'_고전시가

by 오인환

이현보(李賢輔)의 어부단가(漁父短歌)는 아이러니하다. 이현보는 어부(漁父)가 아니다. 그는 조선 전기에 형조참판과 호조참판을 지낸 문인이다. 조선에는 총 18개의 품계가 있다. 각 9개의 품계마다 '정'이 있고 '종'이 있다. 즉 정1품, 종 1품, 정2품, 종2품... 이런 식으로 나눠진다. 대략 정3품까지를 '당상관'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서, '당상관'이란 '조정회의' 할 때, 임금이 있는 대청마루(당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관리다. 영의정, 우의정을 '정1품이라하고 아래로, '판서'와 '참판','목사', '부사'로 내려간다. 이현보(李賢輔)가 형조참판과 호조참판을 지냈으니, 품계는 종2품이다. '형조참판'은 지금으로치면 법무부 차관, '호조참판'은 기획재정부 차관 정도된다. 다시 풀어 말하자면, 그는 '어부(漁父)'가 아니라 '고위공무원'이었다. 그는 왜 '어부의 짧은 노래'를 지었을까. 이현보(李賢輔)의 어부단가(漁父短歌)는 고려 때, 이미 있던 노래를 '개작'한 것이다. '속세'와 '정치'를 벗어나 유유자적하는 삶을 예전 선비들은 '어부'에 종종 빗대곤 했다. 예상컨데 중국의 '강태공'이라는 정치인과 연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인가, 서백창이라는 자가 길을 걷던 중, 낚시하고 있는 70대 노인인 강태공을 만난다. 서백창은 이후 '강태공'의 낚시대에 바늘이 없는 것을 발견한다. 서백창은 강태공에게 어째서 바늘없이 낚시를 하냐고 물었다. 이에 강태공은 대답했다.

"전 지금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낚는 중입니다."

때를 기다리기 위해 세월을 낚는다는 의미다. 어줍잖은 벼슬에 시작치 않고 노인이 될 때까지 그는 때를 기다렸다. 결국 서백창은 시간이 흘러 천하를 거머지는 인물이 되고 강태공은 그의 책사가 됐다. 그는 서백창에게 조언을 하는 인물로 '천하'를 함께 거머쥔다. 결국 때를 기다리고 천하를 얻은 낚시꾼(어부)인 강태공은 바늘없이 천하라는 월척을 낚은 것이다. 유유자적하며 때를 기다리는 삶. 그런 삶을 그 시대 선비들은 동경 했는지도 모른다.

이현보의 어부단가를 살펴보자.

어부단가 _ 이현보

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파에 띄워 두고

인세를 다 잊엇거니 날 가는 줄을 아는가

굽어보면 천심 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청하에 밥을 싸고 녹류에 고기 꿰어

노적 화총에 배 매어 두고

일반 청의미를 어느 분이 아실까

산두에 한운이 일고 수중에 백구가 난다

무심코 다정한 것 이 두 것이로다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장안을 돌아보니 북궐이 천 리 로다

어주에 누웠은들 잊은 틈이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이 없으랴

글에는 글을 세는 단위가 있다. 문자 하나를 '자'라고 한다. 10자, 11자.. 이렇게 셀 수 있다.

문자가 둘 이상 붙어 있을 때는 '구' 혹은 '절'이라고 부른다. 한 구절, 한 구절.. 이렇게 셀 수 있다.

이 '구절'에서 문장이 되는 단위를 '절'이라고 부르고, 문장이 되지 않는 단위를 '구'라고 부른다.

구절은 모여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를 갖는다. 그 단위를 '장'이라고 한다. 시조에서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나눌 수도 있다.

고려가요나 한시를 보면 앞선 주제와 구분 시키 위해 줄 내림하는데, 이것을 '연' 혹은 '수'라고 한다.

향가나 악장에서는 줄나눔 단위를 '행'이라고 한다.

이 단위들은 '사전적 의미'는 아니라 부정확 할 수도 있다.

앞선 '어부단가'는 총5수다.

<제1수>

이 중에 시름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파에 띄워 두고

인세를 다 잊엇거니 날 가는 줄을 아는가

-제1수에서는 속세를 잊은 어부의 삶을 이야기한다.

고전시가의 경우, 한자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잘난 척'을 위해서 가 아니라, 한자가 가진 '함축성'과 음율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우리 현대 가요나 랩에서도 영어 가사가 자주 나온다. 이는 '영어'로만 표현 가능한 음율이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한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나올 때마다 훑어보는 것도 좋다.

<제2수>

굽어보면 천심 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얼마나 가렸는가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제2수에서는 강호에 묻혀 사는 유유자적한 삶을 말하다.

능력이 충분함에도 유유자적 여유를 갖고 세월을 낚는다. '빠름'이 미덕인 시대에, 느림은 '답답함'일 수도 있으나 '가장 느린 것이 때로는 가장 빠르다.' 느림과 인내의 상징인 '강태공'은 중국 천하를 얻었고, 도쿠가와 이야에스는 느림과 인내로 일본 전국을 얻었다. 여유 있는 삶을 동경하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제3수>

청하에 밥을 싸고 녹류에 고기 꿰어

노적 화총에 배 매어 두고

일반 청의미를 어느 분이 아실까

-자연의 참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적음을 탄식한다. 자연은 '여유로움'이다. 자연은 언제나 조급해 하지 않는다. 세월을 낚다보면 어느새 천하를 얻게 된다. 가뭄이 든 땅에 인위적으로 물을 갖다 부어도 가뭄은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 세월이 지나면, 자연은 여유있게 마른 땅위에 물을 뿌려준다.

<제4수>

산두에 한운이 일고 수중에 백구가 난다

무심코 다정한 것 이 두 것이로다

일생에 시름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근심없이 한가로이 지내고 싶다고 소망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번뇌를 일으킨다. 그래야 함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다. 화가 나거나 조급해지거나, 슬퍼지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점심을 갖고 싶지만 언제나 외부로 부터 흔들린다. 어떻게 되고 싶다는 것은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5수>

장안을 돌아보니 북궐이 천 리 로다

어주에 누웠은들 잊은 틈이 있으랴

두어라 내 시름 아니라 제세현이 없으랴

-각 수마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갖고 있겠지만 시는 통일된 한 주제로 달려나가곤 한다. 미괄식으로 뒷부분에 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현보는 '장안'이라는 명사를 사용했다. 이는 '서울', '수도', '속세'를 말한다. 북궐 또한 왕이 머무는 곳이다. 결국 '이현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세현'의 등장이다. 세상을 구할 만한 어진 인물의 등장으로 천하가 태평하길 바란다. 그가 강태공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의미없는 마지막 대사를 각자 관객마다 다르게 해석했던 것처럼 문학의 재미는 '각자의 해석'이다. 이것이 맞냐. 틀리냐는 시험을 벗어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ED%9D%B0%EC%83%89%EA%B3%BC_%EB%B6%84%ED%99%8D%EC%83%89%EA%B3%BC_%EC%9E%90%EC%A3%BC%EC%83%89_%EC%82%BD%ED%99%94_%EC%9E%8E%EC%83%88_%ED%85%8C%EB%91%90%EB%A6%AC_%EB%B4%84_%ED%96%89%EC%82%AC%EC%9A%A9_%EC%9D%B8%EC%8A%A4%ED%83%80%EA%B7%B8%EB%9E%A8_%EA%B2%8C%EC%8B%9C%EB%AC%BC.png?type=w7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육아] 6살 쌍둥이 첫 사교육_웅진스마트올(내돈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