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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일등석 스튜어디스가 발견한 성공인의 습관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독후감

by 오인환

개인적으로 자사전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는 '결과편향'이라는 게 있는데, 결과를 바탕으로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즉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은 과정이 모두 자신의 성공이나 실패에 깊은 관여를 했다고 믿는다. 가령, 나는 뉴질랜드에서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다. 내가 뉴질랜드로 유학지를 결정한 것은 유학비가 저렴하기 때문이었지, 뉴질랜드가 농업 선진국이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기에 대외적으로 '뉴질랜드'로 떠난 이유를 설명한다. '포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누군가의 물음에 몇 번을 반복해서 대답하고 몇 번을 다듬다보니 저도모르게 이렇게 결과에 맞게 정리된 답변이 생긴 것이다. 과녁을 향하여 활을 쏘는 것이 아니라, 활을 먼저 쏘고 그 곳에 과녁을 그려 넣는 행위는 마치 모든 행동이 성공을 위한 초석인 것 처럼 보여진다. 사람을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단 한사람의 성공 이야기를 담는 '자서전'은 당사자의 이야기일지라도 분명한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성공한 사람을 여럿 만나보고 그들의 공통적인 부분을 직업적으로 살펴보는 이의 생각이 더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단 한 명이 자신을 돌이켜보며 의미부여하는 일이 아닌, 제 3자가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업무 수행 중에 깨닫는 다수의 공통적인 습관이 더 객관적이다.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보통 쉬운 것은 아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의사'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병원'을 가면 만나기 어려운 '의사'를 직업군으로 갖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서울대생'을 만나는 것은 어떤 경우에 어렵지만 '서울대학교'를 가면 무수하게 많다. 마찬가지로 '연예인'과 '정치인'도 만나기 어려운 직업군일 수 있으나, 연예기획사나 국회의사당을 가면 쉽게 만나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성공'이라는 말은 몹시 모호하지만 '경제적 의미'에서의 '성공'을 따지고 보자면 가장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일등석'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업계', '요식업계', '교육업계' 업종과 상관없이 특정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은 언제나 한 곳에 있지 않고 자주 이동한다. 단순히 사놓은 주식이 벼락처럼 떠올랐거나 부동산이 급등했거나 유산을 물려받은 '졸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이다. 그들도 우연하게 한 곳으로 모이는데 그 곳이 바로 비행기 일등석이다. 내가 싱가포르 수출을 성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칸은 '비즈니스 석'이었다. 단순히 수 시간 공간을 넓게 이용하고 음식이 '접시'에 나온다는 대단하지 않은 메리트를 얻기 위해 '비즈니스'는 항공료의 2배를 지불해야한다. 그것의 다시 2배를 더 지불해야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얼치기 흉내로 사용하기에 일등석 비행기 칸의 비용은 적지 않다. 단순히 '삼각별 자동차'를 타거나 체크무니가 들어간 가방을 할부로 구매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오랜기간 남을 경험'도 아니다. 긴 이동시간에 조금의 피곤이라도 줄이는 일일이다. 대부분의 일등석과 비즈니스 석의 경우, 직접 사비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회사 비용처리가 되거나 상대쪽에서 비용지불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한 가치가 기대대는 사람이다. 이런 이들을 직업적으로 만나오던 일등석 스튜어디스는 그들의 공통점을 뭐라고 봤을까. 외국을 다니다 보면, 기내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 경우 스튜어디스는 싸구려 볼펜을 하나씩 나눠 주며 말한다. '필기구 없으신 분들은 알려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때 펜을 빌려가지만 일등석 손님은 자신이 사용하는 필기구를 안주머니에서 꺼낸다. 단순히 펜을 빌리지 않는 일등석 손님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성공'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왜 '펜'을 들고 다니는가. 그들은 왜 '펜'이 있어야 하는가. '펜'은 어떤 의미인가. 스마트폰으로 '펜'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시대다. '학생'을 만나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학생들이 있다. 이중 가장 황당한 경우는 필기를 '촬영'으로 하는 경우다. 칠판을 가득 채운 수업에서 일부 학생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안 적어?'라고 묻는다면 '다 쓰시면 사진 찍을께요.'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본질이 혼탁해진 경우는 보기 힘들다. 필기를 '촬영'으로 대체하니... 너무 고지식한 탓에 현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펜'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다. 의미없이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함께 넣어야 한다. 물론 나도 펜이 아닌 메모를 많이 할 때가 있다. 소리로 혹은 문자로 메모를 하기도 한다. 다만 뭐라 정확히 말하기 힘든 이유로 '천편일률' 같은 '고딕체' 문자에는 정감이 안간다. 내것이 아닌 느낌이다.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 어린이가 아빠의 손을 대신에서 글씨를 쓰는 느낌이다.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메모보다는 종이 메모를 선호한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 창업주가 그러한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아날로그'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메모는 언제나 중요하다. 다만 그것에서 '아날로그'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펜은 지금도 매우 간편하고 중요한 기록장치다. 단순히 손가락만한 막대기만으로 우리는 거의 반영구적인 기록물을 남길 수 있다. 거기에는 '흔적'이 있다. 앞서 '펜'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 되기도 한다. 최근 스마트폰을 접고 다니기 전까지 나는 언제나 '펜'이 수납된 스마트폰만 사용했었다. 또한 언제나 펜을 함께 들고 다녔다. 강박적으로 펜을 들고다닌게 된 이유도 어쩌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력하게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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