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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_시] 인연이라는 것

by 오인환

바람이 분다.

태풍이라고 했다.

가만히던 나뭇가지들이 움직인다.


태풍에 이름을 붙혔다.

지나가는 바람인데

이름을 붙이니 '존재'가 됐다.



흔드는 것에 정체를 알고나니

비로소

그것이 그것으로 보인다.



바람과 비는

남쪽 바다 수증기라고 했다.

그것이 쏟아지는 거라고 했다.



그것 참. 인연이라는게 독특하다.

호주 시드니를 밟았던 적 있다.

신발 속 모래 알갱이는 인천에서 털었다.



발도 없는 어떤 것들이 수백길 움직인다.

움직이는 것들은, 움직히는 것들은

서로 아무것도 것도 아니면서 인연이 된다.



무엇 때문에 그것들이 내게로 왔는데

나는 무엇을 담고 있는지

거기에는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으나

이름을 붙여보니

그것은 그냥 '인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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