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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6살 쌍둥이 유치원 퇴소하다_아빠와 홈스쿨링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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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고민했다. '홈스쿨링'은 유치원뿐만 아니라 '학교'도 고려 중이다. 홈스쿨링을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와 태풍 등으로 학교가 갖고 있던 역할에 의문이 들었다. 팬데믹 끝물이라 사실 앞으로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가끔 아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화상교육'으로 공교육을 받았다. 학교가 쉬는 동안 아이러니 하게도 학원은 운영을 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빠지고 학원에 모여 수업을 들었다. 학교 선생님이 화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메신저를 주고 받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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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학교, 유치원이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 학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갈등하고 화합하는 등의 사회성을 기르는 장소다.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하면 안되고,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를 배운다. 자기와 다른 사람은 어떻게 공동생활을 하는지 배운다.

얼마 전, 유치원 선생님께서 독특한 말씀을 하나 하셨다. 다름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목소리가 크고 표정 변화가 다양하지 못한편이다. 이유는 당연히 '마스크' 때문이다. '양말'보다 '마스크'가 더 필수적인 시대다. 아이들의 일생 거의 대부분은 마스크와 함께 했다. 양말을 신지 않고 나가는 일은 있어도 마스크를 챙기지 않으면 마트도 다니지 못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이 자랐다. 사회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굴'이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외모'와 '표정'으로 상대와 소통한다. 인간은 상대에게 신임을 주기 위해 눈의 흰 부분를 키웠다. 상대에게 자신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려줌으로써 믿음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입 주변 근육 또한 눈 만큼이나 중요하다. 인간은 침팬지에게 없는 입술을 가지고 있다. 어째서 나무에서 내려온 원숭이는 입을 뒤집어까고 약하디 약한 내부 표피를 빨갛게 밖으로 꺼냈나. 눈과 같이 입도 상대에게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기능을 한다. 빨간색 구강 내부 표피가 밖으로 나오면서 인간은 상대에게 감정을 숨기지 않고 보이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소통 창구인 '눈'과 '입' 중에서 '입'을 막아버렸다.

최소 2년 전, 업무 상으로 누군가를 알게 됐다면 그 사람이 얼굴을 정학하게 알지 못한다. 간혹 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본다고 하더라도 기대하던 얼굴과 전혀 다르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상대의 표정을 파악할 수 없는 공교육에서 학교와 유치원이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준다는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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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째, '열등감'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는 점점 '남들만큼만 커다오'로 바뀐다. 천지가 개벽하듯 공부에 취미를 붙여 성적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경우도 종종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 성적과 자신의 위치를 보며 열등감을 갖는다. '자신의 성적에 맞는 직업'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직업 중 성적이 낮은 분포 군의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선택폭은 낮아진다. '목표'가 먼저 있고 '노력'이 따르는 법이다. 학교는 '목표'를 세우기 전, '노력'을 요구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선택하게 한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목표라는 것은 대부분 '자신의 성적으로 최대한 가능한 직업군'이지 정말 원하는 직업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만약 '서울대학교 의예과를 졸업 할 수 있다면 꿈을 바꾸겠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학생은 바꿀 것이다. 성적에 따라 목표를 정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특별한 '철학'이나 '만족'이 쉽게 생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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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길게 보더라도 5년 뒤부터 대한민국은 저출산, 인구소멸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나 '제도권'이 발빠르게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공무'는 대응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대한민국 공무원이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원래 덩치가 커질수록 반응과 대응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다. 사회는 급변하는데 교육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변화 이전 세대가 변화 이후 세대를 가르치는 시대가 곧 온다. 곧 어른들이 하시던 '나 때는 말이야~'를 더 많이 할 시대가 올 것이다. 치열한 경쟁 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의 시대는 이제 곧 끝난다. 다음 세대는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내부 경쟁'이 아니라 '내부 공존'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다. 교육은 당분간 이것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고 느낀다. 줄어든 인구 덕분에 적은 공동체가 더 많은 생산 부담을 갖는다. 서울대가 정원을 줄인다거나 '특목고'가 예정보다 들어가가 쉬워졌다는 말을 하면서 '나때는 말이야'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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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아이들도 제도권의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는데 가장 주의해야 할 내용 중 1번은 무조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진작에 불법화 했어야 했다.' 스마트폰 없는 초등학생이 드문 시대다. 다만 새시대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의견을 많이 한다. 스마트폰은 분명 중요한 도구임이 틀림없지만 초등학생에게 필수품이 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없어서는 안 될 현대인의 필수품이라고 해서 뭐든지 허용해선 안된다. '자동차' 또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을 조기교육 받아서 좋을 것은 단연코 없다고 본다. 부모를 설득하는데 가장 무기로 사용되는 말이 있다.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어."

글자를 보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대게 글보다는 영상 매체에 관심을 갖는다. 당연히 '전자책'보다는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할 수 밖에 없다. 유튜브는 잘만 이용한다면 분명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사회는 '영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글'이다. 2030년 수능과 SAT, IELTS 시험이 모두 대면시험으로 전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글은 필수 도구다. 정보를 영상으로 얻는 것은 쉽지만 사실 글로 정보를 얻는 훈련을 피해선 결단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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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면 흔히 말하는 '왕따', '소외'가 된다고 한다. 제도권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스마트폰'을 사줄 생각은 결코없다. 고로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자라나면서 겪게 될 환경에 '왕따'와 '소외'가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공동체에 도태되느니, 차라리 홈스쿨링이 백번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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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닌다. 자신의 자녀의 교육을 다른 이들에게 맡겨놓고 또 다른 이들에게 강연을 다니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철학이 옳다면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철학을 전달하는 것에 맞다. 꽤 오래 전 부터, 시대가 변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교육이 있다고 믿는다. 첫째는 독서, 둘째는 한자, 셋째는 영어다. 만약 여기에 한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면, 피아노나 검도처럼 예체능 정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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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의 추억'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기억이 많지 않다.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건, 가족과 여행했던 기억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부모'에서 '친구'로 그리고 '동료'로 확장해 넓어져야 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원할 때까지는 능력되는 범위 내에서 '홈스쿨링'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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