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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_소설] 수면 시험_1화

by 오인환

"오늘이 몇일인가요?"

소녀는 묻는다.


"13일이요. 이제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가 대답한다.


소녀는 다시 묻는다.


"시험이요? 무슨 시험이요? 몇 시에 시작되나요?"


"이제 곧..."


종이 울린다.


"1교시는 국어입니다."


방독면을 쓴 사람이 대답한다.


다시 방문을 열고 방독면을 쓴 사람 여럿이 들어온다.

그들에게는 K-2 소총이 들려 있다.


행세가 이상한 사람 대 여섯이 침실에 신발을 신고 들어온다.

그들의 무례함 보다는 몽롱한 상태에서 상황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독면을 쓴 여러 명의 사람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묻는다.


"이름이 '여수' 맞나요?"


"네 맞는데요."


대답과 동시에 방독면을 쓴 사람들은 간이 책상, 시험지, 연필을 내놓는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문제는 2문항 씩입니다."


아직도 상황 파악 중이다.


"각 교시마다 3분씩 주어집니다."


국어 3분, 영어 3분, 수학 3분

이렇게 총 10분의 시간 동안 6문 제 만 풀면 됩니다.


"네?"

여수는 당황한 듯 묻는다.


가장 가운데 있는 대장이 커다란 회중시계를 보여준다.


"시~작!"


상황 파악은 둘째치고 느닷없이 시작된 시험에 일단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국어 1번에, 2.. 2번에는... 3... 영어 1번에는..."


이제 막 잠에서 깨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시계를 들여다본다.


"3분 남았습니다."


"네? 벌써요?"


조급한 마음에 여수는 나머지 번호를 찍는다.

'3번, 2번'


시험지를 제출한다.


방독면을 쓴 대장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안타깝습니다. 다음 기회에 봬야겠습니다."


그는 x반도에 걸려 있는 수류탄처럼 생긴 물체의 핀을 뽑는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던지고 나간다.


물체에서는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저.. 저기요!!"


여수는 눈이 스르르 감긴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더니 세상이 까맣다.



*

얼마나 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이 며칠인가요?"

여수는 묻는다.


"20일입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는 대답한다.


여수가 다시 묻는다.


"저.. 시험은 틀린 걸로 해도 좋으니까.. 무슨 일인지 설명만 해주시겠어요? 벌써 두 달째 잠만 자고 있어요."


방독면을 쓴 사내는 가만히 여수를 내려다본다.

여수도 지지 않고 눈을 마주친다.


"지구 온난화라고 들어보셨죠?"


갑자기 지구과학 이야기를 하는 사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남자는 말을 잇는다.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모두가 깨어 있을 필요는 없어요."


사내는 x반도에서 수류탄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인간을 죽일 순 없습니다. 다만 잉여 인간들을 재우기로 이 사회는 합의했어요."


'그게 무슨...'


"104동도 가려면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요. 저도 월급 받는 공무원이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사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던지고 나간다.


물체에서는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저.. 저기요!!"


여수는 눈이 스르르 감긴다.

점점 가물가물해지더니 세상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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