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書評)'은 말 그대로 책(書)을 평(評)하는 글이다. 평(評)은 '평하다', '평론하다'를 가진 한자이지만 한자 구성 원리를 보면 조금 더 근본적인 의미를 알 수 있다. '평(評)에는 言(말씀 언)자와 平(평평할 평)이 함께 들어가 있다. 平(평평할 평)에는 干(방패 간)자 사이로 八(여덟 팔)자가 그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고 공정하고 고르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평'은 '이 책 재밌어요'나 '이 책 별로에요'라고 치우치지 않고 그것을 '평(評)'해야 한다. 대충 책 표지랑 목차를 확인하고 훑다가 괜찮다 싶은 부분을 적어 두는 것은 '서평'이라고 보기 힘들다. 서평은 영어로 Book Review다. Review는 '다시보기'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접두사 'Re-'는 '다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Back(되돌아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에서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하나님께 귀의하는 것을 회개(repentance)라고 한다. 이것의 어원 또한 'Re-'라는 접두사와 'Penance(속죄)'를 합하여 만든 합성어다.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되돌아보고, 곱씹어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지난 과오를 떠올리는 것은 '회개'가 아니다. 지난 과오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곱씹고 다시는 그 상황을 반복하지 않게 '복기'하는 것이다.
바둑에서는 대국이 끝나고 지난 대국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순서대로 다시 수를 두어본다. 이 행위를 '복기'라고 한다. 복기는 기술적으로 그냥 순서대로 같은 자리에 두어보는 것이 아니다. 복기를 통해 승자와 패자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마음 상황을 차분하게 되돌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냉정한 상태로 되돌아보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미 지나버린 일을 생각하고 후회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평(Review)는 이미 읽어버린 책을 다시 도돌이표처럼 돌아가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길을 찬찬히 곱씹는 것이다. 독서법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밑줄을 치며 읽고 어떤 사람은 책 위에 메모를 하거나 모서리를 접기도 한다. 나의 독서법은 '그냥 읽기'다. 간혹 너무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급하게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간단한 한 줄을 적어 저장해 놓는 것이 유일하다. 독서 중 메모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책을 요약'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글을 소개하고자 내 귀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식사평을 할 때는 차려진 모든 식사를 마치고 전반적인 평을 하는 것이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까지 한 코스를 완전하게 먹어야 그 식사를 온전히 평할 수 있다. '머릿말'부터 '마무리'까지 작가가 차려 놓은 완전한 요리가 끝나기까지 음식을 즐겨야지, 중간 중간 메모지를 꺼내들어 '평가'를 내어 놓는 것은 순서와 매너가 아니다.
책을 완독하고 나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대략 보인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읽었다면 그 기억과 함께 융합되어 나만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것이 핵심이다. 한 권이 담고 있는 것을 오롯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읽어왔던 다른 책들과 융합하여 나만의 글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 책을 요약한다면 내 글은 '요약 홍보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책을 다른 것들과 적절하게 융합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창조'이고 '수필'이 된다. 그것은 문학이 된다. 작가가 써낸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최대한의 것을 끄집어내어 융합해야한다. 새롭게 창조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조차 몰랐던 문장이 불쑥 나온다. 책을 읽을 때 미쳐 알지 못했던 내용이나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와중에 깨닫는다. 성장은 읽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생긴다. 이것은 내가 꾸준하게 내가 믿는 철학이다. 전혀 이해되지 않던 '수의 역사'나 '미술의 역사'도 새롭게 글을 쓰다보면 알게 된다. 학습에서 가장 상위에는 '가르침'에 있다고 한다. 학습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듣거나 보는 일로 그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고 말하는 이들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트코인에 관한 글을 읽어도 리뷰에서는 '철학'과 '미술'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역사'와 '경제'를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리뷰는 남이 쓴 글을 한 번 더 복사 붙이기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협찬'받아 '새로운 컨텐츠'로 재창조하는 문학의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