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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독과 속독은 어떻게 하는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으세요?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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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으세요?' 주량을 자랑하는 것만큼 도서량을 자랑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소주 한짝을 마셔도 거뜬하다는 것은 '강한 것'과 결이 다르다. 술에 잘못된 인식이 잡히면 대작 상대를 넘어 뜨리려는 허영심이 생긴다. 다만 술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다. 술은 자신이 좋고 상대가 좋은 것이다. 몇 병을 마셨다는 기록보다 함께 한 사람과의 추억이 더 소중하다. 쌓아 올리는 빈병의 갯수와 완독한 책의 두께가 아닌 함께한 시간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최근 많이 보게 되는 글이 '독서 보다 '행동력이 중요하다.'라는 말이다. '읽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독서'는 무의미하다고 한다.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윤동주의'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고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해야 할까. '부자가 되기 위해 책을 읽어라.'라는 글이 많다. 부자들 중에는 다독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다만 책을 읽으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대게 '사색'하길 좋아한다. 어떤 것에 깊게 생각하고 그것의 이치를 따져본다. 그것으로 그쳐도 그만이고 행동으로 옮겨도 그만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축구선수가 될 필요는 없듯, 그것은 선택의 영역이다. 다만 읽은 사람이 행동 했을 때, 깊은 사색이 묻은 행동이 더 합리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책은 그냥 기호다. 술을 많이 마셨다고 '강한 것'이 아닌 것 처럼, 책을 많이 읽었다고 똑똑한 것도 아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사실 무의미하다. 앉아서 문자 몇 자를 읽는다고 세상에 통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기호이고 그 기호를 가진 이들이 그럴 확률이 높았을 뿐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잘하게 되고,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노래를 잘하게 되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와 관련된 어떤 능력을 잘하게 될 수는 있으나, 다른 어떤 것들처럼 그렇지 않을 확률도 많다.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서두부터 방향을 크게 우회한 글이지만, 다독과 속독의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이렇다. 질문에 대답하기 전,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왜 다독해야 하는가?, 왜 속독해야 하는가'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갑자기 1~2년 다독과 속독을 했다고 월급여가 마법처럼 인상되거나 급작스럽게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책을 들었다면, 독서는 그것을 단시간에 올려주는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그냥 습관처럼 쌓아 놓은 십 수년, 길게는 수 십 년의 기호가 중요한 시기에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그저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담배를 사다 피는 것처럼 취미활동이고 기호다. 다만 담배를 피는 것보다는 어떤 면에서 유익한 기호 활동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쌓으면 괜찮을 취미활동을 찾기 위해 혹은 언젠가 먼훗날 나쁘지 않는 효과를 보여 줄 적당한 취미를 고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한다면 좋겠다. 다독과 속독은 취미에 깊게 빠져 더 많은 기술을 갖고 싶을 때 하면 좋은 듯 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는 '속독'을 하지 않는다.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저절로 속독으로 읽혀지는 책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대게 다른 책들에서 인용을 많이 했거나 가독성이 좋은 글들일 수록 그렇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강박적으로 책의 표지나 작가설명, 목차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부분을 훑어 읽는다.


내가 생각해 본 속독과 다독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기억에 남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읽는다.

2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읽지 않는다.

3 구매한 날에 최대한 진도를 뺀다.

4 한 번 읽을 때, 한 호흡에 100쪽까지는 간다.

5 책을 시작하기 전, 관련된 영상과 글을 몇 편 보고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6 전혀 연관없는 다른 지식들과 연결해본다.

7 데드라인을 잡고 읽는다.

8 독후감을 작성한다

9 전자책, 종이책, 오디오북을 가리지 않고 병렬 독서한다.

10 시간과 상황에 따라 한 번에 여러 권을 읽는다.

11 언제든 가방에 2~3권은 가지고 다닌다(전자책 디바이스도 함께)

12 짬짬이 읽는다

13 필요하다면 속독도 피하지 않는다.

14 작가와 목차, 출판사, 가격은 무조건 살핀다.


이것들은 내가 읽는 방법이지 정답은 아니다. 1과 2는 강박을 내려 놓으라는 내용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영화 배우의 대사를 외우라고 하다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영화는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 좋다. 독서는 다시 말하지만 공부가 아니라 기호다. 3, 4는 최대한 빨리 읽으라는 것이다. 내가 다독하는 이유는 최대한 많이 빨리 읽기 때문이다. 그냥 많이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예를들어 '언어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보자. 오늘 5장을 읽고 내일 10장을 읽는다고 해보자. 200장이나 되는 책을 읽기 위해 대게 40일이나 걸린다. 40일 전 쯤 글이라면 내가 쓴 글도 생소하다. 최대한 빨리 읽지 않으면 내용이 끊기고 흥미가 발생하지 않는다. 책은 한 주제를 관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늦게 읽으면 늦게 읽을수록 '내가 뭘 읽고 있는거지?'하는 의문에 빠진다. 결국 빨리 읽어 버리는게 제일 이해가 잘된다.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읽게 되고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읽을책'을 미리 공지하거나 '협찬'을 받는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이해를 하고 데드라인 안에 글을 작성해야만 하는 경우가 억지로라도 발생한다. 9, 10, 11,12번도 일맥한다. 자기 전에는 소설이나 수필을 읽고 아침에는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화장실에서는 잡지를 보기도하고 식당에서는 짧은 챕터의 글을 읽는다. 카페에 가면 시집을 읽거나 비즈니스 중에는 경제관련된 서적을 읽거나 한다. 즉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스마트폰이냐, 종이냐, 오디오냐 상관없이 독서를 즐긴다.

필요하다면 속독도 피하지 않는다. 모든 책을 정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지적능력에 맞는 속도를 가지면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작가가 누구인지, 어느 출판사에서 나왔는지를 살핀다. 도서의 방향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목차를 살피면 책이 나아가는 간략한 방향이 잡힌다. 그 후에 읽으면 속도감과 이해력이 빨라진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살피는 것은 '가격'이다. 비싸봐야 2만원 밖에 하지 않는 정보다. 요즘 치킨값보다 저렴하다는 2만원에 내가 쌓고 얻는 사색과 간접 경험, 길고 짧은 휴식의 시간을 가만하자면 엄청나게 이득을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 백만원에서 수천, 수억의 가치는 넘어야 할 것들을 2만원에 얻었다는 것을 다시 되새김질한다면, 책이 결코 멈출 수 없는 불공정거래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음 책을 고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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