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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Sep 28. 2022

[인문] 마음을 움직이는 수사법

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 독후감

 IBM의 왓슨 회장은 '좋은 디자인이 곧 좋은 사업'이라고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는 90%, 속옷은 95%, 문구류는 99%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품질'이 아니라 '디자인'에 목숨을 거는데는 이유가 있다. 대게 품질이 평준화 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격과 품질이라면 사람들은 디자인에 열광한다. 실제로 인간은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을 선택할 때, 그들의 지적 능력이나 신체 능력보다 '외모'를 중시한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책 한 권 읽고 나가 것보다 말끔하게 차려 입고 나가는 편이 더 결정적이다. 꾸며진다는 것은 본질보다 중요치 않다. 그러나 본질로 들어가기 위해선 말끔히 꾸며져야만 한다. 그것은 필연적이다. 본질로 가는 관문이다.

 "나는 시간을 탕진했고 이제 시간이 나를 탕진한다."

17세기 셰익스피어가 했던 단순 교차법 문장은 입에 척하고 달라 붙는다. 운울감을 형성한다. 시간의 중요성을 알리는 말은 많고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말은 다시 한 번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듣는다. 잔소리나 명언을 포함해서 그렇다. 누구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더 곱씹고 되뇌도록 하는 것은 바로 수사법이다. 입에 척하고 달라붙는 말은 발음과 기교에서만 훌륭한 것이 아니다. 순서를 교차한 수사법은 운율감을 형성한다. '각운'은 내용을 곱씹기 전에 사람들로 하여금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한다. 언어에서 '수사법'이란 화장법과 같으며 아무리 '마음'이 중요하지만 마음은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 '외모'를 가꾸지 않으면 이성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문법이나 기교는 '계산'에 의해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이것들은 '즉각적'이다. 유학 시기, '한국어 과외'를 진행했던 적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를 만나면 큰 코 다친다.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공부해 갔다. 상대가 나에게 들이 밀었던  문법책은 '혼돈'이었다. '밥을 먹다'라는 단순한 표현에는 '식사하세요', '진지 잡수세요', '밥 드세요' 등 많은 표현이 있었다. 문법책에는 한국어의 특징이 적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대화 상대의 출생년도를 따져 자신과 나이 차이에 맞게 명사를 사용한다. 또한 상황과 대상에 맞게 술어를 선택해야 한다. 종류도 꽤 복잡하다. 얼마의 나이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당시 내가 받은 질문은 '정말 상대의 나이를 따지고 말을 하냐'는 것이다. 나이 차이가 애매하거나 또래 혹은 동안, 노안이라면 어떻게 대응하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화 상대에 맞게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은 즉각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화법은 수많은 반복에 따른 트레이닝의 결과다. 문법책은 한국인들이 왜 한국어를 그렇게 사용하는지 적혀 있다. 읽어본다면 분명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나는 말 할 때 문법을 염두하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언어의 수사법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읽었던 수사법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수사법이 사용된 문장을 자주 접하고 스스로 그것을 차용하길 반복하면서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재승, 김영하, 유시민, 손석희 등, 우리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달변가들은 말을 잘하는 것을 둘째치고 '글'을 잘쓴다. 글을 잘 쓰는 것을 셋째로쳐도 '읽기'를 잘한다. 예전 가수를 준비하던 이를 만났던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 비결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부분의 아웃풋은 상당한 인풋을 기반으로 한다. 책을 읽다보면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는 멋진 수사법들이 등장한다. 가령 '확률이 적다'라는 말을 할 때가 그렇다.

'원숭이가 타자기를 무자기로 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써 낼 확률과 같다.' 혹은 '고물 야적장에 토네이도가 불어서 우연히 보잉 747이 조립되어 나올 확률과 같다.'라는 표현이 그렇다. 단순히 '확률이 적다.'라고 말하면 크게 와닿지 않을 표현을 유머러스한 표현법을 이용하면 듣는이를 덜 지루하게 하고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수사법은 나쁘게 말하자면 일종의 기교다. 한국인의 특성상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정서를 좋아한다. 고로 한국인들은 '표현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편이다. 다만 단연코 말하지 않고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추측일 뿐이다. 기막힌 표현을 창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천재들은 '창조'가 아니라 '모방'에 뛰어났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기가막힌 표현법은 스스로 머리속에서 짜맞춰 나온다기 보다 다양한 생각을 읽어서 나올 확률이 높다. 고로 수사법에 대한 해결책을 굳이 말하자면, '다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재영 작가님의 '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에서는 다양한 수사법과 예시가 표현된다. 책은 수사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모여진 하나 하나의 명언들은 정말 가슴 속으로 콕 하고 박힌다. 역시 잘 꾸며진 언어는 한 문장 단위로도 너무 기가 막히게 눈에 띄고 마음에 꽂힌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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