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왜 말을 끊을까_말을 끊는 사람의 심리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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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yhirschi, 출처 Unsplash



말은 단발성으로 사용되는지 않는다. 흐름이 있다. 기. 승. 전. 결로 흘러간다. 간혹 이 흐름을 끊는 이를 만나게 된다. 문장 단위로 대화 중간에 치고 들어온다. 몇 문장으로 겨우 '기'를 완성하고 다음 몇 문장으로 겨우 '승'을 완성하고 '전'으로 겨우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 십 차례 말이 끊기고 나면 결국 '맥'을 잃는다. 할 말이 사라진 상황에서 상대는 혼자 말을 한다. 말의 흐름을 잃고나면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게 된다. 들어보면 역시 그들의 말에는 '알맹이'가 없다. 말을 끊고 들어오는 대부분 남의 흉이거나, 하소연 혹은 자신자랑이나 지식 자랑이다.



이들과의 대화 내용은 이렇게 흘러간다.



여자: "내가 최근에 유리박물관을 갔는데 말이야..."


남자: "유리박물관? 거기 좋지. 예전에 나도 갔던 적 있었는데, 거기 가는 길에 아이가 얼마나 울던지, 거의 아이 울음 달라던 기억 밖에 없었다니까. 그 좋은 기억을 아이가 울어버려서 다 망쳐버렸지, 뭐야."



여자: "아무튼, 유리박물관에 갔는데, 실외 작품들이 있더라고..."


남자: "실외 작품들도 많지, 산책할 수 있는 곳도 있는데 거기서 모기를 얼마나 쏘였던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니깐, 유리박물관하면 애기 울음소리랑 모기 물린 기억만 난다니깐 정말 짜증나는 하루였어."



여자: "그..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됐다."



이 대화에서 둘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자는 어쩌면 자신의 작품이 실외 작품 중 하나에 실렸다고 말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말하려던 정보가 꽤 비싼 지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자는 말하지 못했다. 살다보면 이런 식의 대화를 하는 이들이 많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위해 상대의 말을 끊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학교 선생님의 말을 끊는 학생은 없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끊는 경우도 없고 회사 사장님의 말을 끊는 경우 역시 없다. 이것은 말을 끊는 이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말을 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편한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말까지 하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편하다고 생각할까. 편하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편하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의미다. 다만 조금 비꼬아서 생각하면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집에 고양이와 둘만 있을 때, 그 누구도 정장을 차려 입지 않는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있던 말던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친절한 고객'에게 더 세심한 서비스를 할 것 같지만 실제 '블랙컨슈머'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쓴다. 친절한 고객은 문제 삼지 않을 내용을 '블랙컨슈머'는 반드시 문제를 삼고 피곤하게 만들 거라고 알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장점과 단점이 생긴다.



장점은 이렇다. 상대가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게 됨으로 상대의 카드를 모두 들여다 보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상대가 최근 어떤 상태의 심리를 갖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굳이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상대는 모든 걸 쏟아낸다. 단점은 이렇다. 내 말이 끊기고 상대의 이야기만 들으니, 정신적으로 금새 지친다. 이 말을 흔히 '감정쓰레기통'이라는 말로 비유한다. 자신을 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어쨌건 상대는 자신을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쯤으로 여긴다. 인간은 오랜 정착생활 동안 '서열'과 '관계'에 대해 배운다. 적과 아군이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군에게 입을 열고 불필요한 말까지 쏟아 넣는다. 그러나 관계는 언제나 적이 아군이 되고, 아군도 쉽게 적이 되기 도 한다. 인간 관계에서 무조건적 신용이란 '혈연'관계에서도 쉽지 않다. 상대에게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상대가 나를 배반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두 가지 경우에서 존재하는게 하나는 상대가 나를 배반하지 못할 거라는 자심감이고 다른 하나는 '무지'다. 부모나 자식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경우는 역시나 여렇게 하더라도 그 관계가 끊어지지 않을꺼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해 '무시'와 가깝다. 누군가의 말을 끊는 다는 것은 고로 '무시' 혹은 '무지' 둘중 하나다. 상대에게 적절하게 차갑고 적당히 뜨거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끊는다면 상대는 자신을 편하게 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는 그 대화를 차치하고 서서히 그들과 거리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뜨뜻미지근한 대답을 하거나 시계나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등, '나도 이 대화에 흥미 없다'는 자세를 취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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